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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에 유린당한 겨레 자생식물 수탈 100년의 역사

3차 원정 통해 고유 식물 960종 미국 반출…일본서 펴낸 《조선삼림식물편》 중요한 교본 되기도

김형운 탐사보도전문기자 ㅣ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8(Sat) 10:38:37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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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 금수강산에서 조상과 숨결을 같이해 온 겨레 자생식물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가온 종자 및 식물유전자 전쟁에 대비해 겨레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농산물 개방과 물질특허 등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취재하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보호 및 육성의 당위성,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외국의 밀반출 실태, 외국의 자생식물 보호 사례 등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키워 나가는 대안과 방향 제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 고유 식물에 대한 미국의 수탈은 당국의 ‘반 묵인’하에 1984년부터 5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미국국립수목원 아시아 식물채집 책임자였던 베리 잉거와 식물부장인 실베스터 마치, 홀덴수목원의 피터 브리스톨, 미국 듀폰사가 지원하는 롱우드식물원의 식물부장 윌리엄 토머스, 미국 최대 제약사인 머크가 지원한 식물학자 폴 마이어 등이 이 작업을 주도했다.

 

이들은 1984년 1차 원정대를 꾸리고 강화도-소청도-대청도-백령도-태안반도를 돌았다. 1차 원정대는 백령도의 추위에 내성이 강한 동백나무 등 자생식물 250종을 채집해 몰래 반출하고, 종자도 함께 가져갔다. 1985년 2차 탐사에서는 내장산-변산반도-목포-대흑산도-소흑산도에서 산딸나무를 비롯한 900종을 가져갔다. 1989년 3차 원정에서는 용문산-태백산-울릉도를 샅샅이 뒤지며 우수한 유전자원을 찾아다녔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3차례에 걸쳐 모두 950종, 6000여 점의 겨레 자생식물을 반출했다는 것이 우리 식물학자들의 증언이다.

 

우리나라 자생식물 반출의 역사는 중국과 일본이 유럽 열강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수탈당한 직후인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열강들이 당시 조선의 문호 개방을 요구할 당시 조선을 다녀간 선교사들이 우리의 희귀한 자생식물의 묘목과 종자를 가져가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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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 자생식물 밀반출 1800년대부터 시작

 

1900년대로 접어들며 외국인에 의한 식물 밀반출이 본격화됐다. 식물 반출의 전설적인 인물인 어네스트 윌슨, 일명 ‘차이니스 윌슨’으로 통하는 영국인이 1914년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식물 채집과 반출에 나섰다. 1920년대부터는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 등 선진 유럽의 여러 선교사에 의해 우리 자생식물이 반출되며 유럽 각국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프랑스 신부인 타케는 제주도와 남해안의 난대수목과 백두산 등에 많이 퍼져 있는 북방식물을 자국으로 반출해 유럽에서 뿌리를 내리게 했다.

 

우리나라의 특이한 기후조건으로 인해 겨레 자생식물의 유전자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탁월하다는 게 외국 식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리나라는 위도상 해양성 및 대륙성 기후가 공존하고,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기후의 특성으로 내한성이 강한 식물과 남해안·서해안·제주도 등지의 난대성 식물이 함께 자라 그 어느 국가보다 식물 다양성이 높은 편이다. 또한 특수한 기후조건으로 인해 우리 식물들은 내한성과 함께 내병·내충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외국 식물학자들과 종자회사들이 일찍부터 눈독을 들였다는 것이 국내 식물학자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 자생식물은 일제 강점기 때 집중 반출의 대상이 됐다. 우리의 토종 ‘고려꿩’을 비롯한 각종 동물 유전자원과 함께 대부분의 식물들이 일본으로 넘어갔다. 일본 총독부의 식물채집원이자 식물학자인 나카이는 조선에서 10년을 머물면서 중대 규모의 탐사대를 이끌고 다녔다. 이들은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전국을 돌며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대부분의 식물을 반출했다.

 

나카이는 이렇게 모은 겨레 자생식물을 묶은 10권의 《조선삼림식물편》을 펴냈다. 부끄럽게도 이 책은 한국과 일본 식물학의 중요한 교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식물학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일본인이 펴낸 한국 식물 분류도감이 아직도 식물학의 교본으로 널리 읽히고 있고, 우리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나카이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는 자생식물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반출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갖추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우리나라 나무나 꽃의 원종과 신품종만 311가지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찍부터 우리 자생식물의 대부분을 본국으로 가져간 데다, 우리 자생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책까지 엮어낸 일본과 대조되고 있다.

 


국제적인 공통어인 라틴어를 사용하는 식물학명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우리의 고유한 나무인 미선나무와 구상나무를 비롯해 이름만 들어도 싱그러운 산딸나무, 때죽나무, 모감주나무, 동백나무, 층층나무, 섬바디와 나도풍란, 콩짜개덩굴 등을 비롯한 관상수와 난 종류도 1000여 종이나 유출됐다. 지금도 여러 경로를 통해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 식물학자들의 걱정이다.

 

더 이상의 반출을 막고, 우리나라도 이제는 겨레와 조상들의 숨결과 함께해 온 우리 자생식물의 보호와 육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식물학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영주 한국식물원협회 부회장은 “열강들에 의해 반출된 우리 자생식물은 특산종과 희귀종 중심이다. 조경수 등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은 식물도 많이 유출됐다”며 “그러나 식물의 반출에 대한 만시지탄보다는 이제라도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보전·육성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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