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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놓고 사람 찾아야지, 사람 놓고 자리 찾으면 안 된다”

[쓴소리 곧은소리] 홍종학 장관 후보자 사례로 본 인사청문회 문제점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0(Mon) 14:31:00 |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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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가장 긴 기간 동안 조각(組閣) 작업을 했지만 아직도 문재인 정부 첫 내각은 미완성이다. 물론 청와대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 가능성이 크다. 교체 또는 사퇴할 타이밍도 이미 놓쳤고 그를 대신할 대안도 마땅치 않다.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비판을 감수하는 게 새 후보를 물색하는 고통보다 낫다.

 

고위 공직 인선에 간여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공직 인선의 기록 조회를 위해 본인 동의를 구하면 60% 이상이 고개를 저었고, 동의한다 해도 검증해 보면 ‘5대 비리’ 등으로 절반 이상 탈락한다는 거다. 결국 100명 중 추천 가능한 사람은 10명 전후로 남게 된단다.

 

 

文 정부 출범 전까지 31명 중도 탈락

 

홍종학 장관 임명으로 문재인 정부 첫 내각은 완성되지만, 인사 청문제도에 대한 검토와 개선은 필요하다. 17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처음엔 23명을 대상으로 출발했다. 2000년 당시 첫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이한동 총리였다. 이때 청문 대상자는 헌법에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게 돼 있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13명), 그리고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관(3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3명)이었다.

 

이후 국회의 청문 대상자는 계속 늘어난다. 2003년엔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 기관장이 인사 청문 대상자로 추가되고, 2005년 7월엔 국무위원 전원과 대통령 임명 헌법재판관 2명, 대법원장 지명 헌법재판관 3명, 그리고 대통령 임명 중앙선관위원 3명, 대법원장 지명 중앙선관위원 3명이 추가되고 합동참모의장,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특별감찰관, 한국방송공사 사장 등이 차례로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다. 현재 국회 청문 대상 고위 공직자는 6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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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2000년 이후 모두 31명이 청문회 과정을 통해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되는 등 중도 탈락했다. 중도 탈락한 사유는 ‘부동산투기 14명, 위장전입 8명, 세금탈루 등 재산 부정축재 8명, 논문표절 5명, 병역회피 4명, 경력논란 3명, 거짓해명 3명’ 등이다. 중도 탈락자의 직업별 분포를 보면 ‘교수 출신이 19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법조인 8명, 관료 8명, 언론인 3명’ 등이다.

 

인사 청문 제도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미국의 인사 청문 제도는 공직 임명권을 둘러싼 대통령과 의회 간 타협의 산물이다. 대통령에게 공직 임명권을 위임하자는 주장과 의회가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의 절충이다. 결국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장하되 상원 인준을 통해 대통령 인사권을 견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는 행정부 공직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협력해 공직 인사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대통령과 함께 구현할 최선의 인사를 대통령과 국회가 협력해 검증하는 과정이 바로 인사청문회다. 그래서 인사 청문제도가 성공하려면 인사 청문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대한 대통령과 국회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는 ‘정파적 인사청문회’다. 인사 청문제도가 성공적이라기보다 실패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인사청문회는 정쟁(政爭)의 무대다. 여당은 정책 중심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하자는 명분으로 후보자를 보호하는 데 치중하고, 야당은 도덕적 결함이 있는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에게 정치적 상처를 주는 데 몰두해 왔다. 인사 청문제도의 목적에 대한, 여야는 물론 대통령과 국회의 공유된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정쟁 무대

 

따라서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가 되려면 대통령과 국회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중요하다. 자리를 놓고 사람을 찾아야지, 사람을 놓고 자리를 찾으면 실패하기 때문이다. 선거 때는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을 쓰고 선거에 승리해 국정을 운영할 때는 국정운영에 적합한 인사들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국정운영의 ‘베스트 팀’을 구성하기 위한 인사 청문 과정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협조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다면 다음은 인사청문회의 사전 검증과 정책 검증의 구분이다. 미국에서 인사 청문 대상자는 공식적으로 1000명이 넘는다. 이 중 600명 정도가 실질적 청문 대상자인데, 나머지는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것은 공직 후보자의 사전 검증이 완벽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하자나 법적 위반 사항 등은 청문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청문회 전에 이미 걸러진다.

 

우리나라 청문회가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이 한꺼번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자료제출 시비와 사실관계 확인 등도 겹쳐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사전 검증과 정책 검증을 분리하고 도덕성과 법률위반 검증 중심의 사전 검증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에서 진행하고, 그 결과와 과정을 국회와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이 정도면 정책 검증을 위한 청문회에 올려도 큰 문제 없겠구나’ 하고 국회와 청와대가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미국의 인사청문회에서 중도 탈락하는 경우는 2%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를 위한 세 번째 조건은 도덕성 검증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위장전입이라도 목적에 따라 또는 시기에 따라 구분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같은 사유인데도 결과가 달랐던 경우가 많았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흐름이 같은 사안에 대한 다른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인사 청문 결과의 구속력 부여 여부다. 이를 위해선 당론에 따른 정파적 인사청문회는 없어져야 한다. 개별적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당 집단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시에 인사 청문 대상자를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 장관과 같은 대통령 참모들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기가 보장된 독립 기관장 등 ‘기관의 독립성’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제한할 수도 있다.

 

한 제도의 성공은 사람과 내용의 조건이 충족됐을 때 가능하다. 대통령과 국회의 인식 개선이 사람의 조건이라면, 검증 단계의 구분과 기준의 구체화 그리고 청문 결과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과 청문 대상자의 조정은 제도의 내용과 관련된 것이다. 인사청문회, 이젠 제대로 할 때가 됐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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