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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자치방송에 재갈 물려라!”

스페인 중앙정부, 언론 장악 논란

박미선 스페인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5(Wed) 16:00:01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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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일 스페인 법원은 카탈루냐 분리독립운동을 주도한 오리올 훈케라스 전 카탈루냐 부지사 및 7명의 전 자치정부 각료들에게 보석 없는 즉각 구속을 결정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스페인 중앙공영방송 채널(LA1)과 카탈루냐 자치공영방송 채널(TV3)의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스페인 중앙방송은 이들이 기소된 혐의인 반역죄·선동죄·횡령죄 등을 자세히 다루면서, 최대 형량이 30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뒀다. 반면 카탈루냐 자치방송은 법원 구속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와 시위대의 인터뷰를 다루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벨기에에 체류 중인 카를로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공식 입장 역시 TV3를 통해서만 전체 내용이 방영됐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있었던 10월1일에도 두 채널의 방송편성은 사뭇 달랐다. 카탈루냐 자치방송은 선거에 대해 생방송 뉴스와 토론 등을 통해 자세하게 다뤘다. 스페인 중앙방송은 정규 뉴스에서 선거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한 채, 미국 영화 《천사와 악마》를 송출했다. 다만 영화 방영 중 3번에 걸쳐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공식 성명을 속보로 전했다.

 

TV3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운영자금을 지원해 온 공영방송그룹 CCMA에 소속돼 있다. TV3 이사장을 맡고 있는 빈센트 산치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임원은 푸지데몬 카탈루냐 전 자치정부 수반이 임명했다. 빈센트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공연하게 자신이 독립주의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TV3는 카탈루냐 언어인 카탈란어로만 방송되는 자치 채널로, 1984년 1월 첫 방송이 시작된 이후 카탈루냐에서 가장 높은 뉴스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 이후인 지난 10월부터는 시청률이 전달 대비 40% 증가하기도 했으며, 중앙방송 채널인 LA1보다도 10%포인트 높은 17.1%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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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 헌법 155조로 자치방송 통제 계획

 

이런 이유로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몰수하는 헌법 155조를 적용하면서, 행정 및 경찰 조직 통제와 더불어 자치공영방송을 직접 통제할 계획을 발표했다. 10월24일 스페인 언론들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10월21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마련한 카탈루냐 행정권 장악 계획 중에는 ‘텔레커뮤니케이션과 디지털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운영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공공 인터넷 서비스나 방송까지 스페인 정부가 통제한다는 구상이다. 스페인은 중앙정부의 방침을 거스르는 카탈루냐 공영방송 임직원을 해임할 수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독립을 저지하는 대책 중 최우선 순위에 미디어 장악을 두는 것은 자치공영방송이 갖고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 조사에 의하면, 카탈루냐 자치방송 TV3를 보는 75%가 독립에 찬성하는 반면, 중앙방송 LA1를 보는 사람의 82%가 독립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 매체가 발달한 만큼 뉴스와 정치 관련 정보가 방송매체를 통해서만 전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TV3는 현재까지도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의 공식 성명을 단독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매체들과 큰 차이점이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에서는 TV3가 민족주의와 분리독립주의를 끊임없이 조장하고 강화한다고 비판하면서 카탈루냐 방송들이 중립적 위치로 돌아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 언론계에선 오히려 중앙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당 집권 이후, 중앙공영방송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검열과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기 때문에 이번 스페인 정부의 카탈루냐 자치방송 통제 계획 발표에 대해 카탈루냐뿐 아니라 스페인 전체 언론인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언론인들은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스페인 중앙정부의 방송 편향성과 조작성이 도를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월24일 TVE(스페인 공영방송 TV) 뉴스 협회는 카탈루냐의 독립과 관련해 중앙공영방송이 뉴스를 편협하게 조작하거나 잘못 보도한 23가지 사례를 상세하게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이와 함께 “정부가 말하는 진실성, 객관성, 균형성 그리고 정치적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정보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국민당 정부 행태로 보아 ‘패러독스’일 뿐이며, 공영방송은 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 정부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단체 “공공매체에 대한 정치적 간섭 반대”

 

이보다 하루 앞선 10월23일엔 스페인 다른 공영방송 노동조합들 역시 즉각 “카탈루냐 자치방송을 지지하며 민주주의의 기본 중 하나인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심지어 카탈루냐 독립을 가장 반대하는 지역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라디오, 텔레비전 또한 “공공매체에 대한 정치적 간섭에 반대한다”며 “대중 매체를 정치권력에 종속시키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 다원주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12월21일 실시될 예정인 자치정부 조기 선거의 캠페인은 12월5일부터 시작된다. 11월3일 시행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조기 선거가 치러질 경우 카탈루냐 공화당 등 독립파가 반독립파를 누르고 과반을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선거 캠페인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치방송의 정치적 객관성 유지는 선거관리위원회 감독하에 있다고 하지만, 자치방송의 임원 인사권은 헌법 155조에 따라 현재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 언론의 자유라는 거대한 원칙에 부닥친 스페인 정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가 카탈루냐 독립에 있어 또 하나의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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