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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마크롱의 위험한 도박

“불평등 심화시킨다” 프랑스 국민 61% 부유세 폐지 반대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1(Wed) 17:30:00 | 1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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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대부호들이 즐겨 찾는 여름 휴양지인 프랑스 생 트로페(St-Tropez). 10월1일, 이곳에선 연례 행사인 요트 축제가 열렸다. 같은 날 프랑스 언론은 하루 종일 요트에 대한 뉴스로 도배됐는데, 내용은 생 트로페의 축제가 아니라 바로 ‘호화 요트에 세금을 부과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호화 요트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법안을 들고나온 건 리차드 페랑 프랑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였다. 부자 감세 논란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프랑스 우파 일간지 ‘르 피가로’는 “프랑스인들은 상징적인 것에 세금을 물리길 좋아한다”며 비판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뒤이어 호화 자동차에도 추가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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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부자 과세 문제로 갑론을박인 건 다름 아닌 9월27일 에두아르 필립 총리가 발표한 새해 예산안 때문이다. “지출을 줄이고 부채를 축소하겠다”는 총리의 공언대로 예산안 곳곳에 감세 흔적이 눈에 띄었다. 그중 단연 화제가 된 건 ‘부유세’로 불리는 ‘연대세(ISF)’ 폐지였다. 

 

마크롱 정부가 내놓은 첫 예산안에 대해 마티유 플란 파리국제정치학교 교수는 “집권 초기, 투자자와 해외 자본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누가 봐도 거대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취임 초반부터 마크롱 대통령에게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달려버린 것이다.

 

 

‘부자들의 대통령’ 꼬리표 단 마크롱

 

부유세 논란이 정점에 이른 10월15일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TV 인터뷰를 가졌다. 1시간에 걸쳐 3명의 진행자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자신의 개혁방향에 변함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측은 950만 명의 시청자가 방청했다는 결과를 ‘환상적인 결과’라고 자평했지만, 방송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우려할 수준이었다. 61%의 프랑스 국민이 대통령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마크롱의 언론 인터뷰에대한 여론조사 결과와 부유세 폐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10월18일 보도 전문채널 ‘BFMTV’가 조사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확히 61%의 프랑스 국민들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부유세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보도채널 ‘프랑스 24’는 부자 감세와 관련된 프랑스 국민 다수의 반감에 대해 “부유층의 세금을 덜어주고 중산층의 돈을 빼앗아 그것을 메우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 10유로(약 1만3300원) 선으로 파격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여론을 의식해 최근 단계적 인상으로 급선회했다. 또한 중산층에 지급되는 주택보조금 역시 5유로(6650원)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금을 피하려는 노력은 부유층뿐 아닌 중산층에서까지 두루 일어나, 해외로 이주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낙향하는 노년층이나 정년퇴임을 앞둔 계층에서 포르투갈이 새로운 엘도라도로 각광받고 있다. 포르투갈은 주택 구입 시 10년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매력적인 제도로 프랑스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더구나 해변에 인접한 빌라 시세가 프랑스령 해안보다 무려 3배 가까이 저렴하기도 하다. 포르투갈의 한 부동산 업자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금혜택과 최근 불거진 프랑스 테러까지 겹쳐 포르투갈을 찾는 고객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유세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복잡한 속내는 유명 연예인들의 해외 이주를 비난하지 않는 여론에서도 잘 나타난다. 부유세를 포기했던 올랑드 전 대통령은 비난하지만, 세금을 피해 러시아로 떠난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를 욕하진 않는다. 샹송의 수호자로 불리는 샤를 아즈나부르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아버지 고향인 아르메니아로 국적을 옮겼지만, 여전히 프랑스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셰프의 대명사 알랭 뒤카스 역시 2008년 모나코로 국적을 바꿨지만,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를 찾았을때 만찬을 준비한 건 그였다. 

 

급기야 부자 감세 열풍 속에서 재경부 장관인 브뤼노 르메르는 프랑스를 떠난 또 다른 스타인 플로랑 파니에게 프랑스로 돌아올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플로랑 파니는 로열티에 10년간 세금을 매기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프랑스 과세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아내의 나라인 브라질로 떠나버린 가수다. 그러나 그의 앨범 판매고는 여전히 상위에 올라 있으며, 프랑스 민영방송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올랑드도 마크롱 부자 감세 비판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례 보고서를 통해, 부유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경제 성장에 바람직한 방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진보적인 인터넷 웹진 ‘슬래이트’는 지난 9월 국제통화기금의 이러한 권고를 예견하며, “지구촌의 경제성장률이 고공행진하는 지금이야말로 지붕을 수리할 적기”라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퇴임 후 첫 국제 세미나의 연사로 10월17일 서울을 방문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부유층에 너그럽고 서민들에게 혹독한 조세 정책은 그 나라의 생산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마크롱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프랑스 언론은 전·현직대통령이 부유세를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진단했다.

 

부자 감세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프랑스 국립통계청은 프랑스의 ‘빈곤층 지수’를 내놓았다. 전체 인구의 13.9%에 해당하는 870만 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그 기준은 월소득 1015유로(약 136만원) 미만이라고 발표됐다. 10월15일 TV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모든 프랑스 국민들의 성공을 바란다고 말했지만, 빈곤층에 대한 정책이나 대책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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