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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종교개혁 500주년, 욕망 위에 선 한국 교회

명성교회 세습 논란으로 본 한국 대형 교회의 민낯

박혁진 기자 ㅣ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8(Wed) 10:30:00 |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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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29일 일요일. 한국 기독교에선 매년 10월 마지막 일요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특별히 올해는 교황의 면죄부 판매에 반발했던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지 500주년이 되는 해여서 개신교 내부에선 몇 주 전부터 여러 기념행사를 열었다. 개신교는 부패한 가톨릭에 맞서 일어났던 종교개혁을 개신교 역사의 출발점으로 삼고 자랑스러워한다.

 

바로 이날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국내 최대 교회 명성교회에선 설립자인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 김하나 새노래명성교회 목사 청빙(請聘)을 교인들에게 공식화했다. 기독교에서 청빙이란 사전적으론 교인들의 자발적 결의에 의해 담임목사를 타 교회에서 불러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명성교회의 청빙이 결과적으로 부자(父子) 간 세습이란 비판이 개신교 내에서 팽배하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기 위한 작업을 이미 4년 전, 어쩌면 그 전부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개별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하기 위해선 청빙위원회 구성-청빙위원회의 후보자 추천-공동의회 결의(전체 교인 회의)-노회(각 지역마다 있는 교회들의 연합회이자 상급기관) 결의 등의 순서를 거친다. 교단이나 노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공기업 사장을 뽑기 위해 사장 추천위원회 구성-이사회 의결-상급 부처나 청와대의 최종 승인을 거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각 교회나 공기업 모두 절차상으론 상향식 구조를 지향하지만, 사실상 후보자를 정해 놓은 상황에서 선정 작업이 이뤄지는 일이 다반사다.

 

명성교회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종교개혁주일을 5일 앞둔 10월24일 청빙안이 노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했다. 교회 설립자이자 원로목사인 김삼환 목사는 청빙안 노회 통과 후 첫 일요일 저녁 예배를 통해 그동안 있었던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 대해 약 10분간 구구절절 설명했다. 이날 김삼환 목사의 발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장로들의 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물려줬다. 이는 교회법에 따른 것이다.” 

 

김삼환 목사는 이날 발언에서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큰 교회(목사)는 십자가다. 져야 할 짐도 많고, 수많은 아픔과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 이 무거운 짐을 지고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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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4년 전부터 세습 논란 

 

김삼환 목사 본인 스스로도 어렵다고 인정하는 ‘대형 교회 목사’라는 십자가를 왜 그렇게 아들에게 떠맡기려고 할까. 한 기독교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대형 교회 목사의 이러한 세습을 보면서 대기업의 행태를 떠올린다.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대기업 회장도 나름의 어려움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이유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얻을 수 있는 부와 권력이 더 크기 때문으로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김삼환 목사의 발언은 ‘과연 대형 교회 목사는 이런 일반적 시각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진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명성교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 특히 세습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형 교회 목사가 갖고 있는 힘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김삼환 목사는 2년 전부터 기독교계 언론으로부터 8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런 의혹이 불거진 것은 비자금을 홀로 관리했던 장로가 2015년 자살하면서 ‘목사님께 죄송하다’는 유서를 쓴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유서 전문이 100%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유서에는 명성교회 비자금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계 언론이 명성교회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고, 명성교회 측은 이를 보도한 기자들을 고소했다. 올해 1월 법원은 기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명성교회 측이 12년간 800억원 상당의 적립금을 관리하면서도 일반 성도들에게 비밀로 했던 점,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돈을 별다른 재정 관리 시스템 없이 재정 담당 장로 1인에게 관리하게 한 점”을 들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즉, 명성교회의 비자금 의혹이 사실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명성교회는 1심 판결에 반발해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명성교회 담임목사는 교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정치권력의 ‘러브콜’을 자주 받기도 한다. 김삼환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조언을 자주 듣던 사람이기도 하다. 당연히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는 분위기의 발언을 자주 해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주일예배 설교에서 “하나님이 (세월호를)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닙니다. 나라가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은 그래선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준 것입니다”라며 “무슨 누구 책임, 이런 식으로 수습하지 말고 온 나라가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애통해하고 눈물 흘리고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가 설교 자리를 빌려 이런 발언을 해도 교회 내에선 큰 물의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가 교회를 설립했고, 곧 교회이기 때문이다. 김삼환 목사는 2017년 3월 세습안 공동의회 의결이 진행되던 날 이었던 예배에서 “교회의 3대 중심은 하나님, 교회, 담임목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본인 스스로가 하나님과 교회 그리고 담임목사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삼환 목사는 교회 내에서 당연히 성도들의 추앙을 한 몸에 받는다. 그는 담임목사직이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지만, 본인이 누려온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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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목사 父子 “세습 안 하겠다” 공언

 

명성교회 세습이 기독교계에 큰 파장을 미치는 이유는 종교개혁 500주년과 맞물려서만은 아니다. 명성교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회로 꼽힌다.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 10만 명, 출석 교인 5만 명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초메가 처치(초대형 교회)’다. 단일 교회 크기론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형 교회 설립자의 뒤를 잇는 담임목사가 누가 될 것인지는 교회 안팎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목사 부자(父子)는 평소 “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해 왔다.

