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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진로, 지나친 부모 간섭은 ‘약’보다 ‘독’

[한가경의 운세 일기예보] 적성(適性)에 맞는 진로 택해야 성공한다

한가경 미즈아가행복작명연구원장․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5(Wed)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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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가는 문과 적성(適性)인가요, 이과 적성인가요?” 갓 태어난 아가의 진로를 벌써부터 확정하려는 젊은 부모가 있다. 신생아 작명을 하러 오거나 혹은 앞서 아가가 태아일 때 제왕절개 출산 수술 날짜를 택일하러 온 기회에 미리 진로를 상의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 마음이야 이해가 간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고 여유가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문과와 이과 어느 쪽이건 다 가능한 자녀들이 대부분 아니겠는가. 

 

미리 예단할 필요가 있을까. 레바논 출신 시인 칼릴 지브란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비록 내 아들로, 혹은 내 딸로 즉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하늘이 준 자식이라는 마음을 잊지 말라.”

 

출산이란 우주의 기운을 받아 한 생명이 탄생하는 엄숙하고 신성한 일이다. 소우주라고 불리는 한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나는 일인 데, 신비로운 한 생명이 삶을 시작하는 순간인데 하늘의 큰 뜻이 어찌 없겠는가. 무릇 어깨에 짊어진 짐을 짐칸에 올려놓고 편안히 열차여행을 즐기듯 살아가면 된다. 자연의 섭리와 타고난 명(命)을 믿고 겸손하게 순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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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도 않는 아가의 진로부터 걱정하는 부모

 

사람은 스스로 신(神)과 대화하며 자신의 업보와 공덕에 따라 화복(禍福)을 입고 누린다. 역리학은 순리와 천명을 거역하며 살지 않고 살도록 도우고 조언할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무도 사람이 타고난 천부적인 자유의지를 부인할 수는 없다. 삶의 권리와 책임의 한 가운데 자신이 존재할 뿐, 우리는 모두 자유인이다. 

 

그런데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 하는 것도 사람이 타고난 사주팔자다. 즉, 부모복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부모가 사랑과 지혜로 잘 이끌어줌으로써 자녀가 남달리 성공하는 예는 많다. 어릴 때부터 공부 잘 시켜주고 부모가 살아온 삶에서 체험한 경륜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녀가 가야할 지름길까지 알려주는 부모라면 부모덕 있는 사주다. 

 

그런가하면 자신이 어릴 때 고생하며 컸다고 해서 무조건 자식에게 올인하고 진로도 오버하며 강제하는 부모도 있다. 아들 딸이 원하는 대로 길을 가도록 부모가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럴 때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부모의 과잉 애정에 자식이 힘들게 된다. 자식이 무슨 물건도 아닐진대 부모가 낳았다고 소유물처럼 여겨 너무 간섭하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자문해 볼 일이다. 

 

최근 만난 B씨는 딸이 의학을 전공하고 있어 딸의 의학 전공과목과 향후 진로를 상담하러 왔다. 딸은 유명 대학병원에서 그 어려운 인턴 과정을 마쳤다. 응급실에서 밤을 지새다시피하며 힘들게 지냈다. 피를 철철 흘리며 다른 병원에서 이송된 환자들에 대한 응급처치도 많이 맡아 성공적으로 해내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B씨는 딸이 앞으로의 의사생활에서 중환자 수술 같은 힘든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정의학과나 소아과를 전공과목으로 택하도록 권했다. 

 

하지만 대학교수인 남편은 반대였다. 남편은 졸업 후를 생각했다. 병원 취업도 잘 되고 개업을 해도 비교적 수입이 좋을 것 같은 산부인과 의사가 되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사주를 감명해보니 B씨 딸은 과단성 있고 위세가 강해 ‘괴강’이라고 불리는 경오(庚午) 일주에 ‘편관격’이었다. 태어난 날이 쇠 혹은 칼의 기운을 타고난 사주로 금(金) 오행이다. 사주가 기본적으로 본성이 단단하고 야무지며 몸과 마음이 다 강건한 편이었다. 호기심도 많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면서도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나서고 매사에 칼같이 자르는 결단력이 있다. 남에게 굽히기 싫어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성품 때문에 비타협적이라거나 지독한 냉혈한이라는 비판도 듣는다. 

