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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방한 1박2일 손익계산서

한국은 ‘명분’ 얻고, 미국은 ‘실익’ 얻었다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4(Tue) 08:00:00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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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7일부터 8일까지 1박2일의 방한 일정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 국내에선 그의 ‘입’을 주목했다.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파괴’를 경고했던 것과 같은 ‘말 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압력, 노골적인 미국산 무기 구매 압박도 걱정거리였다. 우리가 미국에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을 것이란 비관적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말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한국은 한·미 동맹관계가 굳건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코리안 패싱’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는 수확을 거뒀다. 미국은 실리를 챙겼다. 한국의 미국산 무기 대량구매를 거의 기정사실화했고, FTA 협정 개정에 대해서도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에서 한국은 나쁘지 않은 결과표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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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구매’로 ‘실리’ 챙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직후부터 ‘북한 문제’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토머스 밴덜 미8군 사령관 등 군 수뇌부로부터 북핵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을 보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정에 없이 ‘캠프 험프리스’까지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청와대가 아닌 미군기지에서 영접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의 방한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는 점을 방증했다.

 

트럼프는 ‘치열한 장사꾼’이란 이미지에 맞게 행동했다. 그는 7일 양국 정상회담에서부터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와 한·미 FTA 개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대화에선 소탈한 모습을 보였지만 공식 석상에선 한국의 무기 구매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확실히 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첨단무기 획득 관련 질문을 받자 “첨언하자면, 이미 승인이 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무기 구매 관련 협상 내용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었다. 실제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비롯해 미국 첨단 군사정찰자산 획득과 개발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무기 구매를 확대하는 대신 한·미 FTA 개정 문제에 대해선 저강도 압박에 그쳤다. 이번 회담에선 ‘양국 관련 당국이 협의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정도로만 합의됐다. 한국이 미국의 전략자산을 구매하는 대신, FTA 협상에 대해선 여유를 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 다른 갈등사안으로 꼽혔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가 앞으로도 합리적 수준으로 분담키로 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문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까지 찾아갔던 점과 미국산 무기 구입 약속이 맞물리면서 무난하게 정리됐다는 평가다.

 

 

‘동맹 확인, 코리아 패싱 불식’ 명분 얻은 한국

 

한국은 미국에 경제적 실리를 안겨주는 대신에 ‘한·미 동맹’과 ‘동북아 외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인해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보일 수 있었던 사안들이 정리됐고,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이 외교적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패싱’ 문제에 대해 직접 부인했다. 그는 ‘한국을 건너뛰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다.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there will be no skipping)”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북한 문제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을 것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그는 방한 마지막 일정인 8일 국회 연설에서도 ‘한·미 동맹’을 크게 강조했다. 예상과 달리 한·미 FTA를 비롯한 통상 문제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5분간의 연설 대부분을 한·미 동맹과 북핵 해결 의지 표명, 한국의 성공에 대한 찬사에 할애했다. “1953년 정전 협정 때 아름다운 서울은 대부분 초토화됐다. 경제는 큰 영향을 받았지만 두 세대에 걸쳐 기적과 같은 일이 있어났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치켜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신뢰하는 동맹국이다. 미래도 의심치 않는다”며 한·미 동맹이 여전히 굳건함을 강조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자제력을 유약함으로 생각했다. 이는 심각한 오판”이라며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 다른 행정부다. 오늘 나는 우리 양국뿐만 아니라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시험하지도 마라”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방한은 미국에 실리를 안겨주고, 한국은 명분을 얻는 결과를 얻게 됐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11월8일 통일뉴스 창간 기념 기조강연에서 “우리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을 넘어선 어떤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가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건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한·미 동맹은 상당히 좋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역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호평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며 “근거 없는 ‘코리아 패싱’ 논란이 불필요한 문제제기였다는 것도 굳건한 한·미 동맹으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고 발언한 것은 국익과 안보 차원에서 대단히 환영할 만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재확인했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 의지를 보여주면서 한반도 비핵화로 대한민국의 평화를 함께 지키겠다는 약속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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