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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배경이 된 실제 사건과 인물

차이나타운 패권 노린 중국 조폭의 혈투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5(Sun) 16:00:00 | 1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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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가 지난 10월3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0월25일까지 17일째 1위를 이어갔고, 누적 관객 수도 5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추격자》(약 504만명)를 꺾고 국내 영화 중 청소년관람불가 흥행 5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중국 폭력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형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2004년 서울 남부경찰서(현금천경찰서)는 왕건이파를, 2007년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연변 흑사파 조직을 와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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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주도한 것으로 나온다. 광역수사대에서 사건을 맡으려 하자 금천서 강력반에서 이를 넘겨주지 않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나온다. 이 영화는 2004년‧2007년 사건을 혼합한 형태다. 주인공인 마석도 형사(마동석)는 당시 남부경찰서 윤석호 경장(현 수서경찰서 경위)과 광역수사대 장영권 강력반장(52·현 부산 사하경찰서 강력3팀장)을 합쳐놓은 듯하다. 영화사에서는 윤 경위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흑룡강파와 연변파의 세력 다툼

 

영화 속 배경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은 대표적인 중국인(조선족 포함) 집단거주지다. 2000년대 초반 이 지역에 중국인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면서 폭력조직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중국 흑사회 분파들인 흑룡강파, 연변 흑사파, 뱀파, 호박파, 왕건이파 등이다. ‘흑사회’는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뜻으로 중국 본토의 폭력조직을 통칭하는 말이다. 홍콩·마카오·대만 등에서는 ‘삼합회’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조선족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근거지로 삼았다. 서울 가리봉동, 대림동, 가산동, 독산동, 봉천동, 신림동 그리고 경기도 안산 원곡동 일대다. 이 중 본거지나 다름없는 가리봉동에서는 치열한 세력 다툼이 벌어졌다. 2002년 5월에는 남구로역에서 흑사회 분파끼리 패싸움을 벌이다 상대 조직원이 살해되기도 했다.

 

흑사회 분파들은 ‘흑룡강 출신’과 ‘연변 출신’들이 양대 패밀리를 형성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호남파’와 ‘영남파’인 셈인데 중국에서도 전통적인 앙숙관계다. 연변파는 왕건이파와 연변 흑사파가 중심세력이었다. 초창기 차이나타운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흑룡강파였다. 그러나 연변 출신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왕건이파는 ‘모든 행동은 두목인 왕건의 지시에 따른다’ 등 행동강령을 정해 놓고 중국동포가 운영하는 유흥업소나 건축현장 등의 이권에 개입했다. 왕건이파의 세력이 커지자 서울 남부경찰서에서 소탕작전에 나섰고, 14명을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경찰의 무더기 검거로 왕건이파는 사실상 와해 단계에 이르렀다. 이 틈을 노려 연변 흑사파가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이들은 흑룡강파를 비롯한 군소 조직들을 하나둘 깨뜨리면서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의 맹주로 떠올랐다.

 

세력 다툼에서 밀린 흑룡강파와 군소 조직들은 인근 지역으로 피신하거나 지방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일부는 안산 원곡동이나 원선동을 새로운 근거지로 확보하기도 했다. 가리봉동에 남아 조직 재건을 노리는 흑룡강파 조직원들도 있었다. 독립적으로 자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군소 조직들은 연변 흑사파에 충성을 맹세하고 병합됐다.

 

연변 흑사파에 가리봉동을 내준 흑룡강파는 호시탐탐 복수할 기회를 노렸다. 그러다 2006년 12월 흑룡강파 조직원이 가리봉동 호프집에서 연변 흑사파 두목의 복부를 칼로 찌르는 일이 발생했는데 미수에 그쳐 살인 사건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연변 흑사파도 즉각 보복에 나섰다. 8일 뒤 차이나타운 포장마차 앞 노상에서 흑룡강파의 행동대장을 납치한 뒤 회칼로 찌르고 발목뼈를 골절시켰다.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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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차이나타운의 양대 세력으로 나오는 ‘이수파’와 ‘독사파’는, 실제로는 흑룡강파와 연변파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양 조직을 일시에 무너뜨리며 마석도 형사와 일전을 겨루는 ‘장첸팀’이 바로 연변 흑사파를 연상케 한다.

 

 

폭력 시달려도 보복 두려워 신고 못해

 

세 명이 팀을 이룬 장첸팀은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이수파와 독사파의 두목을 죽이며 조직을 흡수하거나 장악했다. 이들의 잔인함은 관객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국내 폭력조직이 운영하는 룸살롱 지배인의 팔을 도끼로 자른다거나, 독사파의 두목을 죽여 잔인하게 토막 내고, 닥치는 대로 도끼로 내려치고, 칼로 찌르는 모습에서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 조폭들도 무자비할 정도로 잔인하고 악랄했다. 이들은 유흥주점·PC방 등지에 둥지를 틀고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거나 유흥업소 업주들과 조선족 종업원들의 약점을 잡고 금품을 갈취했다. 공짜 술을 마시는 것도 다반사였다.

 

유흥업소들로부터 정기적인 상납을 받으면서 밤의 지배자로 나섰다. 이들은 평상시에도 칼이나 도끼 등을 다리춤에 휴대하고 다니면서 시도 때도 없이 폭력을 일삼았다. 자신들의 말을 거역하거나 반항하면 무자비한 폭행 세례를 가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상인들은 폭력과 금품갈취 등에 시달리면서도 신고를 꺼리는 모습이 나온다. 모두 잔혹한 보복을 두려워했다. 실제 가리봉동 상인들은 연변 흑사파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입어도 신고를 못했다. 상인들은 방검복을 구입해 영업장에 나갈 정도였다. 언제 어디서 조선족 폭력배들의 칼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번은 노래방 업주가 폭력배들의 칼에 찔려 창자가 밖으로 나왔는데도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적도 있었다.