 

그런 ‘칼같은’ 성품의 딸이 진로 문제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왜일까? 자녀의 앞길에 대해 코치하는 부모의 생각이 서로 달랐다. 그러나 해답은 있었다. 문제를 푸는 키(key)는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딸은 강한 리더의 별인 편관이 천간에 투출된 명조였다. 재(財) 보다는 관(官)을 우선시하는, 돈 보다는 명예와 자존심, 직장을 중요시하는 사주였다. 주관도 강하고 욕심도 많은 편인데 특히 일욕심이 강했다. 그래서 가정의학과 의원 개업 보다는 아직은 큰 병원에서 고난도 의료서비스를 하는 데 더 만족스러워 할 여성이었다. 이 점을 이유로 들어 필자도 산부인과 전공을 권유했고, B씨도 수긍했다.

 

“따님은 이를테면 칼 한 자루를 들고 당당하게 태어난 영웅 사주입니다. 딸을 나약하고 가녀린 여성으로만 보지 말기 바랍니다. 이번 생에는 치마를 둘러서 여성이지만 전생에 장군으로 살았다고 할 정도로 강인한 기운이 있네요. 따님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가만히 두십시오. 그러나 아마도 산부인과 쪽을 선택할 것입니다. 실력도 있고 의욕도 남달라 결국 보수는 물론, 업무로 인한 보람도 남다른 큰 종합병원의 이름 난 산부인과 의사가 될 것입니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어느 부모가 다르랴. 어머니 P씨가 갑자(甲子)일생 교교생 K군을 데리고 상담하러 찾아왔다. 갑자일생의 ‘갑(甲)’은 나무요, ‘자(子)’는 빗물. 물에 뜬 부목(浮木)인 셈이다. 갑자일생은 대체로 낙천적이고 다정다감한 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갑자일생은 사주에 따라 친구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재주 있고, 주위에 인기도 많지만 술과 이성, 유흥을 좋아하고 부초(浮草)같은 인생을 살기도 한다. 

 

어머니에게 이끌려 마지못해 따라온 K군은 필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상담실에서 필자와 마주 앉아서도 귀에 헤드폰을 끼고 고개를 연신 흔들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P씨가 한심하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이 외박을 많이 하고 있구요. 주로 PC방에서 컴퓨터게임이나 하면서 여자친구들과 함께 밤을 보내나 봅니다. 이러다가 덜컥 여자친구를 임신시킬까봐 걱정이 되네요. 지금 인문계 고교를 다니니 남들처럼 대학에만 입학해주면 하는 바람뿐인데….”

 

누구나 꿈은 꿀 수 있다. 그러나 K군의 대학 진학은 주위의 눈을 의식한 어머니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학교 조퇴와 결석을 밥 먹듯 하고 있어 현재 재학 중인 인문계 교교의 졸업장도 받기 힘든 학생이었다. 하기 싫은 입시공부를 부모 강권에 못 이겨 하고는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부모 강권에 입시공부 하지만 마음은 ‘콩밭’에

 

얘기 좀 하자고 했다. K군이 머리에 걸어놓은 헤드폰을 벗고 상담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상담해보니 요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주풀이로 요리는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 일이었다. 차라리 특성화고교로 전학을 해 조리 기술을 배우는 게 낫겠다는 필자의 말에 아들은 반가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시 공부가 아니라 배우고픈 기술을 익히는 것이니 열심히 해보겠노라고 약속했다. 

 

필자는 대학진학을 포기한다는 아들 말에 서운해 하는 어머니 P씨를 설득했다. 아들이 원하는 진로를 가게 해주도록. 아들이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물위에 뜬 나무, 부초처럼 방황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K군 자신만의 특장과 기술이 필요했다. K군은 한 마디로 ‘끼’가 많은 사주팔자였다. 그 넘치고 넘치는 ‘끼’를  살려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아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나무로 비유되는 K군 사주에 있는 그 많은 물, 즉 수(水) 오행은 육친상으로는 관심과 애정이 넘쳐 아들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어머니이기도 했다. 이 사주의 물이 넘쳐 물이 더 필요 없다. 끝내 어머니가 양보하기로 했다. 필자는 철없이 탈선의 길을 가고 있던 K군 얼굴에서 반전과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가 부디 마음잡고 특성화고교에서 잘 적응해 유능하고 건실한 사회인으로 커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무릇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해야 성공하는 법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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