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Talk] 가상화폐 시장 큰손 노리는 러시아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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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피해 국외 눈 돌리는 중국 채굴업자들이 러시아 향하는 이유

 

지난 한 주는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비트코인은 870만원대에 도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30만원 중후반대였던 비트코인캐시는 더욱 큰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엄청나게 상승하며 270만원을 돌파하더니 갑자기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자 폭락장에 대응하려는 투자자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국내 주요 거래소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상화폐의 엄청난 변동성이 가지는 매력과 위험을 동시에 보여준 한 주였습니다.

 

‘폭락’하면 생각나는 때가 9월입니다.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가상화폐 가격은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연쇄적으로 나온 중국 정부의 경고는 매서웠습니다. 9월4일 중국 정부는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공개)’를 불법 행위라고 판단해 개인이나 단체에 ICO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타격은 뒤에 찾아왔습니다. 9월8일 중국 경제 매체인 차이신(財新)이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위안화 교환 업무를 하는 국내 모든 거래소를 당분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BTC차이나’가 9월 말부터 거래를 전면 폐쇄한다는 발표했고 BTC차이나와 함께 중국 3대 거래소로 불리는 ‘후오비’와 ‘OK코인’도 10월말까지만 비트코인 거래 서비스를 계속하고 이후 폐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 사진=Pixabay

 

해외로 눈돌리는 중국의 채굴업자들

 

중국의 조치는 곧장 급락장을 형성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어마어마하다는 걸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일단 중국에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거래도 많이 이뤄지기 때문인 게 하나의 이유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가상화폐 세계에서 중요한 주체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채굴, 즉 가상화폐를 마이닝하는 마이너의 큰 손들이 대부분 중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고위층들이 해외로 자산을 옮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마이닝을 선택했다는 설도 있지만, 마이너 기업이 중국에 위치했다고 반드시 중국 사람의 소유라는 법은 없습니다. 중국에 마이너가 많은 건 그만큼 비용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채굴에서 70% 점유율을 자랑하는 비트메인의 ASIC하드웨어 ANTMINER시리즈를 사용할 경우 마이닝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가상화폐 전문매체인 ‘이더리움 저팬’이 1kWh 전기 요금을 국가별로 비교한 기사를 보면 가장 높은 곳은 덴마크로 324원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중국으로 39원이었습니다. 24시간 엄청난 수의 컴퓨터 장비를 돌리다보니 전기료는 마이닝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중국은 이런 비용이 낮고, 게다가 광대한 토지가 있기에 창고형 건물 등을 짓거나 매입해 마이닝 시설을 차리기도 쉽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가상화폐에서 오랫동안 커다란 존재감을 보였던 중국은 9월 규제 강화 이후 뭔가 피해야 할 장소가 됐습니다. 9월 규제가 강화된 뒤 중국 국내 거래소는 폐쇄됐습니다. 일부 거래소는 한국 등 주변국으로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닝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폐업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지만 거래소 대응을 고려해보면, 언제 중국 정부가 마이닝 사업 퇴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이닝 사업자들도 여기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언제 정부의 규제 불똥이 튈 지 모르니 해외 이전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중국 내 관련 사업자는 국외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의 이면에는 자본의 국외 유출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인데, 규제 강화가 오히려 자본 유출을 부채질하는 모양새입니다.

 

중국의 마이닝 사업자들은 언제 정부가 퇴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해외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그 중 유력한 행선지가 러시아다. © 사진=EPA연합

 

러시아로 몰리는 해외 마이너들의 채굴 신청서

 

그럼 중국을 대체할 곳은 어디가 될까요. 주목받는 곳 중 하나가 러시아입니다. 러시아 RACIB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사업자를 위한 협회입니다. 이 단체를 설립한 허만 클리멘코(Herman Klimenko)는 푸틴 대통령의 인터넷 어드바이저, 즉 자문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 단체는 최근 러시아 국외 40곳의 개인과 단체로부터 마이닝 신청서를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온 신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전력 공급량에서 세계 4위의 국가입니다. 전력 공급량이 많다는 건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마이닝에 있어서 적합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RACIB 측도 마이닝 사업자 수용에 적극적입니다. 마이닝 사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전력 공급량을 갖고 있다는 점, 해외 마이닝 사업자의 합법적 개업 절차를 돕는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마이닝 사업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는 곳도 생겼습니다. 중국 쓰촨성은 수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마이닝 사업자에 공급하지 않는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동안 쓰촨성은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저렴한 전기를 마이닝 사업자에게 제공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중요해 보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반대 행보를 보입니다. 러시아 인터넷개발연구소(IRI)와 RACIB는 블록체인 마이닝 사업에 사용하는 전기료를 보조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부 마이너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IRI 측은 “(칼리닌그라드와 같은)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 SEZ)에 대한 특별 규정을 사용하면 이런 전기료 할인 특권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지역은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SEZ로 선포했고 그 특권은 49년간 지속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전기 요금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1kWh당 2루블(37원)에서 5.3루블(98원)로 저렴한 편입니다. 여기에 보조 프로그램이 가동한다면 마이닝 비용은 더욱 낮아집니다. 중국 채굴업자들 대신 러시아 채굴업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곧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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