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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김정은 체제 들어 지하종교 번진다

3월 발간된 《북한의 종교 실상》 “최대 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지하종교인 활동 중”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3(Fri) 14:30:00 | 1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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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들어 지하교회를 비롯한 비밀 종교 활동이 증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북한의 종교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교는 아편’이라며 철저히 감시하고 탄압해 온 북한에서 극비리에 예배 활동 등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견해부터 과연 그 규모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까지 다양한 입장이 제기된다.

논란은 최근 한 탈북단체 토론방에 “북한에 지하교인이 득실거린다”는 글이 오르면서 본격화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탈북 인사들은 북·중 국경을 통한 외부 문화 유입과 탈북자를 통한 은밀한 확산 등으로 인해 종교문화가 번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는 지난 3월 발간한 《북한의 종교 실상》이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김정은 정권의 엄격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최대 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지하종교인들이 활동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극히 소수의 주민들이 그야말로 목숨을 내걸고 벌이는 지하활동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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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헌법 등에서 ‘종교의 자유’를 명문화하고 있다. 1972년 개정 헌법에 김일성은 이를 명시하고 평양에 칠골교회와 장충성당을 비롯한 종교시설도 세웠다. 방북인사들이나 종교인들에게 신도들이 예배를 보는 장면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북한의 종교단체나 관련 인사들이 나서 우리 종교단체들과 교류나 공동행사를 벌였다. 대북지원 물품을 받아 챙기는 중요한 통로 역할도 맡았다.


“종교문화 번지고 있다” 주장에 이견 없어

하지만 현실에서 종교의 자유는 인정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이 선전용으로 조직한 활동 외에 주민들이 자유롭게 예배나 미사·예불 같은 의식에 참여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인이나 관광객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4월말 방북한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은 호텔에 성경책을 두고 나왔다는 이유로 평양공항에서 체포돼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6개월 만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지난 8월 병 보석으로 석방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는 2015년 1월 대북지원 활동을 위해 방북했다가 ‘국가 전복’ 혐의로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법과 현실이 따로 노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종교 문제는 양면적이다. 언뜻 보면 헌법 조항에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듯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민은 신앙의 자유와 반(反)종교 선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실제론 종교를 억압하고 법률적 제재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반종교 선전의 자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사실 평양은 1948년 김일성 정권이 수립되기 이전까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기독교가 번창한 곳이었다. 김일성 집안도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외할아버지 강돈욱은 평양 만경대 구역의 이전 지명인 평남 대동군 용산면 하리 칠골마을에 있던 하리교회 장로였다. 또 그의 둘째 딸이자 김일성의 생모인 강반석은 이 교회 집사였다. 

김일성이 교회를 각별히 챙겼다는 일화도 방북했던 해외동포 인사를 통해 전해진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된 하리교회는 1992년 칠골교회로 거듭났다. 1989년 김일성이 광복거리 건설현장에 나왔다가 “다시 교회를 세우라”로 지시한 데 따른 조치였다. 김일성은 박정희 정권 때 외무장관을 지내다 월북한 최덕신을 만난 자리에서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교회 다니던 일이 떠오른다”고 회상한 뒤 그 교회를 재건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해방 직후 북한 지역은 남한보다 종교 활동이 활발했다. 평양 광법사와 묘향산 보현사 등 유명한 사찰이 곳곳에 자리했다. 또 기독교와 천주교도 남한보다 먼저 전파돼 곳곳으로 퍼지고 있었다. 당시 주민 916만 명 중 22.2%인 200여만 명이 종교를 갖고 있었다는 게 북한 공식 자료인 《조선중앙연감》 1950년판의 집계다. 하지만 북한 정권 수립 이후 김일성은 “종교는 아편”(1972년 발행 《김일성저작선집》)이라며 지속적인 탄압정책을 폈다. 종교생활은 크게 위축되거나 고사했고, 종교인 대부분은 자유를 찾아 남한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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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정권 수립 전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

북한이 이처럼 종교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건 마르크스 종교관에 입각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종교가 부르주아 밑에 있으며, 그 지배를 정당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비판했다. 피착취 계급의 혁명의식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기능을 차단하기 위해 종교를 탄압한다는 것이다. 북한도 종교를 ‘아편’으로 규정하고, 봉건시대의 낡은 잔재라고 강조하고 있다. 1981년 발간된 북한의 《현대조선말사전》은 종교를 “이른바 저승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꿈꿀 것을 설교하는 반동적인 세계관 또는 그러한 조직”이라고 비방한다. 이 같은 체제 분위기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해방 전후 종교인들의 가족·친지 등을 중심으로 필사본 성경이나 목각 십자가를 이용한 종교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종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아직 드러난 적이 없다. 10대 시절 스위스 조기유학 기간에 서방세계의 종교에 대해 충분히 접하고 생각할 기회를 가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그가 참석한 송년 행사 등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장식물이나 인형 등이 등장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김정은의 도발적 리더십으로 볼 때 북한이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거나 통제를 느슨하게 풀어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선전전이나 비방에 매달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16 국제종교자유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은 16년째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목됐다. 북한 외무성은 이를 두고 “종교 문제까지 거들며 각방으로 걸어오는 도발 행위들은 반드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제사회나 서방국가가 어느 한 국가나 체제를 평가할 때 주요한 기준이 되는 게 종교의 자유 문제다. 북한을 고립과 파국으로 몰아가는 건 핵·미사일 도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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