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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탈당파들이 보여준 ‘가짜 보수’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바른정당 ‘철새 파동’이 우리에게 준 교훈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4(Tue)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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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든 느낌이다. 뻔뻔한 철새들이 또 다시 등장했으니 말이다. 명분은 그야말로 고상하다. “과거를 묻고 따지기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위중하다고 생각했다”라는 그들의 언급에서 실소(失笑)가 터져 나왔다. 보수우파 국민과 함께 보수 대통합을 이뤄 좌파 폭주에 대항하겠다는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공감이 가지 않는 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위중한 것이 아니라 지금 바른정당에 소속된 자신들의 상황이 위중하다는 걸 국민들도 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당한지 불과 10달 만에 바른정당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올해 1월24일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33명의 국회의원이 새누리당에서 탈당하며 국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다고 국민 앞에서 사죄하며 ‘개혁 보수’를 토대로 ‘진짜 보수’가 가고자 하는 길을 끝까지 걷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에 끝까지 남아 당을 개혁하겠다고 주장한 유승민 의원을 설득하며 바른정당으로 끌어들인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으로 원대 복귀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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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의원이 탈당한 후 바른정당을 창당했을 때 이들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바른정당이 지향하는 가치관과 철학이 무엇이냐”였다. 바른정당이 언급한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 진짜 보수’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의 대다수 의원들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이유가 명확한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비전에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난파선에서 “나부터 생존하자”며 구명보트로 뛰어들었기에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사실 그들이 공유한 가치는 ‘선거에서의 생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여겨진다. 

 

바른정당의 상당수 의원이 생존만을 생각했다고 보는 이유는 지난 5월 유승민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을 때 13명의 의원이 동반 탈당했기 때문이었다. 전날만 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을 ‘가짜 보수, 극우 보수’라고 비난하던 이들이 유승민 후보의 대선 패배가 점점 명확해지자 간판을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갈아단 것이다. 파란 간판에서 빨간 간판으로 다시 탈바꿈한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변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5월 바른정당 내 김무성계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하고, 그 다음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것은 ‘역대급 변절자’의 모습이었다. 

 

당시 13명의 의원이 탈당 이유를 다시 한 번 들춰보자. 대선 일주일 전 탈당한 이들의 주장은 지금 듣기에도 명분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안보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때이며, 이런 상황에서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다.” 정확히 6개월 후에 똑같은 레토릭을 김무성 의원이 사용할 줄은 미처 몰랐다. 5월에 정치, 경제, 안보가 위급해서 탈당해야겠다고 선언한 13명의 선언과 11월에 과거를 묻고 따지기엔 현재 대한민국이 너무 위중하다고 언급한 9명의 선언을 듣고 공감한 이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철새파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국민의 염원을 이렇게 모르니 바른정당이 잘될 리가 없다.

 

더 우스운 건, 1차 탈당 때 자유한국당으로 복귀를 노리다가 여론에 밀려 바른정당에 남았던 황영철 의원의 태도이다. 1차 탈당 때 바른정당에 남았던 그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역구가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지역도 아니고 탈당했다면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를 감내하고 결심했던 어려운 결정이었다”라며 자신의 탈당 행위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후 이어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힘들더라도 개혁 보수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겠다던 그는 6개월 만에 다시 자유한국당 문을 두드렸다. 자기 스스로 따뜻한 보수, 진짜 보수가 아닌 차가운 보수, 가짜 보수라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지난 1차 탈당 때 13명의 의원을 강력히 비난했던 김용태 의원의 이중적인 행태도 놀랍기는 매한가지다. 성명서를 통해 “올바른 보수를 재건하는 일에 모든 걸 다 바치겠다”며 새누리당을 제일 먼저 탈당했던 그는 힘에 붙이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제대로 된 보수를 세우기 위해 끝까지 바른정당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들로부터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적 받고 있다며 비판했던 그는 이달 초 “보수 대통합의 길을 먼저 가겠다”며 바른정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김용태 의원이 그 동안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정당민주주의’였다. 그가 말한 정당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바른정당의 탈당 및 분당 위기 사태는 사실 정당, 기업, 학교 등 모든 조직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거시조직 이론 발전에 기여한 바너드(Barnard)에 의하면 “조직은 2인 이상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헌할 의욕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공헌 의욕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체계, 신념, 철학 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와 절차보다 조직을 더욱 강하게 단결시키는 건, 모두가 동일한 신념과 가치관, 철학을 지녔느냐 여부에 있다. 신념과 가치로 뭉쳐야 상황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초연하게 자신들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일관되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조직 구성원들이 가치체계를 공유하지 않으면 상황이 불리하게 바뀌거나 급변할 때 조직은 급속도로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2014년 1761만명이 관람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130척이 넘는 왜군과 당당하게 맞서 승리한다. 가치체계를 공유한 조직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지, 위기 앞에서 얼마나 탄탄한 결속력을 갖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 점을 인식한 듯, 유승민 의원은 5월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마지막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이제 12명의 의원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또 다시 일부 의원은 탈당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쯤에서 “대한민국이 위중해서 보수 대통합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통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의원들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 궁금하다. 적어도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조직의 위기관리는 기본에 충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신념과 철학, 가치관이 없는 조직은 미래의 또 다른 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생존만을 생각하고 자기 선거에만 연연하는 의원들이 뭉친 조직에게 미래의 대한민국을 맡기기 어려운 이유이다. 변화가 급격할수록 조직의 철학과 가치관, 신념이 왜 중요한지 바른정당 ‘철새 파동’이 우리에게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이들은 또 어디를 향해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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