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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그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1(화) 14:30:00 |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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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소동이 일어나고 별의별 사람들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소식의 유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몰라도 되는 일들이 호사가의 입을 타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소음이 커져서 외면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한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SNS를 뜨겁게 달군 한 아이돌 여성의 트랜스젠더 공격 발언이 바로 그러하다. 그 여성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지만 않았다면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문제적 발언이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미끼가 되고,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결합하면서 이야기가 점점 복잡해진다.

 

이 일에 대해 누군가는 말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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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단일한 개념규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이 페미니즘이 아닌가라는 범위는 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을 정치 문제로 바꿔 생각해 보자. 예컨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유, 평등, 사랑이다. 자유란, 특정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약속, 평등이란, 사람은 누구나 다 존엄하고 천부인권을 지녔다는 약속, 사랑이란, 사람은 서로에게 잔인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며 약자를 위해 연대한다는 약속. 달리 말하면, 한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모든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는 약속이다. 비록 그것이 이상론이고 현실세계는 전혀 다르다 해도, 민주주의가 인간이 발명한 가장 현명한 제도로서 지지받는 이유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한국적’ 민주주의니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저 본질적 약속을 위배하는 수사를 덧붙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은 여성 또한 민주주의의 보호를 받는다는 본질적 약속이다. 페미니스트는 때로 전투적이지만, 그 전투는 단순히 특정 남성을 타도하거나 특정 여성들의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성숙과 평화에 이바지하는 전투여야만 한다. 가부장제를 왜 타파해야 하는가? 가부장제가 정말로 여성들과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보장하는 그런 제도라면 타파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가부장제가, 가정에선 아버지, 사회에선 지배자가 결정권을 지니고 타자들을 억압하고 군림하며 불행하게 만들면서도 아버지는 편안하므로 세상이 편안하다고 믿는 그러한 양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착한 하느님 같은 제도라면 가부장제를 타파하자는 페미니즘이 과연 힘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하는 일은 중요하다. 사회적 타자인 여성들이 그러한 선언으로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연대는, 다른 개인, 다른 단독자인 인간을 그의 행위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이유로 배제하거나 능멸하고자 하는 순간 깨어질 수밖에 없다. 페미니스트는 자격증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일은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배우고 실천하겠노라는 의지의 선포여야 한다. 반면에, 특정한 선언자의 그릇된 사례로 그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주장하며 공격하는 반대자들의 행위는 거론할 가치가 없다. 잘못 쏜 화살은 소음을 잔뜩 일으키며 날아가더라도 결국은 찾을 수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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