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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 미·일 동맹’에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총선 압승’ 날개 단 아베에 ‘중국 견제’ 손 내민 트럼프…‘장기 집권’ 시진핑 세계 최강국 노리며 ‘強 대 強’ 대결 구도

안성모 기자·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3(Fri) 09:16:42 | 1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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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총선 압승’으로 날개를 단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과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른바 ‘新 미·일 동맹’ 기조가 힘을 얻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시진핑 주석의 중국이 ‘굴기(崛起) 전략’을 앞세워 세계 최강국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면서 ‘강 대 강’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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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이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新 미·일 동맹’이 북한의 위협을 매개로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 강경 발언에 아베 총리가 적극적으로 맞장구치면서 미·일 양국의 결속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책임론’을 내세워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과 ‘북풍몰이’를 통해 군사 재무장을 노리는 일본의 속내가 담겨 있다. ‘쓴 열매를 삼키지 않겠다’며 군사·외교에 있어 사실상 패권의 길로 들어선 중국 역시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어 한반도 정세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가겠다는 아베

 

“일본을 다시 위대하게(Make Japan Great Again)”. 지난 10월2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다시 강력한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자 해외언론의 정치평론가들이 내놓은 말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기간 내세웠던 슬로건을 그대로 베낀 표현이다. 그만큼 이번 아베 총리의 압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뉘앙스다.

 

하지만 워싱턴의 한 정치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란을 일으키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2017년 국제정치 무대에서 실질적인 승리자는 아베 일본 총리”라고 평가했다. 아베는 대선후보 시절 ‘미국중심주의’를 표방하며 일종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피력했던 트럼프를 설득해 ‘新 미·일 동맹’ 시대를 열었고, 이제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가장 불안에 떨었던 사람이 바로 아베 일본 총리였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인 2016년 뉴욕타임스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 용인론까지 거론하면서 미국이 막대한 군비를 써가며 다 방어해줄 수 없다는 말까지 던졌다. 당시 등장한주한미군 철수론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

 

이에 놀란 아베 총리는 미국에 거액을 투자하겠다며 ‘돈 보따리’를 싸들고 백악관을 향해 날아갔고,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cornerstone)’”이라는 말을 받아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서는 중국과 영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 대해서도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는 말을 받아내 일본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져 보면 이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일본을 내세우겠다는 미국의 기존 동아시아 외교전략의 부활일 뿐이다. 이미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이른바 ‘아시아 중시 전략(Pivot to Asia)’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미국은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역할이 필요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서 이를 다시 재확인해 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2월 미·일 정상 만찬을 개최하고 있던 시간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를 내세우며 “미국은 100% 일본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전략의 핵심은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여기에 한국을 포함해 한·미·일 ‘삼각 동맹’을 완성해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역할 표명으로 ‘新 미·일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흐름이 일본의 재무장을 원하는 아베 총리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여러 차례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 아래 더 큰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안보관련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며 자위대가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아베 총리는 이제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본격적으로 자위대의 보폭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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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일본에 뺨 때려주는 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는 ‘新 미·일 동맹’의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 중·장기적으로 개헌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차지해 헌법을 바꿀 수 있는 개헌 발의 정족수를 확보함에 따라 어깨에 단 날개에 순풍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新 미·일 동맹’의 핵심은 부상하는 중국 견제지만, 현실적인 토대는 북한이 만들어주고 있다. 쉽게 말해 재무장화로 나가고자 울고 싶을 정도인데 북한이 알아서 뺨을 때려주듯 아베 총리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이번 총선 압승이 ‘북풍몰이’ 전략의 성공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 이른바 ‘사학 비리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아베 총리가 북한의 위협을 계기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 때 곧바로 관저로 나와 단호한 표정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을 규탄하면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당사국인 한국보다도 더 발 빠르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위기 대응 관리를 지시하는 등 북핵과 미사일 위기 정국을 국내 정치에 한껏 이용했다. 결과는 이번 총선의 압승이 보여주듯 대성공으로 끝났다. 일본 야당이 한반도 위기를 지나치게 부추기면서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고 비판했지만, 일본 유권자들은 아베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아베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명분은 “북한에 대한 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데 동의했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자신들이 수행할 것이니, 나를 더 믿어 달라”는 것이었다. 중국 견제를 위한 ‘新 미·일 동맹’을 추구하는 미국의 전략에 자신이 실크로드를 깔아놓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이러한 ‘新 미·일 동맹’은 ‘군사적 동맹’으로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올해 5월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미국 보급함을 경호하는 임무에 나섰고, 해상자위대 보급함은 미국 이지스함에 해상급유를 하는 등 미·일 공동 군사작전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국령 괌 주변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공격당하는 것으로 간주해 일본 주변 바다에 배치된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본토 공격을 위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북한의 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취지다. 아베 총리를 주전선수로 내세운 ‘新 미·일 동맹’이 북한의 위협을 매개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10월24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권력을 더욱 강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러한 ‘新 미·일 동맹’ 체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시 주석은 당 업무보고에서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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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은 타국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국의 발전을 도모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정당한 권익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현재 갈등과 분쟁을 초래하고 있는 각종 외교와 안보 분쟁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남중국해 열도 분쟁 문제가 다시 첨예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5년간의 권력체제를 마무리한 시 주석이 본격적으로 자국 영토권을 주장하며 군사적 행동 등 강경 기조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쓴 열매 안 삼킬 것”

 

시 주석이 당대회에서 “중국이 어떻게 발전하든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확장의 길도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5년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분명히 표방하며 대만 독립을 절대 불용하고 있으며, 자국 영토권을 주장하는 지역에서는 굴기하는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분쟁도 불사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평화적 외교’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시 주석은 중국이 2050년까지 국제영향력에서 세계를 이끄는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新 미·일 동맹’으로 합의점을 찾은 미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전략이 결국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나아가려는 굴기 전략과 부딪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으려는, 핵보유국을 지향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과 도발이 갈등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때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언급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다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11월5~7일 일본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최대 함정인 이즈모 호위함에 승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新 미·일 동맹’의 결속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관해서도 ‘중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의 대국 굴기 전략에 관해서도 일본과 손을 맞잡으며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북한 문제의 해결 방향이, 이러한 복잡한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지를 보여주는 단초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북·미 간에 예상치 못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여기에 중국과 일본까지 가세하면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팽팽한 세력 균형 속에서 남북한을 포함한 이해 당사국들이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본의 재무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新 미·일 동맹’ 기조가 한반도 정세에 어떠한 결과를 드리울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요동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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