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 “한국관광의 사드 위기, 극복할 방법 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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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 전 관광공사 사장 인터뷰… “‘퇴폐업소 향응’ 해명했지만 언론에서 편집돼”

 

‘62.2%.’ 올 3월부터 8월 사이 입국한 중국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하락폭이다. 무려 절반 넘게 떨어졌다. 작년엔 그 수가 453만9657명이었으나, 올해는 171만7533명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올해 관광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약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정부와 언론은 입을 모아 중국의 사드 보복을 꼽았다. 

 

정말일까. 혹시 관광정책의 실패를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닐까. 이참(63)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물론 사드가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매력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전 사장은 독일 출신의 귀화 한국인으로, 귀화인 가운데 유일하게 공기업 수장을 맡았다. 10월26일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참 전 관광공사 사장 “한국은 관광대국 될 수 있어”

 

이 전 사장의 패션 감각은 남달랐다. 슬림한 바지에 슬립온 슈즈, 그리고 챙모자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196cm나 되는 큰 키도 한 몫 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는 옷차림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대의 관광 대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참 전 관광공사 사장 ⓒ 시사저널 임준선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나?

 

“나는 앞으로 5년 안에 한국이 연평균 1억명의 외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관광 대국인 프랑스도 넘지 못한 기록이다. 프랑스엔 연평균 9700만명이 방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근데 85%가 유럽 사람들이다. 한국은 어떤가. 비행기로 4시간 이내의 거리에 다양한 나라가 있고, 총 23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5%만 끌어들여도 1억명이 넘는다.”

 

 

사드 보복에 북핵까지 겹쳐 힘든 상황인데?

 

“위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조어도(釣魚島)를 놓고 분쟁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중국 관광객은 일본을 거의 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인들이 한국보다 일본을 더 많이 찾는다. 북핵 위협은 북한정권 수립 후 7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이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리스크라고 본다.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사건 때도 관광엔 문제가 없었다. 더군다나 유럽은 늘 테러 위기에 놓여 있지만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한국에 테러가 있나? 나는 배드 프레스(Bad Press․나쁜 언론)가 위기를 부풀려 왔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홍보다.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것으로 위기를 넘을 수 있다.”

 

 

그 매력이란 게 뭔가?

 

“차고 넘친다. 일단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역동적인 나라가 없다. 옛날에 한국이 관광 불모지였을 때 일본을 자주 가곤 했다. 세련된 도시 문화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일본은 시간이 흘러도 바뀌는 게 없다. 세련됨은 그대로지만 외관상 변화가 없다. 한국은 1년만 나갔다 오면 모든 게 새로워진다. 또 개방적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았다. 지금은? 도시에 살면 몇 백 미터 이내에서 온갖 종류의 커피를 다 맛볼 수 있다. 다양한 문화를 이처럼 빨리 흡수하는 나라는 없다. (이후에도 이 전 사장은 자연, 계절, 문화, 치안 등 한국의 매력에 대해 30분 넘게 설명했다.)

 

 

말을 듣고 보니 부족한 게 없어 보인다.

 

“인프라가 부족하다. 우선 숙박시설이 그렇다.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인구당 호텔 객실 수에서 꼴찌다.(2013년 세계관광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인구 100명당 관광호텔 객실 수는 0.2실) 일본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된다. 깊게 들어가면 휴가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은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의 객실 수가 잘 늘어나지 않는 것은 내국인의 관광 비중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휴가를 잘 못 쓰는 사회 분위기의 탓도 있지 않나?

 

“맞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단 대통령부터 쉬어야 한다. 미국의 트럼프나 오바마 대통령을 보라. 국민들 보는 앞에서 골프 치러 다닌다.”

 

 

대통령이 휴가 도중에 북한이 미사일이라도 쏘면 난리가 날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IT강국이다. 지금 시대엔 어딜 가도 일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단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가 될 순 없다. 그러나 제일 살기 좋은 나라는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놀아야만 경제가 성장한다.” 

 

 

노는 것이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란 말인가?

 

“아니, 필연적이다. AI(인공지능)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으면? 놀아야 한다. 휴가 문화만 있으면 부가가치도 생산된다. 우리 선비들은 1년에 한 번씩 몇 달에 걸쳐 금강산에 갔다. 그 과정에서 시조도 짓고, 글도 썼다. 놀다 보니 문화유산이 탄생한 것이다. 휴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9년 관광공사 사장 시절에 ‘2주짜리 휴가 캠페인’도 펼쳤다. 당시 삼성이나 SK 등 대기업도 따라왔다. 퇴임 후 유야무야돼서 너무 아쉽다.”

 

이참 전 관광공사 사장ⓒ 시사저널 임준선

 

‘일본 퇴폐업소 향응’ 의혹… “언론에 해명했지만 편집돼”

 

이 전 사장은 불명예 퇴임을 했다. 일본의 성인 퇴폐업소 ‘소프랜드’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 이는 2013년 11월12일 JTBC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 전 사장은 이 매체에 “합법적인 업소에서 마사지는 받았지만 부적절한 관계는 없었다”며 “비용도 일본 업체가 아니라 동행한 한국 지인이 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국 3일 뒤인 11월15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얘깁니다.” 이 전 사장은 손을 내저으며 시사저널에 말했다. 그는 “JTBC에 제보한 사람은 나와 일본여행에 동행했던 용역업체 임원으로, 공사로부터 돈을 뜯으려다 잘 안되자 보복성 제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프랜드에 가지 않았다”면서 “(한국 지인이 냈다는) 돈은 우리 일행이 모은 회비에서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이런 얘기를 JTBC에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전 사장은 “다 말했지만 방송에 나갈 땐 편집됐다”고 했다. 소프랜드는 외국인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정부 당국도 조사를 했고, 제게 잘못이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사장직에 미련도 없었습니다. 당시 3년 임기를 마치고 후임이 없는 상황에서 연임하고 있었거든요. 다만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저질스런 얘기가 나와서… 그것 때문에 이참이 한국에서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때가 되면 선출직 도전하고 싶다” 

 

이 전 사장은 현재 한국해양영토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강치 복원 사업이다. 강치는 한때 독도 주변에 살았던 물개의 한 종류다. 1900년대 들어 일본 어민들이 무분별하게 남획해 멸종된 것으로 전해진다. 

 

관광공사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이 전 사장은 “퇴임하면 독도 강치를 되살리겠다”고 누누이 말한 바 있다. 그는 “독도가 우리땅이란 건, 서울이 우리땅이란 것만큼 너무 당연해서 웃긴 얘기”라며 “강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독도를 유명한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중앙무대로 복귀할 생각은 없을까. 이 전 사장은 “외국인 출신으로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맡게 된다면 한국 사회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 “때가 되면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게 언제인가’라고 묻자, 그는 “‘충분한 공감대가 있을 때’라는 정치인들의 유행어로 대신하겠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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