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리스크’ 안철수-유승민 벼랑 끝에서 손잡나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11.12 16:49
  • 호수 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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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의 바른정당과의 통합 반대 기류가 변수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현실화하고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이 11월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데 이어 국민의당도 내분에 휩싸이며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졌다.

 

바른정당 의석수는 통합파 탈당으로 20석에서 11석으로 줄었고,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107석에서 116석으로 늘었다.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중도·보수 대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121석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몸집이 불어나면서 원내 제1당을 위협받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 의원의 추가 탈당이 예상되고 있어 한국당에 추월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선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0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정책연구원·바른정책연구소 공동 주최 국민통합포럼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야권發 정계개편 세 가지 시나리오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보수대통합이 거론된다. 바른정당에서 2차 탈당한 의원들이 한국당에 입당하는 것이다. 탈당자가 6명 이상이면 한국당은 원내 제1당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바른정당 새 지도부가 12월 중순까지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대상으로 하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2차 탈당이 예상된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새 지도부에 한 달의 말미를 줬고, (그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과 김세연·정운천·박인숙 의원, 남 지사 등 자강파들은 분당 논의 과정에서 당 최대주주인 유승민 의원과 소원해졌다.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은 11월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아무리 뜻과 원칙이 좋아도 사람이 정이 떨어지면 함께하지 못한다”며 “지금 이런 상태로 가면 11명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유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들과 함께 유승민계로 불린 김세연·오신환·이학재 의원 등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 잔류파를 향해 통합의 문을 닫았다고 못 박아 당장 보수대통합이 가시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탈당을 선언한 바른정당 통합파 9명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11명은 추후 복당을 희망해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렵다”며 “이제 (통합의) 문을 닫고 내부화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에 남은 분들과의) 보수우파 대통합은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국민께서 투표로 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손잡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적극적인 데다 바른정당이 국민의당을 포함한 중도·보수 대통합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포럼은 11월9일 바른정당의 2차 탈당 사태 이후 첫 모임을 갖고 바른정당 분당 이후에도 정책공조 및 선거연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통합포럼 국민의당 간사 격인 이언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중도·보수 대통합’ 추진에 대해 “저나 국민의당 의원들,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의원들이 추구하는 바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삶을 위한 공동의 가치를 함께 찾아 나가자고 모인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꿋꿋하게 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중도·보수 대통합 추진과 관련해 “(국민의당과) 정책공조, 선거연대까진 하기로 했고, 통합의 가능성까지 열어둔다는 것”이라며 “한 달로 기한을 정했는데 시간에 꼭 얽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여전히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며 “오히려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 또는 개혁 지향성 등은 여전히 당에 남아 있는 분들한테 정당성, 정통성이 있다. 저희가 중도개혁의 외연을 더 확장한다면 일정 부분 함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 등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반대하고 있는 게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양당 간 통합 여부는 당내 호남 의원들의 용인 여부에 달린 셈이다. 박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 온 안 대표를 향해 “통합, 연합, 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 어떻게 되겠느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총선 민의 3당제로 돌아왔다. 그 누구도, 당도 국민의당이 아니면 아무것도 못한다.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거둬내고 개원초심 선도정당으로 가면 승리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11월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철호, 김용태, 강길부, 이종구, 김영우, 황영철, 김무성, 정양석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 국민의당에 꾸준히 러브콜 보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론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꾸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에 있는 많은 수의 의원들이 우리 당과 거의 같은 생각들을 갖고 있다”며 “그분들은 당적만 다를 뿐이지, 상당 부분 우리 당과 같이하고자 하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같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론적으로 따지면 당 대 당으로 합치는 게 제일 모양새가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원하는 사람들만 합치는 방법도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이건 지금 따질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민주당으로선 향후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으로 여소야대 형국이 굳어지면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부담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내 제1당 자리가 위협받게 될 경우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에 대해 보다 열린 태도를 취해 입당을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때마침 국민의당에선 바른정당 통합파 탈당을 계기로 노선갈등이 벌어지면서 ‘심리적 분당’ 상황에 진입했다. 특히 ‘안철수 리더십’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당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 메시지를 올리며 안 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유 의원은 “여전히 본인이 뭘 잘못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당을 잘못 이끌어왔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혹시 ‘하는 꼴이 딱 초등학생 수준이다’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는 게 국민적 인식은 아닐까”라고 비난했다. 반면 안 대표는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는 없다”며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이 같은 당의 상황에 대해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의당은 이미 심정적으로 쪼개졌다”며 “(분당 기류가) 진작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정대철 상임고문 등 국민의당 동교동계 고문단은 11월9일 오찬회동을 갖고 안 대표의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추진을 비판하며 탈당 불사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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