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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살린 고양이 신(神)

[이인자 교수의 진짜일본 이야기]

이인자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1(Tue) 19:00:00 |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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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일본 도호쿠(東北)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인자 교수는 재일교포·묘제(墓制) 연구의 권위자이며 동일본대지진 연구에서 세계 일인자로 평가받는 석학(碩學)이다. 이 교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 피해지역을 답사하며 재난에서 살아남은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의 정서적 피해와 복구에 대해 연구해 왔다.

 

“고양이를 참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 싫어해요. 싫어하지만 그냥 항상 하던 일이라 할 뿐이에요.”

 

한꺼번에 네다섯 마리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80세 넘은 할머니에게 말을 건네자 돌아온 답변입니다. 고양이 섬으로 아주 유명한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卷)에 있는 다시로지마(田代島)에서 있었던 입니다. 주민 50여 명에 고양이가 100~120마리 살고 있다고 합니다. 고령화로 60대 이하 주민은 10명도 안 되는 섬인데,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피해 복구를 고양이의 힘을 빌려 함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8월 하순에 찾아갔습니다. 무려 3개월 만에 1억5000만 엔(약 15억원)의 어업 재건 기부금을 모았다고 합니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은 이 섬 고양이의 삶에 대한 영상이나 글을 접했던 사람, 또는 그 정도에 머물지 않고 직접 찾아온 적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합니다. 쓰나미 피해를 당한 어촌의 재건에는 많은 지원이 있었지만 민간 차원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지원금이 모인 예는 없다고 합니다.

 

50여 명밖에 살고 있지 않은 섬인데 200여 명이 탈 수 있을 정도의 여객선이 하루 3차례나 운항합니다. 제가 갔던 날은 평일이었지만 여름방학 직전이어서인지 관광객들로 붐볐습니다. 섬에 사는 고양이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습니다. 저에게 다시로지마의 재해복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준 나가누마 시게오(永沼茂雄·62)씨는 안내를 위해 동행해 줬습니다.

 

배가 니토다항(仁戸田港)에 도착하자 고양이를 만날 기세로 모두들 섬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선착장에는 고양이 모양의 커다란 통이 있었는데, 혹시 들고 온 고양이 먹이가 있다면 그곳에 넣어야 한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섬을 안내하는 책자에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문구가 들어 있어 가져오는 사람은 드물지 싶습니다. 우린 마중 나온 나가누마씨 동서와 함께 섬을 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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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신이 있어 섬이 살아났다”

 

“예전에 섬에서 양잠을 했는데 피해를 주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길렀다 해요. 그래서 섬에 고양이가 늘었고 양잠을 그만둬도 섬에 남아 사람들과 살았다고 해요.”

