잘 나가는 롯데케미칼 발목 잡는 인명 사고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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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월 이어 11월에도 공장 화재로 속앓이…단순 사고인가, 인재인가

 

‘고공행진’ 중이던 롯데케미칼이 잇달은 사고로 때 아닌 속앓이를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세계적인 저유가 기조와 견조한 화학제품 시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최근 3년간 매출은 14조8590억원에서 13조2235억원으로 11%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509억원에서 2조5443억원으로 625%나 급증했다. 3년 전 12만5000원선이던 주가는 현재 40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장중 한때 42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상황도 나쁘지 않다. 2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6322억원으로 1분기(8148억원) 대비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롯데케미칼이 15조6710억원의 매출과 2조9218억원을 영업이익을 기록해 또 다시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왕자의 난’으로 통칭되는 후계자간 경영권 다툼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롯데케미칼에도 ‘불똥’이 튀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3조원 규모의 에탄분해설비(ECC) 공장 건설 기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이 자리에 최고경영자(CEO)가 빠졌다. 허수영 사장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 CEO들이 검찰 수사로 출국이 금지되면서 CEO 없이 기공식을 갖는 해프닝을 벌인 것이다. 이 같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시 남구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올해에만 3번째 인명 사고로 '인재' 논란

 

잘 나가던 롯데케미칼이 잇달은 인명 사고로 발목을 잡혔다. 10월24일 오후 1시45분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에서 불이나 9명의 근로자가 다쳤다. 불은 공장 본관동 2층 전기실에서 발생했으며, 공장 자체 소방대에 의해 6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근로자 9명이 화상과 연기 흡입으로 다쳐 병원에 옮겨지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송방당국은 4명을 중상자, 5명을 경상자로 분류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7월에도 비슷한 사고를 당했다. 7월10일 오전 5시쯤 전남 여수시 중흥동 여수국가산단 내 롯데케미칼 1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 사고로 플라스틱 제조 원료인 롤리프로필렌(PP)을 펠릿 형태로 임시 저장해오던 직경 6m, 높이 29m의 대형 저장고 1기가 파손됐다.  

 

1월에는 여수  롯데 케미칼 공장에서 방사능 유출사고를 일으켜 지역에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금도 롯데케미칼 공장이 위치한 여수국가산단 주변에는 불안감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15년에는 울산 롯데 케미칼 증류탑에서 불이 났고, 2013년에는 서산 대산 공업단지 내 롯데 케미칼 대산공장이 사고로 1달여 간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단순 화재가 아니라 인재 아니냐"는 말이 재계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공장 관리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정밀화학 등 삼성의 화학 계열사 3곳을 인수하며 그룹의 화학BU장으로 승진한 허수영 사장의 리더십에도 일정 부분 생채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로 이날 사고 이후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급락했다. 24일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전날보다 2.38%포인트(9500원) 하락한 38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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