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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죽어야 끝나는 김정은 패밀리의 ‘골육상쟁’

정부 고위인사들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암살조 베이징서 中 공안에 체포”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9(Thu) 11:00:00 |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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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죽어야 끝나는 것일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집안 권력싸움이 피비린내 풍기는 골육상쟁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월 이복형 김정남을 치명적 독극물 VX를 이용해 암살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그의 아들인 김한솔(22)을 살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후계 자리를 놓고 권력다툼을 하던 차원을 넘어, 상대의 ‘씨를 말리는’ 단계로 접어든 상황을 두고 평양 김씨 패밀리 세습권력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민감한 대북정보를 다뤄온 정부 고위인사들 사이에 김한솔 암살조가 베이징에서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한 건 지난 9월 하순이다. 당시 중국은 19차 공산당 대회로 부산했고, 공안망도 강화된 상태였다. 그런데 북한 공작원들의 미심쩍은 활동이 감지됐다. 대북 소식통은 “7명 안팎으로 구성된 공작조 가운데 2명이 체포됐고, 극비리에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김한솔을 노리고 현지에 파견된 것이란 진술을 중국 공안 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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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중국 정부가 보호하고 있는 듯

 

김정은은 왜 김한솔 제거에 집착하는 것일까. 김한솔은 엘리트 교육을 받아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로 꼽힌다. 일찌감치 마카오와 홍콩을 무대로 성장해 영어와 중국어 등에 능통하고 국제학교인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UWC)를 졸업하는 등 국제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다. 이후 프랑스 명문 그랑제콜과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수학하기도 했다. 유창한 어학실력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춰 언론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 모습이 공개된 이후부터 국제사회의 이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아버지가 삼촌 김정은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감지한 직후 김한솔은 어머니와 여동생 등과 함께 마카오의 거주지를 벗어나 잠적했다. 그의 탈출을 도왔다고 자처하는 ‘천리마민방위(CCD)’라는 조직은 지난 3월 김한솔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40초 분량의 화면에서 김한솔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영어로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 피살됐다”고 알렸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천리마민방위 측과의 접촉 결과를 토대로 김한솔의 탈출을 도운 나라가 중국·미국·네덜란드 등이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또 김씨 일행이 대만 공항에서 40시간 정도 머물며 초조한 시간을 보냈었다는 긴박한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서방으로 탈출해 은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김한솔을 살해하려던 북한 공작조가 왜 베이징에 갔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에서 김한솔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한 단서를 쫓으려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대북 관측통들은 김한솔이 극비리에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아왔고 이를 감지한 북한이 살해시도에 나선 것이란 해석을 제기한다. 서방망명이나 천리마민방위를 통한 언론플레이는 연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으로선 무엇보다 김한솔을 중국의 통제하에 둘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기부터 전통적인 북·중 친선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의 원로 지도그룹은 북한 김씨 일가의 장손인 김정남을 각별하게 챙겨왔다. 마카오에 주로 머물던 김정남은 베이징의 중국 고위층과 교류했고, 북한 권력의 대표적 친중파이자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도 가까웠다. 김정은이  2013년 12월 장성택을 반국가 혐의로 무참히 처형하자 중국 원로 세력과 영도그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장성택에 이어 김정남까지 제거된 상황 속에서 중국은 유사시 대북 영향력 발휘에 내세울 간판급 인물이 필요하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 드라이브와 미국의 대북 압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으로선 북한에서의 급변상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체제에 변고가 생길 경우 대안세력으로 내세울 수 있는 김한솔의 존재는 중국에 요긴하다.

 

이런 분위기는 김정은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고, ‘반드시 김한솔을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만들었을 수 있다. 김정은이 권력을 넘겨받은 직후인 2012년 김한솔은 외신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삼촌인 김정은이 독재자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기회가 되면 북한 인민들을 잘살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수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훗날 우환거리로 등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김정은이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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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김정은 체제 변고 시 대안세력

 

김정은은 지난 10월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여동생 김여정을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앉혔다. 파격적인 인사를 두고 유사시 후계권력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를 이은 혁명’을 강조해 온 북한은 현재 김정은의 후계 문제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사이에 낳은 3명의 아이는 모두 6살 이하 어린아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한솔의 존재는 김정은에게 큰 두통거리였을 공산이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복잡한 여성편력으로 오늘의 유혈극을 만들었다. 김정남의 생모인 성혜림과 김정은을 낳은 고용희 사이의 안방 차지 다툼이 자식 대에 내려와 사생결단의 싸움이 된 것이다. ‘인민공화국’을 표방하면서도 전대미문의 봉건적 3대 세습을 택한 업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백두혈통’을 내세워 권력의 정통성을 주장해 보려 했지만 결국 가계 내부의 다툼으로 인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일 수도 있다. 조카 김한솔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김정은의 생각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맞서 신변을 보호하고 숨겨주려는 중국과 서방국가의 숨바꼭질도 만만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믿을 건 핏줄뿐’이라며 집착을 보이던 평양 로열패밀리가 핏줄 때문에 권력기반이 흔들리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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