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해빙 국면, 누가 울고 누가 웃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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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돌아오면 자동차·유통·화장품 등 반사 이익 기대 vs 중국 사업 철수한 롯데마트·이마트 “글세…”

 

지난해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거졌던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10월 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의 회담이 2년 만에 잡히는 등 화해 분위기가 일고 있다. 

 

재계도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1년3개월여 동안 진행된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국내 산업이 뿌리 채 흔들렸다. 롯데마트가 중국의 첫 번째 타깃이었다. 중국 현지 롯데마트 매장 99곳 중 77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두 차례에 걸쳐 운영자금 7000억원을 긴급 수혈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올해에만 중국 매출이 7500억원이나 감소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9월 중국 시장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후부터 국내 산업계와 유통 및 관광업계를 겨냥한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발목잡기’가 시작됐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1년여 만에 중국 판매 실적이 사실상 반토막 났다. 판매 부진으로 현지 부품업체에 줄 돈이 밀리면서 중국 공장 4곳이 모두 멈춰서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최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중국 유커가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갈등으로 직접 손실액만 18조원 규모

 

특히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겼고, 중국 전담여행사 161곳 중 절반이 문을 닫아야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드 갈등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규모는 연간 798만9000명에 이른다. 직접 손실액만 우리돈으로 18조원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다른 산업에 영향을 주는 파급효과까지 따져보면 직·간접적 일자리 피해는 총 40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0월24일 막을 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전후로 중국 정부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완화됐다. 사드 보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재계는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당장 관광업계의 반등이 기대된다. 중국 항공사들이 운항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 금지 지침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화해 체스추어 발표 이후 중국의 대표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이 중단했던 한중 노선의 운항을 재개했다. 또 다른 저가항공사인 길상항공도 끊긴 중국 상하이~제주 노선에 대해 다음 달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다. 

 

 

한중 양국의 사드 갈등이 해빙 국면을 보이면서 최근 중국 저가항공사들이 한중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저가항공 운항 재계로 관광업계 ‘숨통’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1월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개관식에 참석했다. 사드 여파로 판매량이 절반가량 떨어진 시장을 점검하고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해서였다. 

 

정 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질문을 받고 “좋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기회에 (양국 관계가) 좋은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개관식 이후 담도굉 베이징현대 총경리 등 현지 시장 담당자들과 함께 중국 판매 회복을 위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면세점이나 화장품 업계는 다시 돌아올 요커(중국인 관광객)에 대비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11월11일로 예정된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가 반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가 역시 좋다. 아모레퍼시픽은 2일 전날보다 2.28% 오른 31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한 달간 30% 넘게 주가가 상승했다. 사드 보복 강도가 점차 완화될 확률이 높아진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표정은 달랐다. 특히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롯데마트나 이마트의 경우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철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9월 철수 결정을 내렸다. 신세계는 연말까지 이마트 사업을 중국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사드 갈등이 해소되면 유통과 관광업계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이마트와 롯데마트 중국 사업 철수는 패착?

 

유통업계는 이들의 철수 결정이 패착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중국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글로벌 유통기업을 지향하는 롯데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트라(KOTRA)가 7월 발간한 ‘2017 중국진출 한국기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국 현지 법인 253개 업체를 대상으로 중국경제의 ‘긍정적인 요인’을 묻는 질문에 답변자의 60%는 ‘거대시장의 지속’을 가장 큰 기회요인으로 꼽았다. 생산기지 기능 지속(19%)과 세계 시장 진출 기점(10%) 등이 뒤를 이었다. 

 

10월 말 한중 양국이 사드 배치로 야기된 갈등을 봉합하기로 결정하면서 롯데마트가 신세계가 매각 추진을 다시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 측은 “롯데마트 매각 건은 이미 진전돼 온 사항으로 변동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도 “사드 사태와 관계 없이 그 동안 중국 사업을 줄여왔다”며 “사업 철수 결정 역시 이전에 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철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중 사드 해빙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롯데나 신세계가 철수를 강행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향후 중국 시장에 재진출할 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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