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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도발이 중국 자극했나

‘사드 배치’ 반발했던 中 “한·중 관계 대화” 급선회 ‘사드 출구’ 찾는 중국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0(금) 14:55:03 |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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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1일 중국의 모든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매체는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식을 연예면 톱뉴스로 올렸다. ‘세기의 결혼식’이라 부르며 요란스럽게 관심을 쏟았다. 실제 11월1일 낮 12시 현재 바이두(百度)로 검색되는 ‘송중기’ 연관 뉴스는 5만 건에 달한다. 봉황왕(鳳凰網)이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결혼식은 118만여 명이 동시 시청했다. SNS의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었다. 웨이보(微博)에선 31일 ‘송중기·송혜교 결혼식’이, 1일 ‘(송중기 부부와) 장쯔이가 함께 찍은 사진’이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송중기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국에서 메가 히트를 터뜨렸던 스타다. 송혜교는 《가을동화》 《올인》 《풀하우스》 등으로 한류 전파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둘의 결혼식에 중국인들이 쏟는 관심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에선 한한령(限韓令·한국 문화콘텐츠 금지 조치)이 내려졌다. 그 뒤 중국 포털과 언론은 한국 연예인이나 연예가 소식을 톱뉴스로 올리지 않았다. 송중기 부부가 결혼을 발표한 7월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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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성명에 바뀐 중국 여론

 

중국 포털과 언론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한 성명 때문이었다. 10월31일 오전 9시 중국 외교부는 ‘한·중 쌍방은 한·중 관계 등에 대해 대화를 진행했다’고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성명에는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에 대해 중국의 입장과 관심을 천명했다”면서 “쌍방은 각 영역의 교류와 협력을 조속히 정상화시켜 발전궤도로 돌려놓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성명은 이튿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국제면에도 실렸다. 국제면 톱기사는 한국의 위안부 다큐멘터리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소식이었다.

 

10월18일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신형국제관계 구축’을 선언했다. 신형국제관계가 국가 간 상호존중과 ‘친성혜용(親誠惠容)’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했다. ‘친성혜용’이란 친밀, 성의, 호혜, 포용을 가리킨다. 특히 주변국과는 선린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우리 언론은 시 주석의 집권 2기 대외정책이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당분간 한·중 관계가 개선되기 어렵거나 더 경색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한·중 관계의 정상화를 선언했다. 중국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을까. 그 원인과 배경을 알려면 중국의 내부 사정을 짚어봐야 한다. 지난 3월초부터 중국 정부는 여느 때보다 강력한 보복조치를 잇따라 시행했다. 비록 일반기업과 중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발뺌했지만, 한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각종 행정조치를 쏟아냈고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금한령(禁韓令)을 내려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금지시켰다.

 

그로 인해 중국 소비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피해가 가장 컸다. 롯데마트는 중국 각지의 매장에서 영업금지를 당해 지난 9월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선양(瀋陽)과 청두(成都)에 건설하던 롯데타운은 공사가 중단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이는 관광산업도 같았다. 지난 수년간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8월까지는 171만5000여 명이 방문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2.2%나 줄어들었다.

 

이런 결과는 사드 보복 조치 초기에 예견됐었다. 지난 3월초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필자에게 “한국과 경쟁적인 관계에 있는 문화산업, 화장품, 휴대폰, 자동차, 전지 등의 산업을 선택해 보복해 자국 기업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19차 전당대회 전까지 중국인들의 민족의식을 고양시키면서 공산당의 지도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 투신하기 전 오랫동안 대만, 홍콩, 중국 등지에서 사업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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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이해하기 시작한 ‘사드 배치’

 

실제 사드 정국에도 불구하고 우리 상품의 중국 전체 수출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대중(對中)수출 증가율은 12%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의 전체 수입 증가율인 7.6%를 크게 상회한다. 지난 10년간 대중 수출 증가율은 중국의 수입 증가율보다 계속 낮았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5.1%로, 수입 증가율인 -1.5%를 하회했다. 물론 이런 수출 성장세는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 일부 중간재의 경이적인 실적에 기인한다.

 

하지만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상품이 자국 산업의 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걸 중국에 인식시켜줬다. 이 같은 현상은 내수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상인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과 상인은 중국 언론의 불매 선동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특히 한인 타운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이들은 지금도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오랫동안 중국에서 토착화하고 평소 중국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한 기업과 상인은 타격을 적게 받았고 회복세도 빨랐다.

 

이는 대륙 곳곳에 뿌리내린 한류의 공이 가장 크다. 한류는 이미 적지 않은 중국인의 의식과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한류에 관심이 없더라도 품질 좋고 저렴한 한국 상품의 추종자도 많다. 사드 정국에서 이들은 변함없는 친한(親韓) 기조를 유지했다.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최상영 사장(56)은 “저학력의 서민층은 사드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고학력의 중산층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면서 “특히 한류팬층은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2003년 중국에 와서 실내 인테리어 사업도 하며 평소 다양한 중국인과 접촉이 잦다.

 

이렇듯 불매운동은 과거와 달리 일반인의 참여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7~8월 들어 모든 분야의 한국 상품 판매가 뚜렷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필자가 8월말 만났던 지방정부 고위관리조차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9월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자국 안보를 가장 위협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사드 배치의 원인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한·중 합의가 보수정당과 일부 언론의 성토처럼 섣부르고 굴욕적인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드 사태의 시초는 미숙한 협상술로 중국 정부를 설득하지 못한 채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정권의 탓이다. 그 뒤로도 박 정권은 그 어떤 외교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우리 언론도 중국 내 정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중국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결국 사드 사태는 관념과 이론만으로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인과 교류해 온 우리 책임자들이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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