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11월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개월을 보면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것(적폐청산)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전 세계 경제 호황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사회의 모든 분야가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생각해서 저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반응은 최근 사이버사령부 댓글 조작 의혹과 국정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시행됐다는 증거가 거듭 나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1월11일 사이버사령부 댓글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군(軍) 사이버사령부 댓글 직접 지시 의혹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상식에 벗어난 질문 하지 말라”며 답을 피했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출국하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댓글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잘못된 것만 메스로 도려내면 되지 손 발 자르겠다고 도끼를 들면 국가 전체에 위태로움을 가져오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문화장관의 초청으로 2박4일 일정으로 바레인을 방문해 현지 각료 및 바레인 주재 외교사절 등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