안내해 주던 오가타 지카오(尾形千賀保·61)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모두가 들른다는, 고양이를 신으로 모시고 있다는 신사로 안내했습니다. 양잠을 그만둔 지 오래됐을 텐데 고양이를 남겨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조상 대대로 신세를 졌기에 그대로 고양이를 기를 수도 있었겠죠. 또 섬사람 모두가 양잠을 했기에 누군가 개인이 고양이를 소유했다기보다 마을 고양이였을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즉 개인 소유물이 아닌 일본인 특유의 공동체 재산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기에 누군가 반대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외면하지 못하게 됐고, 그러기 어려운 것을 아는 마을 사람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대로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남아 있던 고양이가 이 섬에서 신이 됐습니다. 고양이가 신이 된(猫神様) 유래가 적힌 안내판을 살펴보니 메이지(明治) 시대 말에서 다이쇼(大正) 시대에 걸쳐 봄이 되면 고기잡이를 위해 주변 지역에서 많은 어부들이 몰려들어 어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섬에 살고 있던 고양이들은 그들을 잘 따랐는데, 어느 날 어장 설치를 위해 채석을 하던 도중 굴러 내려간 돌에 치여 고양이가 죽었답니다. 그 고양이를 지금의 신사 자리에 묻어 신으로 섬기자 어획량이 많아지고 풍랑 등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받게 돼 계속 신으로 섬겼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일본은 무엇이든 신으로 받들어 섬기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오래도록 함께 지냈거나 사용한 것들을 신격화해 신사를 짓고 그곳에 모십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바늘, 칼, 가위 등)도 신사의 주인공이 됩니다. 아마도 바닷가 한 곳에 임시 가옥을 짓고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들에게 섬에 살던 고양이만이 유일하게 온기를 가져다준 생물이었을 겁니다. 봄이라지만 섬의 날씨는 매섭기 그지없지요. 가혹한 생활을 함께했던 고양이의 죽음에 정성을 담았던 행위가 신사를 지어 고양이를 신으로 모신 것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또 고양이를 상세히 관찰한 결과 그들의 몸짓이나 행동으로 날씨나 바다를 읽어내는 경지까지 도달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기록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얼마나 친근하게 고양이들과 지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고양이신이 있어 우리 섬이 살아났어요. 기부금이 모아진 것도 그렇지만 고령자가 대부분인 50여 명밖에 안 사는 섬에 여객선이 하루에 3차례나 운항하는 것은 모두 고양이 덕이거든요” 이런 말을 한 오가타씨는 신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발견하자 트럭에서 비닐봉지를 들고 옵니다. 고양이 먹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우린 서로 돌아가며 먹이를 줬습니다. 부둣가에서 새벽에 막 잡아온 생선을 던져주면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재해로 가족 잃은 사람들 마음 위로

 

모인 성금의 반은 굴양식과 어업을 위한 제반 시설비로 사용되고, 고양이 먹이와 의약품 구입, 그리고 관광설비 자금으로 10%, 고양이 기념품과 송료(기부한 사람들에게 굴과 고양이 기념품을 1회 보냄) 사무경비로 40%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회계보고를 공표하고 있습니다. 오가타씨는 이 재단법인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50여 명밖에 안 되는, 그것도 고령화율 82%인 섬마을 사람들은 두 배나 되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연간 1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호들갑스럽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잘 돌보기 위해 희망하는 주민들 집에는 고양이 먹이가 분배됩니다. 한 집마다 4~5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지요. 오가타씨 집에도 5마리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관광객을 위한 식당 등은 운영할 수 없어 모두 도시락을 지참해 들어옵니다. 묵을 수 있는 민박집도 별로 없는 실정이지요. 조용히 와서 고양이와 놀다 살포시 돌아가는 관광객들로 낮에는 붐비지만 밤에는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적막합니다. 어떻게 보면 고양이와 바다 그리고 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섬입니다. 그런데도 멀리 외국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이곳 고양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오래전 얘기가 아닙니다.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낼 의향으로 섬으로 들어온 도회지 출신 부부가 인터넷을 통해 전파해 유명한 관광지가 됐습니다. 2006년부터 관광이 본격화돼 동일본대지진이 날 때까지 연간 1만 명이 넘게 찾아왔습니다. 이 부부 역시 섬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섬사람보다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도시에서 받을 수 없는 마음의 따듯함을 대신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할 곳이 그다지 없던 부부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들이 보고 있던 고양이의 귀여움을 속삭였던 것입니다.

 

100여 년 전 섬에 찾아온 외지의 어부들로 인해 신이 된 고양이는 도시 생활에 지친 부부에 의해 세계의 아이돌이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섬 고양이가 스타로 떠오르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미디어입니다. 고양이를 인터뷰하는 재주를 갖지 못해 직접 묻진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조금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산 역사는 고양이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쥐를 잡아 양잠을 도와주던 시절부터 각 어촌에서 모여온 어부들의 작업을 옆에서 지키고, 훌륭한 관광자원이 돼 섬사람을 돕고, 재해로 큰 피해를 입자 고양이가 전면에 나서 모금으로 공헌했지요. 이런 혜택은 섬사람만이 아니라 섬 밖 사람들에게도 퍼져 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재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물론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섬이 됐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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