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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미국産 무기 팔려고 한국 오나

“공짜는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방한 속내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6(Mon) 14:30:00 |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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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참 수수께끼(enigma)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자들한테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11월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전직 미 국무부 관료 출신 외교전문가가 한 말이다. 그가 말한 수수께끼의 의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때론 모순되는 입장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을 비롯한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서 이 문제는 첨예하게 드러난다. 북한의 위협을 매개로 ‘철통같은(ironclad) 한·미 동맹’을 강조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도 노릴 만큼 철저한 ‘자기 이익’ 중심론자다. 그가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이 말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자신의 몫만 챙기고자 할 경우, 한·미 관계의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FTA에 관해 거의 ‘항복 문서’를 내놓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국민이 과연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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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는 트럼프에게 ‘호재’

 

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일본과 한국 방문에 이어 베트남과 필리핀을 방문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담에도 참석한다.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일본이 주축이 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탈퇴를 선언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천명한 바 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의 일환으로 내세운 TPP를 트럼프 대통령은 일거에 거부했다. 지역에 영향력은 행사하고자 하면서, 철저한 ‘미국 중심주의’로 돌아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모순에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수수께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아브라함 덴마크 전 미국 국방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파트너 국가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무엇인지, 현재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동 대응 원칙을 세운 북한 문제를 빼곤 철저하게 자기 이익만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시아 국가들이 혼돈에 빠진 상황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과연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공동 대응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나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주 좋은 호재인 것도 분명하다. 철저한 자기 이익을 내세우면서도 북한 위협에 관해선 모두가 힘을 합치자는 명분이 통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중국 견제에서 약발이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마디로 북한 문제는 중국이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그가 이른바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외교적 ‘엄포용’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한국 국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겠지만, 핵심은 중국이 더욱 북한 압박에 나서라는 압력일 뿐이다. 경제적 이익 문제로 한·미 관계나 미·일 관계가 충돌할 수 있지만, 북한의 위협이 등장하면 이 모든 것이 논외로 되는 호기를 트럼프는 아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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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항복 문서’도 받으러 오는 트럼프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호기를 이용해 엄청난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한국과 일본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백악관은 이미 트럼프의 한국 순방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슈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 무역에 관해선 ‘항복 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경제의 하나의 큰 중심축인 군수산업 발전을 앉아서 그냥 가져가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과의 ‘적절한 긴장’이 하나도 나쁠 것이 없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늘 ‘공짜는 없다’며 미군이 보호해 주는 국가들은 돈을 더 내든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알아서 방위하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요구서를 내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외교전문가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트럼프만큼 철저하게 자기 지지층만 생각하는 대통령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이번 아시아 순방의 목적도 이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중동과 유럽 순방 등이 ‘외교적 결례’가 언급될 만큼 혹평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무려 1100억 달러(약 123조원)의 무기 판매 계약을 큰 성과로 내세운 사례를 예시했다. 따라서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FTA에 관한 ‘항복 문서’와 엄청난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청구서를 들고 방한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할 것이 분명하지만, 그가 미국 국민들에게 가지고 돌아가야 할 보따리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때론 좌충우돌하면서 미국 국무부나 백악관 관리들까지도 불안하게 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세계 초강대국의 위치에서 국제 관계를 총괄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지도자’가 아니라 ‘비즈니스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하지만 이 또한 비난에 그쳐서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인지해야 하는 엄연한 국제 관계의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철저한 ‘미국 중심주의’로 미국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싸 들고 올 보따리보다 싸 들고 나갈 보따리가 더욱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가장 상대하기 힘든 역대급 미국 대통령을 맞이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맞서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트럼프 사전에 공짜는 없다”는 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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