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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우롱하는 정부’ 내일이 없다

[쓴소리 곧은소리] ‘정치’와 ‘안보’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송복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11.20(Mon) 11:30:00 |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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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군사는 실험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고대국가 이래 최고의 금기사항이다. 세상에서 실험이 안 되는 것, 실험해서도 안 되고, 실험해 볼 수도 없는 것이 이 두 가지다. 정치에서 정책을 내놓고 일단 실험해 보고 결정하자고 했을 때 실패하면 어떻게 되느냐, 개인이나 기업의 경우 그 피해는 그 개인만의 것이고, 그 기업만의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경우, 그 피해는 정책을 실험한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것이 된다. 그래서 《맹자》엔 ‘연목구어(緣木求魚) 후필재앙(後必災殃)’이란 정치인이면 누구나 깊이 새겨야 하는 금기어가 있다. 나무에 올라서 고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기어코 나무에 올라가 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 피해는 그 어리석은 정치인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로 간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재앙이 된다. 그것도 국가적 재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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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싸움하다 망한 조선을 거울삼아야

 

군사에서도 실험 삼아 적을 공격해 보고, 실험 삼아 전쟁해 보자. 그것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적과 실험 삼아 대화해 보자. 실험 삼아 4억5000만 달러의 돈도 줘보고 그보다 10배나 많은 45억 달러의 돈도 줘보자! 그래서 어떻게 되겠는가. 적은 대화를 기회로 전쟁준비를 하고, 그 현금을 재원으로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도 만든다. 그 절호의 찬스를 어느 적이 놓치겠는가. 실험 삼아 해 본 것이 적에겐 천혜(天惠)가 되고, 준 쪽엔 재앙이 된다. 기이한 건 그것이 얼마나 재앙을 불러오는 실험인가를 의식 없이 실험하는 것이 정치인의 ‘실험행태’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느닷없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발표했다.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데 선거 때의 국정과제라고 했다. 환경단체의 실험과제를 숙의도 없이 전문지식도 없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봤는가. 원전 재개까지 1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그리고 471명의 공론화위원회에 40여억원의 헛돈이 들어갔다. 그 돈은 누가 내는가. 실험의 당사자 개인이 내느냐, 아니면 소속한 여당 의원 개개인이 내느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내가 어떤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의 결과 어떤 재앙을 만나든 나에겐 책임이 없다. 그것이 대통령이고, 정치인이고, 그리고 권력 실세들이다.

 

그 돈은 국민인 내가 내야 한다. 아닌 밤중에 벼락 맞는 꼴이다. 맹자 말대로 완전히 후필재앙이다. 최저임금 몇 천원 올리느냐로 온 국민이 촉각을 세우는데, 그들은 몇 억원, 몇 십억원은 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국민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국민은 선거 때 외에는 ‘실체’가 없다. 실감이 가지 않는 존재다. 그래서 함부로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대통령의 안보특보는 “동맹을 파기하는 일이 있어도 평화는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안보특보가 정녕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는가. 안보가 실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그 특보는 안보를 실험하려고 한다. 우리에게 동맹은 곧 평화다. 적어도 우리에겐 동맹과 평화는 같은 말이다. 동맹이 깨지면 자동적으로 평화도 깨진다. 그 생명의 동아줄인 ‘동맹’엔 그 어떤 논리, 어떤 수사학으로도 ‘파기’라는 말을 함께 쓸 수 없다. 그런데 특보라는 사람이 태연히 그렇게 말하고, 다른 동료들도 아무렇지도 않은 양 태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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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잘못을 미래의 자산으로 삼아야

 

안보에 관한 한 그래도 전 정권이 지금 정권보단 훨씬 더 국민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그럼에도 현 정권의 정무수석이라는 사람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시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문제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고 안심이 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를 말하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데도, 밑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은 현실과 전혀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의 정책실장으로 있는 사람이 삼성을 이 나라의 ‘원흉(元兇)’이라고 책에도 쓰고 주장도 하고 있다. 이 사람은 원흉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썼는지 알 수가 없다. 원흉은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의 우두머리다. 삼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못된 짓을 하고 있고, 또 삼성은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표하고 있으니 우리 기업들은 모두 이같이 못된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얼마 전 미국 포브스지에서 지난 백 년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어떻게 삼성을 선정했는가. 삼성 다음이 일본의 자존심인 도요타이고 그다음이 소니, 그리고 네 번째가 인도의 국책은행이고, 다섯 번째로 중국의 알리바바를 꼽고 있다. 어째서 그 사람들은 청와대의 정책실장과 그렇게도 차이가 나는가.

 

부끄러워 차마 하기 힘든 말이지만, 교육부 장관이란 사람이 지난번 청문회에서 한 “그때는 표절이 관행이었다”는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청문회에서 보면, 아 그러그러한 수준의 사람들이 장관이 되고 대법원장이며 헌법재판소 소장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지만, 적어도 ‘교수’였다는 사람은 달라야 한다. 배우는 학생이 있고, 평생 연계를 갖는 제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수가 ‘표절’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고 쓰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학생들에게나 제자들에게 너무 수치스럽지 않은가. 표절의 ‘표(剽)’는 훔치는 표자이고, 표절의 ‘절(竊)’은 도적질한다의 절자다. ‘훔치고 도적질하는 일’이 대학에서나 학계에서 어느 시대고 어찌 관행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은 옛날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런데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낯 두껍고, 너무 부끄럽고 창피함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정부는 입만 열면 적폐청산을 내건다. 조선이 어떻게 망했는가. 적폐청산을 하다 망했다. 적폐(積弊)만 아니고 숙폐(宿弊) 구폐(舊弊)까지 내걸었다. 쌓인 폐단(적폐) 묵은 폐단(숙폐) 옛날 폐단(구폐) 일소를 부르짖다가 나중엔 망할 힘도 없어 외국인이 와서 망하게 했다.

 

율곡의 직간에도 양견구폐(구폐를 헤아려 폐지한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적폐든 숙폐든 구폐든 지난날의 잘못된 것이고, 지난날의 것은 지금 절대로 일소되지 않는다. 일소든 청산이든 하려고 하면 과거와의 싸움이 된다. 과거의 잘못을 새로운 시대의 자산으로 삼는 정권은 성공해서 미래를 열지만, 그것을 청산하려고 하는 정부나 정권은 반드시 실패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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