 

상인들이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또 있었다. 국내에 들어온 흑사회 조직원들 중 상당수는 중국에서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 전력자들이다. 중국 공안의 수배를 피해 호적을 세탁한 후 한국에 들어온다. 한국에 들어오면 차이나타운에 들어가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한다. 한국으로 피신한 상대 조직원에게 보복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배들을 보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입국하거나 호적 세탁 등으로 들어오면 범죄를 저질러도 신원 파악이 안 된다. 지문 감식도 안 돼 범행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해도 추적할 수 없다. 살인을 하더라도 중국으로 피신하면 그만이다.

 

영화에서도 불법체류자들의 문제가 나온다. 차이나타운에서 살인 사건이나 신체가 훼손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흔적을 찾지 못해 경찰이 애를 태운다. 범인들이 불법체류자들이다 보니 지문 등 신원확인을 위한 흔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인물 장첸은 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도피하려다 마석도 형사와 일전을 겨룬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추방되더라도 호적 세탁이나 위조 여권을 통해 다시 들어온다. 재입국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돈만 주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고 입국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차이나타운 유흥업주들은 피해를 당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재입국해 당할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2004년 5월에 추방된 왕건이파 조직원 안석춘의 경우 출국한 지 2년이 채 안 돼서 다시 입국했다. 안씨는 중국에서 호적을 세탁한 뒤 이름을 ‘안용발’로 바꿔 2006년 11월에 재입국해 연변 흑사파의 부두목을 맡았다. 연변 흑사파의 두목도 중국에서 살인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에서는 신체 부위를 돈으로 정해놓고 ‘다리 하나에 얼마’ ‘팔 하나에 얼마’하는 대목이 나온다. 실제 연변 흑사파는 ‘한쪽 다리 절단(250만원)’ ‘양다리 절단(500만원)’ 등의 지침을 마련해 놓았으며, 청부 살해도 1000만원이면 가능하다고 할 정도였다.

 

연변 흑사파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해 실체 파악이 쉽지 않았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업주들과 주민들도 실체를 모를 정도였다. 조직원들은 낮에는 유흥업소 종업원이나 공사장 인부로 활동하면서 위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유사시 조직 간 전쟁을 벌일 때는 일시에 모여든다.

 

한번은 경찰이 기자에게 가리봉동 거리를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흑사회 분파들이 흉기를 들고 패싸움을 하는 장면이었다. 싸움이 벌어지자 수십 명의 조직원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식칼로 보이는 흉기가 튀어나오고 한 조직원이 땅에 떨어진 흉기를 다시 주워들더니 싸움판으로 뛰어들었다. 중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실제로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연변 흑사파 근거지 급습한 ‘장영권 경감’

 

가리봉동과 안산시 원곡동 일대를 장악한 연변 흑사파는 영등포구 대림동·신길동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면서 서서히 서울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도 연변 흑사파 조직원들이 대거 진출했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유흥업소 관리, 공사현장 이권 개입, 노래방·PC방·마작판 운영, 청부 폭력 등이다. 중국 동포들의 체불 임금을 받아주는 청부업에도 나섰다. 점차 기업형으로 확장하며 조직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던 것이다.

 

경찰은 연변 흑사파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직접 나섰다. 2007년 4월 광역수사대는 대대적인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장영권 강력반장(현 경감)이 진두지휘했다.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을 급습해 두목 및 조직원 32명을 검거해 7명을 구속했다. 6개월간의 기획 수사를 통해 얻은 성과였다. 

 

장 반장은 가리봉동에 오래 거주한 주민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조폭들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영화 속 마석도 형사는 큰 덩치로 조폭들을 압도했다. 주먹 한 방에 무시무시한 흑사파 조직원들도 나가떨어졌다.

 

장 반장도 젊은 시절 100kg이 넘는 거구였다. 팔뚝 굵기도 보통 사람의 두 배쯤은 됐다. 그는 한때 용인대 출신의 잘나가는 유도선수였다. 국가대표 꿈이 좌절된 후 잠시 체육교사를 하다가 경찰에 입직했다. 그의 첫 근무지가 서울 남부경찰서였다. 장 반장은 지금까지 특진을 네 번이나 했을 정도로 유능한 강력반 형사다. 

 

장 반장은 기자에게 “연변 흑사파는 조선족뿐 아니라 내국인들을 상대로도 폭력을 행사하며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일대를 장악했다. 강남지역 폭력조직과도 연계하고 있다. 흑사파 세력이 커질수록 늘어나는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싹이 더 커지기 전에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연변 흑사파는 심한 타격을 받았지만 완전히 와해되지는 않았다. 가리봉동을 거점으로 삼고 세력을 확장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금줄을 확보해 나갔다. 또 국내 조폭들과 손을 잡은 것이 경찰 정보망에 걸리기도 했다. 장 반장은 “국내 폭력단체는 흑사파를 앞세워 중국 본토와 연결을 시도하고, 흑사파는 국내 폭력단체를 보호망으로 삼으며 세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흑사파와 국내 조직폭력단체들 간에 치열한 영역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 류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4%에 해당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21만 명 정도가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 다문화 시대, 외국 조폭들에 대한 감시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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