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치매 올 수 있다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9 11:11
  • 호수 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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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의 진료톡톡] 콩팥이 나쁜 치매 환자

 

H회장은 90세를 바라보는 중기 치매 환자다. 치매약을 복용 중이며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할 만큼 콩팥이 아주 나쁘다. 십여 년 전에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었고 이후 많은 후유증이 생겼다. 사지가 불편해지고 걷기가 어렵게 됐다. 사고 여파로 인해 불안증이 심하고 낯선 사람을 몹시 경계하며 감정 조절이 잘 안 돼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사고 후 이런저런 지적 능력이 많이 나빠지더니 2~3년 전부터 치매 증세까지 나타나 점점 악화돼 지금은 웬만한 일상생활도 남의 도움 없이는 하기 어려운 상태다.

 

뇌를 다치면 손상되는 부위가 다양해 증상도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어떤 기능은 놀라울 정도로 온전하고 어떤 기능은 영 형편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큰 사고로 뇌를 다치면 손상된 뇌세포가 담당하던 기능이 바로 사라진다. 앞이마를 부딪히면 전두엽과 후두엽이 많이 손상되는데, H회장에게서 나타나는 증상 중에 불안증과 두려움이 심하고 감정조절이 안 돼 동요가 심하고 지적 능력이 많이 나빠진 것은 뚜렷한 전두엽 손상 증상이다.

 

충격을 덜 받아 바로 부서지지 않은 뇌세포는 세월이 흐르면서 정상 뇌세포보다 빨리 부서지기 시작한다. 뇌가 충격을 크게 받으면 충격을 받은 뇌세포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이 발생하는데, 제거되지 못한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세포 손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뇌세포가 정상 뇌세포보다 빨리 부서지면서 기존의 전두엽 증세에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겹치게 되는 것이다.

 

© 시사저널 포토·pixabay

 

충격받은 뇌세포 부서질 가능성 커

 

다행히 H회장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 빈혈 등은 없었지만 콩팥이 많이 나쁜 상태였다. 콩팥 기능을 해치거나 부담을 주는 약재는 빼고 용량도 조절해야 했다. 뇌세포 재활에 도움이 되는 한약을 기본으로 하고 어혈을 없애는 한약과 콩팥 기능을 호전시키는 오령산 제제(製劑)를 합해 처방했다.

 

한 달이 지나고 다시 진찰을 받으러 온 환자는 피부가 건강해 보이고 처음 방문 때보다 표정도 밝고 총기가 돌아와 있었다. 콩팥이 나빠 약을 제대로 드실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부종이 가라앉아 턱살이 줄어들자 얼굴이 작아졌다. 잠도 잘 자고 기력도 좋아지고 기억력도 많이 호전되고 기분이 좋아져 외출도 자주 하게 됐다고 한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뇌를 다치고 난 후에는 멀쩡하게 회복된 것처럼 보여도 후유증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충격을 받은 뇌세포는 그렇지 않은 뇌세포보다 내구성이 약하고 베타아밀로이드의 영향을 받아 빨리 부서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활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좋지만 시간이 지났더라도 그냥 두는 것보다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H회장은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콩팥이 좋지 않다. 한방의 오령산은 이뇨 효능이 크지만 단순히 이뇨 효과 외에도 콩팥을 튼튼하게 하는 기능도 있다. 뇌세포를 재활하기 위한 한약은 뇌세포 이외에도 모근, 피부상피, 간, 콩팥, 골수 등의 세포를 튼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오령산과 뇌세포 재활 한약으로 장기간 치료하면 콩팥도 뇌도 상당 부분 좋아질 수 있다. H회장에게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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