 

앞서 언급했던 명성교회 청빙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인 한국 대형 교회의 민낯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김삼환 목사의 은퇴를 2년 앞둔 2013년을 즈음해 명성교회 내부에선 세습 논의가 은밀하게 진행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의 세습 논의가 외부로 드러난 것은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가 교회 내부 제보를 공개하며 명성교회를 세습 의혹 교회로 지목하면서부터다. 세반연 측에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세반연은 2013년 9월11일 명성교회가 속해 있는 교단인 예장 통합 총회장에서 세습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펼쳤다. 그러자 명성교회 장로들이 세반연 회원들을 폭행하고 감금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3년 총회에서 예장 통합 측은 세습을 반대하는 교단법을 제정했고, 교단법에 따라 명성교회 세습은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김하나 목사 역시 “총회 결의는 하나님의 뜻이며 세습 금지는 역사적 요구이고 변칙이나 술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3월 김하나 목사는 담임목사직을 물려받지 않고, 명성교회에서 5km 떨어진 경기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창립했다. 명성교회에서 수백억원의 설립자금을 대주고 1000명 이상 교인들도 새노래명성교회로 옮겨갔다. 변칙세습이란 의혹이 일었다.

 

명성교회는 2015년 9월 장로 17명과 권사 2명으로 구성된 청빙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 해 11월 김삼환 목사는 청빙위원회에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며 “한국 교회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부자(父子)는 공개적으론 세습할 마음이 없고, 모든 것은 청빙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반연이 의혹을 제기했던 것처럼 명성교회 세습은 착착 진행돼 갔다. 2017년 3월 명성교회는 새노래명성교회와 합병을 결의했다. 기업 M&A(인수·합병)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들이 교회에서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새노래명성교회 측에선 명성교회와 합병하겠다고 한 적도 없었다. 그리고 명성교회는 후임목사로 새노래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다. 교회헌법이 세습을 금지하고 있지만, 명성교회는 세습을 진행한 것이다.

 

장로교에서 청빙안이 최종적으로 유효하다는 인정을 받으려면 노회에서 안건이 가결돼야 한다. 2017년 10월24일 서울동남노회(예장 통합의 하위기관이자 명성교회가 위치한 지역의 기관)에 명성교회 청빙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서울동남노회 부노회장이었던 김수원 목사가 교회법을 근거로 세습 서류를 반려했다. 그러자 명성교회 측이 김수원 목사에 대한 징계를 노회에 요구했다. 그리고 명성교회 세습에 찬성하는 노회원들만 남아 회의를 진행해 청빙안을 통과시켰다. 총회가 법으로 세습을 금지하고, 노회에서 안건이 통과돼야 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그 어떤 것도 명성교회의 세습을 막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삼환 목사는 교인들 앞에 나서 “세습은 청빙위원회와 교단법에 따른 것이며,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은 어려운 길을 걷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전 사무처장 이진오 인천 세나무교회 목사는 “(명성교회 청빙안이 노회를 통과한 것은) 대형 교회 목사가 노회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국내 대형 교회 대부분 세습 완료

 

목회직 세습이 명성교회만의 일은 아니다. 금란교회, 왕성교회, 소망교회, 광림교회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교회들은 이미 세습을 끝마쳤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계의 반대가 있었고, 사회적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세습은 그대로 이뤄졌다. 세습을 밀어붙인 목사들 중에는 보수단체 집회에 나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세습에 핏대를 올리는 이도 여럿이다.

 

대형 교회에서 시작된 세습은 중형 교회로도 독버섯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제보를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 중대형 교회 중 수백 개가 직계 가족에게 목회직 세습을 완료했거나 준비 중이다. 규모가 작거나 재정이 어려운 교회에서 목사직을 가족에게 물려줬다는 소식은 거의 들을 수 없다. 여의도순복음교회처럼 직계 가족에게 세습을 하지 않았지만, 조용기 원로목사와 같이 설립자가 뒤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원로목사의 횡포를 문제 삼다 일부 장로들이 쫓겨나기도 했다. 명성교회 세습,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 등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지금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성역’ 대형 교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비단 목회 세습뿐만이 아니다. 담임목사가 경제범죄, 즉 횡령과 배임 같은 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고도 출소 후 버젓이 교단에 선다. 교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목사를 위해 탄원서도 제출한다. 목사의 성추문은 교회 내에서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심지어 담임목사가 교회 내에서 다수의 여성도들에게 성범죄를 일으키고도, 교인들을 데리고 나가 새 교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직접적 사과는 없었다. 시사저널이 보도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전주 장애인 단체 사기 사건의 주인공인 이아무개씨도 정식으로 목사 안수를 받은 현직 목사다. 그는 목사가 되기 10년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지만, 기독교는 이렇다 할 검증 없이 그에게 ‘목사’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기독교도 내부적으론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세습이나 범죄 등에 대해 금지하거나 징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대형 교회 목사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진 않는다. 교단 내에서 대형 교회는 곧 교단을 유지시키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이진오 목사는 최근 발간한 책 《재편》에서 한국 대형 교회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감리회가 김홍도 목사(횡령)와 형제들을, 순복음이 조용기 목사(배임)를, 침례회가 윤석전 목사를, 장로회 통합이 김삼환 목사를, 장로회 합동이 길자연 목사, 오정현 목사(학력위조), 전병욱 목사(성추행), 정삼지 목사(횡령)를 제대로 징계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이들이 대형 교회 목사이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는 공교회성을 훼손했고, 그 결과 교회의 거룩성을 훼손해 교리적·윤리적 타락을 방관하고 부추기고 가속화했다. 앞에 거명한 목사들이 작은 교회 목회자였다면 이미 목사직이 면직됐거나 제명됐을 것이다. 현재는 작은 교회와 목회자들마저 이런 대형 교회 목회자들과 카르텔을 형성해 그들의 비호를 받기 때문에 이젠 누구도 징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형 교회 목사들은 분립 교회나 지교회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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