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韓中日 문화삼국지 시작됐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5 14:48
  • 호수 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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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시아 5개국 순방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중 한·중·일 순방은 북한 핵문제 때문에 세계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11월5일부터 10일까지 5박6일 동안 진행된 트럼프의 동아 3국 순방은 그야말로 화제만발이었습니다. 특히 세 나라가 약속이나 한 듯이 트럼프 모시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할 때 쓰는 말로 ‘칙사대접’이라는 말이 있는데, 칙사(勅使)는 황제의 사신을 뜻합니다. 이번 세 나라의 트럼프 모시기는 칙사대접이라는 말로도 모자랍니다. ‘황제대접’이라고 해야 실감이 날 듯합니다.

 

왜 이랬을까요. 한 지인이 11월9일 밤에 페이스북에 분석글을 올렸는데 그럴듯합니다. 다소 길지만 거의 원문대로 인용합니다.

“미국 내 지지도가 전후 최저인 트럼프가 한·중·일로부터 전례 없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결론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동시에 한·중·일 세 나라를 거의 1박2일로 연달아 방문했기 때문. 즉 3국의 역학관계 속에서 누가 누가 더 최강국 대통령의 ‘마음을 사나?’ 하는 경쟁&비교심리가 심히 개재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트럼프가 적어도 표면적으론 ‘터프가이’, 즉 직설적이고 거침없고 매버릭스 타입이기 때문. 맘에 안 내키면 즉석에서 ‘밥상 뒤엎을 스타일’이기 때문에 3국 모두 그의 심기 거스르지 않고 환심을 사려고 노심초사 최상의 스페셜로 대접. 말랑말랑한 오바마나 허허실실 클린턴이었다면 이렇듯 지극정성은 아니지 싶다.”

 

트럼프는 동아 3국 순방에서 정치적 노련함을 과시했습니다. 가장 먼저 일본을 방문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거의 혈맹 수준의 밀월을 과시해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중국을 긴장시켰습니다. 이틀씩 자고 간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은 1박2일로만 다녀가 홀대 논란이 나오기 쉬운 상황이었는데 3국 중 유일한 국회 연설로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중국 가서는 장기집권 교두보를 구축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서 북핵과 무역불균형 문제를 타협하고 2535억 달러(약 284조원)에 달하는 투자약속을 받아냈습니다.

 

트럼프의 동아 3국 순방은 우리에게 뜻밖의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바로 ‘음식’입니다. 영리한 트럼프가 이들 세 나라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고, 세계인들은 자연히 세 나라를 비교하게 됐습니다. 순방 기사 중 북핵 등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주목받은 것은 음식 기사였습니다. 트럼프가 세 나라를 방문해서 뭘 먹었는지는 이미 기사가 많이 나왔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트럼프 순방을 계기로 우리는 음식과 문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순방으로 세 나라의 문화 경쟁력이 비교됐는데, 모든 문화의 바탕에는 결국 음식이 있다는 공감이 확산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많이 불리합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프랑스와 더불어 세계 양대(兩大) 요리 강국입니다. 일본도 만만찮습니다.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서 해외에 일식을 보급해 온 나랍니다. 일본은 일식을 고급스럽고 깔끔한 건강식으로 이미지 메이킹 하는 데 성공했고, 요즘은 중식보다 일식을 더 쳐주는 나라가 많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수도 도쿄는 파리 다음으로 미슐랭 가이드 별을 많이 받은 도십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한식은 중식과 일식에 비하면 세계무대에서 명함도 못 꺼냅니다. 이명박 정부 때 한식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열심히 했지만, 박근혜 정부로 바뀌고 나서는 전 정권 사업이란 이유로 시들해졌습니다.

 

앞으로 음식을 비롯한 세 나라 문화경쟁력 비교는 무수히 많을 것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한·중·일 문화삼국지는 이제 시작입니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대한민국이 이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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