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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국철 “MB 정권, ‘기업인 블랙리스트’도 만들었다”

[인터뷰] “‘SLS그룹 파산’은 MB 정권의 탄압” 주장하는 이국철 前 SLS그룹 회장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4(Tue) 09:30:00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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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철 전 SLS그룹 회장이 새로운 증거를 들고 ‘SLS그룹 파산’이 이명박 정권의 기획이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 전 회장이 MB 정권의 소위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외에도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또 있다는 주장이다. 시사저널은 10월31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 전 회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언급된 기록들을 제시하며 “MB 권력이 당시 야당 탄압을 위해 SLS그룹을 의도적으로 파산시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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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를 처음 받은 게 2009년이었다.

 

“2009년 9월15일 이명박 정권 시절, ‘토착비리 1호’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이명박 정권 인사들이 왜 ‘토착비리’로 명명했는지는 모르겠다. 자기들 색깔에 맞지 않는 사람을 내치겠다는 의미 아니겠나. 당시 비자금 400억원을 만들어 (노무현 정부 시절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당시엔 아무것도 몰랐다. 국가에서 하는 공식적 수사라 당연히 협조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보니까 큰 음모였다는 것을 직감했다.”

 

 

처음 수사 시작될 때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나.

 

“일반적 수사라 생각했다. 그 전에도 압수수색을 여러 번 했었다. 죄가 있으면 처벌받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선 철도차량 관련해서 철도청에서 공식적으로 받은 도면을 문제 삼았다. 공식적으로 받았는데 기밀을 유출했다는 것이었다.”

 

 

“열린우리당 자금책으로 몰았다”

 

SLS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시점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이었다.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상한 기류를 느꼈나.

 

“2009년 9월 압수수색이 들어오기 한 달 전에 나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경남 창원 지역에 소위 ‘야당 자금책’ 중견기업 하나를 때려잡는다는 소문이 있다는 보고였다. 그런데 난 우리 회사가 표적이 될 줄은 몰랐다.”

 

 

2011년 8월8일 당시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때 “권 후보자가 민정수석이던 시절에 SLS그룹 수사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상황이었나.

 

“수사 당시 하루에 15시간 정도씩 조사받았다. 보통 그룹 회장들은 한두 번 정도 부르는데, 나에겐 유독 가혹했다. 당시 검찰에 ‘400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압수수색 영장에 담겨 있었다’고 했다. 400억원을 배당 후 횡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SLS그룹이 정말 400억원을 배당했다면 이미 공시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배당한 사실이 없었다. 압수수색을 나왔을 때 배당한 사실이 없다고 했더니 검찰 수사관들도 당황했다. 그런 이후에 별건으로 수사가 이어졌다. 그 이후에 갑자기 산업은행이 SLS조선의 현금 흐름을 막아버렸다. 그랬더니 다른 은행들도 현금을 뽑을 수 없게 하더라. 당시 회사에 7000억원의 유동성이 있었는데, 이를 막아버린 것은 우리한테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나중에 보니 ‘오너의 검찰수사로 인한 경영문제’가 이유였다고 했다. 난 신용불량자도 아니고 연체된 사실도 없었고, 대출도 없었다. 나 하나 수사 받는다고 해서 회삿돈까지 출금할 수 없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검찰에서 수사 막바지에 나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직후 산업은행에서 워크아웃을 강제로 시행했다. 그런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왜 나를 그렇게 죽였는지 알 수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2011년에 있었던 공판이었다. 증인신문조서를 보면 당시 증인이 ‘2009년 2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람이 나를 찾아와 ‘이국철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국철에 대한 정보를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블랙리스트’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최근에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경제인 블랙리스트’도 있다는 의미다. 당시 정권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선 ‘적’을 규정해야 했던 것 같다. 이 법정 증언을 보고, 최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문제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깨달았다. 2011년 법정에 나온 증인은 ‘(2009년에 민정수석실 인사가) ‘이국철은 천하에 나쁜 놈이고, 가만히 두면 안 된다. 뒷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증인 외에 다른 증인도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를 듣고 큰 음모가 있었고, 기업인을 정치판에 끌어넣는 음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나.

 

“2008년 광우병 사태가 일어나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이때 정권에서 ‘뒤엔 노무현 세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광우병 집회를 하는 시민에게 돈을 댄 기업을 찾으란 임무가 떨어졌고, SLS그룹이 표적이 된 것이다. 결국 ‘토착비리’란 명분으로 SLS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재판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존재 드러나”

 

그런데 수사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SLS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그룹 전체가 와해되지 않았나.

 

“수사만 했으면 상관없다. 그런데 금융기관들이 나서서 ‘SLS 죽이기’에 나섰다. 기업은 생물과 같은데,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적 자원이다. 그런데 회사가 죽으면 인적 자원도 잃을 수밖에 없다. 60년이 넘은 회사를 자기 입맛에 맞지 않다고 해서 죽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다.”

 

 

2011년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당시 변호인이었던 임채진(전 검찰총장) 변호사가 권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민정수석실 개입 여부’를 확인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맞다. 수사 당시 임채진 변호사가 권재진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직접 걸었다. 그때 ‘SLS그룹 사건을 청와대에서 하명한 것이 맞고, 이국철 회장을 사찰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청와대에 투서가 들어와 그 내용을 바탕으로 민정수석실에서 확인하고 대검찰청에 수사지휘를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한민국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투서 몇 장만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그것은 외형적인 명분에 불과하다. 이는 권력 차원에서 덤빈 일이다.”

 

 

SLS그룹이 와해되는 과정을 ‘MB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당시 MB 정권은 ‘노무현 죽이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을 옭아매야 했고, SLS그룹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검찰까지 동원했음에도 성과가 나지 않자, 주채권은행도 아닌 산업은행을 동원한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인들도 당시 MB 정권의 ‘기업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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