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한강 이남 뒤덮는 재건축시장
  • 이진철 이데일리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11.06 16:07
  • 호수 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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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發 집값 과열, 반포·잠원에서 압구정·대치·잠실로 확산 중

 

서울 강남권에서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바람이 한강변을 따라 남하하면서 전체 부동산시장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서초구 반포·잠원동의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붐은 압구정을 거쳐 잠실로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넘은 강남권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열풍은 2015년부터 아파트 값이 상승하고, 내년부터 부활할 예정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재건축 속도전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단계인 사업장은 81곳, 총 7만6339가구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 40개 단지, 3만1205가구 △서초구 26개 단지, 1만8960가구 △송파구 10개 단지, 1만5572가구 △강동구 5개 단지, 1만602가구다. ‘추진위 설립-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 등 사업 단계별로 계단식 가격상승이 나타나는 재건축 단지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각 단계마다 가격상승 호재를 품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10월19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주민의견수렴 및 주민설명회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재건축 기대감에 매매가 수천만원 뛰어

 

재건축사업은 강남 부촌의 지형을 달라지게 만들고 있다. 2000년대 강남 부동산시장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 등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주도했다. 이들 단지는 최고급 단지 설계와 편리한 생활편의시설, 학군 수요의 3박자로 전성기를 누렸다.

 

반포·잠원동은 강남 중심에 있어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한강변에 위치해 조망권이 우수하다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변모한 반포자이·반포래미안퍼스티지·반포아크로리버파크는 반포동 최고가 아파트 3인방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입주한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최고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과 한강조망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3.3㎡ 평균 매매값이 5600만원을 넘어서며 국내 고가 아파트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강남 최고의 부촌으로 부상한 반포·잠원동의 바통은 잠실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문턱을 넘은 잠실주공5단지는 현재 15층, 3930가구가 재건축을 통해 최고 50층, 6400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여기에 인근의 진주·미성·장미아파트 등도 재건축이 추진 중이어서 향후 10년 내 잠실 일대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신흥 부촌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에서 사교육이 가장 발달한 최고 입지를 갖춘 대치동 일대도 재건축을 통해 반포·잠원에 뺏긴 부촌의 자리를 되찾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 초고층 건립의 꿈을 접고 35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14년을 끌어온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연내 서울시 정비계획안 승인을 받을 경우 이후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등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은마아파트 바로 맞은편의 재건축 삼총사로 통하는 ‘우·선·미’(개포우성·대치선경·미도아파트)도 정비사업 추진 속도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선경1·2차 아파트는 은마아파트를 제치고 대치동 ‘랜드마크’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개포우성1차(690가구)와 통합 재건축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대치동은 학원가와 명문 학군이라는 입지적 장점이 가장 크다”면서 “재건축사업이 탄력을 받으면 개포동이나 반포동에 뒤지지 않는 시세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변 최고의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의 재건축사업도 다크호스다. 40여 년의 세월을 맞은 현대·한양 등 24개 아파트 단지들은 구역별로 나눈 재건축 추진을 통해 제2의 부흥기를 준비하고 있다.

 

강남권의 동시다발적 재건축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매매시장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수천만원씩 가격이 출렁이면서 정부가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내놓은 ‘8·2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7㎡(23.2평)형 매매값은 8·2 대책 발표로 14억55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50층 재건축 통과 소식이 전해진 후 15억3000만원까지 다시 오른 상태다. 은마아파트도 35층 재건축으로 사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전용면적 76㎡(22.9평)가 13억3700만원에 거래되며 8·2 대책 이후 12억원까지 떨어졌던 가격을 회복했다. 총사업비 10조원 규모의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이슈는 집값 상승세를 주변 일반 아파트 단지로까지 옮겨놓았다. 인근 ‘반포자이’ 전용 132㎡(39.9평)는 최근 23억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22억5000만원)를 훌쩍 넘어섰다.

 

철거·멸실되는 이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전세시장도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동구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단계인 신동아1·2차(972가구)를 제외하고 신동아3차(240가구)·둔촌주공(5930가구)·고덕주공3단지(2580가구)·고덕주공6단지(880가구) 등 약 1만 가구가 이주를 시작한 상황이다.

 


 

“전반적인 거래량과 가격상승, 제한받을 것”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부정적이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전역의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고, 관리처분인가 기준으로 5년 내 재당첨 제한 규제를 시행키로 했다.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 적용 여부에 따라 단지별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심리적 패닉에서 벗어난 것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하려는 사업 속도전, 건설사의 과도한 수주전, 수요자들의 청약 선호 현상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전반적인 거래량과 가격 상승은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시에서 선제적으로 자치구별 이주 수요를 분배하고 인허가 시점을 조정해야 재건축발 집값 과열을 막을 수 있다”며 “강남 새 아파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도시·택지지구 개발 등 과감한 공급 드라이브 정책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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