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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원추리 등 개량해 인터넷서 고가 판매

인터넷에 나타난 선진국들의 겨레 자생식물 유린 실태

김형운 탐사보도전문기자 ㅣ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6(Sun) 10:01:00 |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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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 금수강산에서 조상과 숨결을 같이해 온 겨레 자생식물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가온 종자 및 식물유전자 전쟁에 대비해 겨레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농산물 개방과 물질특허 등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취재하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보호 및 육성의 당위성,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외국의 밀반출 실태, 외국의 자생식물 보호 사례 등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키워나가는 대안과 방향 제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에서 몰래 가져간 자생식물을 선진국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산 원추리를 원종으로 활용, 개발한 원추리 신품종의 아름다움과 높은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싼 것은 한 뿌리에 3~10달러, 신품종이면서 아름다운 것은 400달러(약 42만원)를 호가한다.

 

미국의 원추리협회인 ‘아메리칸 헤메로칼리스 소사이어티’의 활동만 살펴봐도 그렇다. 1938년 결성된 미국원추리협회는 오랜 역사만큼 식물 자원 육성이나 유전연구, 유전자지도 작성, 형태적 연구, 각종 내성연구 등에 장학금과 지원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매년 품평회를 통해 신품종 육성을 촉진하고 있다. 초보자와 전문가를 망라한 원추리 관련 전문잡지가 10여 종에 달할 정도다. 이 협회의 회원 1명이 육종한 원추리가 600종에 달한다. 그동안 미국에서만 수만 종의 신품종이 개발되고 상품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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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유출된 원추리 뿌리당 400달러 호가

 

원추리를 기르기 어려운 기후인 유럽권의 원추리 협회 ‘헤메로칼리스 유로피아’도 지난 93년 영국·독일·이탈리아·스위스에서 발족했고, 98년 오스트리아·벨기에·핀란드·프랑스·네덜란드·노르웨이 등이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 협회 역시 역사는 길지 않지만 신품종과 유전자 연구를 비롯한 품평회나 워크숍을 활발히 개최하고 있다. 관련 출판물도 발행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의 원추리들은 1500년대에 영국으로 건너가 육종되기 시작했다. 이후 유럽과 달리 기후가 좋고 다양한 미국에서 원추리의 육종과 육성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예로부터 식용과 한약재로 중국과 우리나라 등에서 활용된 원추리는 다른 식물과는 달리 종(種) 간 교잡이 잘된다. 여기에다 미국의 원추리에 대한 열정과 생물 다양성을 활용한 육종 노력이 결합되면서 성공을 거뒀다.

 

자생지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구상나무와 미선나무의 유출 역사처럼 우리 산야에 널리 퍼져 있는 원추리가 타국에서 전성기를 맞고 있는 현실이 뼈아프다고 식물학자들이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우리 원추리 원종을 활용한 신품종 원추리가 하루에도 몇 십종 나올 정도로 왕성한 육종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종류가 많고, 우수한 유전자원을 갖고 있으나 보전대책과 품종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육종한 신품종이 비싼 값에 우리나라로 역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한국 특산식물에 대한 연구와 육종 경쟁이 치열하다. 식물학계 보고서를 보면 우리 특산식물 400여 종이 이미 해외에서 상품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추리와 백합과의 나리류, 비비추 등 초목류, 구상나무·소나무 등 목본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의 ‘야후’ ‘웹크롤러’ 프로그램에 들어가 각 식물의 속(屬)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일단 한국 식물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특산식물들이 외국에서 육성과 상품화가 그만큼 많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대한 보전과 육성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이에 미국·영국·네덜란드·독일·프랑스 등 소위 ‘식물 선진국’은 이미 세계 각국의 식물 유전자와 개체를 보유하고 보전과 육종, 품종 개량을 통한 신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되자 육종한 식물을 홍보하며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생식물 분포도조차 치밀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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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크리스마스트리의 80% 한국이 원류

 

인터넷의 식물목록에서 ‘Hosta’, 즉 비비추로 들어가면 지난 97년 한국 등 동양에서 들여간 품종을 원종으로 해 신품종을 육성,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수많은 비비추가 우리의 눈을 간지럽게 하고 있다. 이들 비비추 중 미국과 유럽에서 원종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은 한국산 좀비비추로 인기종을 배출하는 산파역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특산식물인 좀비비추는 잎 모양이 다른 비비추에 비해 아름답고 크기가 작아 관상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를 신품종 육종의 원종으로 사용, 한 포기에 10~2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Conifer(침엽수)’에 이어 ‘Abies’, 우리말로 구상나무로 들어가면 우리 고유나무인 구상나무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구상나무의 경우 지구상에서 1속1종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는 나무이며, 일제강점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품종이 ‘난장이구상나무’ 등 10가지로 개량됐다. 이 나무 역시 전 세계에서 크리스마스트리의 80%를 차지하며 정원수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인터넷의 ‘Pinus(소나무)’ 사이트로 들어가면 한국산 소나무의 우수성도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산 소나무를 용모양형, 원추형, 수형 등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정원 중심 수목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한국산 소나무의 우수성에 대해 ‘대단히 수형이 아름답고 안정되어 있는 데다,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해 재배가 쉽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잎의 색이 아름답고 사계절 변치 않는 잎의 색과 수형(樹形)이 일품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에 올려진 한국특산식물에 대한 선진국의 활용과 상품화는 우리에게 생물 다양성에서 겨레 자생식물 보전과 육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있다. 안영희 중앙대 교수(조경학)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원추리 등 값진 유전자원인 원종을 다양하게 외국에서 개발해 역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보유한 한국에서 이들 식물에 대한 연구와 육성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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