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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길 닦는 이상훈과 정현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심(腹心) 평가 미전실 대신해 컨트롤타워 역할 예상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ㅣ mw@sisajournal-e.com | 승인 2017.11.06(Mon) 07:54:33 |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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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깜짝 놀랄 만한 인사를 내놓고 있다. 약 한 달 전, 권오현 부회장의 사퇴는 서막에 불과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파격적 인사행보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 인물들이 주요 보직을 맡으며 전진 배치됐다는 것이다. 삼성이 총수 체제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31일 3대 부문(DS·IM·CE)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권오현 DS부문장(부회장)에 이어 윤부근 CE부문장(사장), 신종균 IM부문장(사장) 역시 사임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부문장을 맡게 됐다. DS부문은 김기남 사장이 맡았고, IM 및 CE부문은 각각 1961년생 동갑내기인 고동진·김현석 사장이 책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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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TF장, 이사회와 삼성 가교 역할 할 듯

 

이날 인사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의 위치 변화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향방을 알기 위해선 이번 이상훈 사장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영지원실장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 자리를 맡게 됐다. 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매우 신뢰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직 내에서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을 거친 그는 삼성 내 대표적 재무통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은 삼성이 향후 총수 체제를 벗어나 이사회를 통해 투명한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변화”라며 “주주들에게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 후 삼성은 또 한 번 예상을 깨는 인사를 단행했다. 물러나겠다고 했던 권오현 부회장이 회장으로 생환(生還)했다. 그와 함께 각 부문장 자리를 떠났던 윤부근·신종균 사장은 부회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경영 일선에서 벗어난 ‘고문’ 예우 성격이 짙다. 오히려 재계는 이들의 생환보다 정현호 사장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는 폐지된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인사지원팀장(사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11월3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전자계열사 컨트롤타워 격인 ‘사업지원TF’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TF를 정 사장에게 맡겼다. 삼성전자는 “각 회사 간, 사업 간 공통된 이슈에 대한 대응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협의하고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조직을 삼성전자 내에 설치해 운영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조직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TF는 말 그대로 전자계열사의 업무 조율에 집중하게 된다.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 효과가 설립 목적 1순위다. 일각에선 이외에 금융 등 비(非)전자계열사들은 이와 별도의 컨트롤타워 조직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정현호 사장은 이상훈 사장과 더불어 이재용 부회장과 ‘미국 인연’이 있는 인물로 꼽힌다. 1990년대 중반 미국 하버드대에서 함께 MBA를 공부한 인연으로 이 부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3일간 사장단 인사를 거치며 ‘이상훈 의장-정현호 TF장 체제’라는 이재용의 인물들이 전진 배치됐다. 재계에선 두 인물의 위치 변화를 놓고 이 부회장의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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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복귀 시 이사회 의장 맡을 것”

 

다만 정현호 사장이 이끌 조직이 과거 미전실과 같이 주도적으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인사조직 전문가인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통합조직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조치고 미전실이 폐지되던 당시부터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다만 현재 상황에서 과거 미전실과 같은 힘을 가진 조직이 되긴 어려워 보이며 관리 및 통합을 중점적으로 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갖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전체적인 큰 그림은 이사회가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정 사장이 이끄는 TF는 이사회의 방향을 조직에 전달하는 가교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근 대표는 “이재용 부회장 사람인 이상훈 이사회 의장 밑에 또 다른 이 부회장의 인물 정현호 사장이 컨트롤타워로 가게 됐다”며 “이 부회장 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이 이토록 이사회 체제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주주들의 리더십 및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줄 수 있다. 미전실이 폐지되고 이재용 부회장까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컨트롤타워 부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고려했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이번 인사는 주주들에게 앞이 보이지 않았던 삼성의 미래 밑그림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현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사회에서 중요한 방향을 정하고 나머지 부문장들이 이에 맞춰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경영방식은 사실상 재벌 총수 경영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삼성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평소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이 향후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면, 의장직을 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재계 컨트롤타워 조직 핵심 관계자는 “만일 이 부회장이 복귀한다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정 사장은 이 부회장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가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오너가 그룹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큰 방향을 정하는 역할에 머무르는 것은 재벌체제를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권장하는 사안이어서 이 부회장 복귀에 대한 부담도 덜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0월1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재벌 3세들의 역할은 이사회 의장에 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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