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당신의 인터넷은 안녕할까요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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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CC 망중립성 철폐 방침이 불러올 인터넷의 변화

 

미국 전역이 추수 감사절 휴가를 보내고 있는 시기에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위원장은 온라인 세계를 뒤흔들만한 결정을 내렸다. 미국 언론은 일제히 11월21일 파이 FCC위원장이 ‘망중립성’에 관한 규제 폐지를 제안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터넷 전체와 테크 기업에 파문을 줄 정도로 이 결정 하나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를 공공재로 본다. 그래서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특정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속도를 제한하는 것을 금지한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한다는 게 망중립성의 대원칙이다. 콘텐츠를 더욱 빠르게 전달하는 것 역시 금지한다. 이런 인터넷 네트워크의 중립을 요구하는 망중립성은 오바마 정부 때 구축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 들어 파이 위원장을 FCC의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그 기조가 바뀌었다. 21일 파이 위원장은 2015년 오바마 정부가 만든 규제를 대부분 폐지할 거라고 했다. 게다가 국가가 독자적으로 망중립성에 대한 규칙을 마련하는 것도 금지하는 제안을 내놨다. 그의 생각대로 망중립성이 이대로 소멸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1월21일 미국 언론들은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위원장은 ‘망중립성’에 관한 규제 폐지를 제안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 사진=UPI 연합

 

소비자는 모바일 데이터부터 영향 받을 지도

 

예를 들어 ISP는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회사(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통신사)에서 넷플릭스 전송 속도를 올리는 걸 조건으로 소비자와 넷플릭스 양쪽 모두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가입자가 매달 인터넷 요금을 내고 있다고 해도 그건 기본이고 추가 요금은 좀 더 좋은 화질을 누리기 위해 적용되는 옵션이다. 만약 넷플릭스에서 추가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ISP가 넷플릭스 콘텐츠에 속도 제한을 걸고 소비자는 저화질 동영상을 봐야하는 일이 생겨도 제어할 수 없다. 

 

만약 A사라는 ISP가 자사의 동영상 서비스 고객을 늘리기 위해 넷플릭스의 전송 속도를 낮춰 저화질로만 볼 수 있게 한 뒤 자사 콘텐츠만 고화질로 제공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아마 넷플릭스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할테니 고화질로 내보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런 추가 비용은 소비자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아마 소비자는 모바일에서 당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무제한 데이터처럼 관대한 정책은 폐지되거나 더 많은 요금을 내야한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응용프로그램의 종류나 동영상의 품질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책정되는 시나리오도 유력하다. 언뜻 보면 소비자에게 다양한 패키지를 제시해 선택의 자유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지금 같은 요금제가 더 저렴하고 단순하고 명쾌하다. 

 

테크(Tech) 기업의 생태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ISP의 추가 사용료 요구에 대응 가능한 기업, 예를 들어 구글이나 페이스북, MS 등 자금력을 빵빵하게 갖춘 기업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다. 반면 자금력이 딸리는 소규모 기업과 스타트업 등은 지금까지 고민하지 않았던 새로운 숙제를 떠안야 한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를 시도하려고 해도 당장 과금 문제가 걸린다. 유튜브의 고화질을 상대로 저화질로 승부를 봐야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고 반대로 기존 사업자의 독점은 공고해진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망중립성 규제를 폐지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그에 대한 망중립성 운동가들의 반대 시위도 FCC앞에서 종종 이뤄졌다. © 사진=UPI 연합

 

작은 회사가 소멸하고 큰 회사만 살아남는다?

 

테크기업인 디스코드(Discord)는 게임용 채팅을 지원하는 메신저를 개발하는 회사다. 전 세계에서 4500만명이 디스코드의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그들이 처한 메신저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MS의 스카이프, 구글의 구글행아웃, 페이스북의 왓츠앱 등이 디스코드의 경쟁자다. 만약 망중립성이 사라진다면? ISP와 제휴한 거대기업이 자사 메신저에 더 빠른 속도와 특혜를 제공할 수 있고 그런 미래는 디스코드에 악몽이다.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는 “망중립성은 우리 같은 신생 기업에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모두가 같은 리소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가 동등하게 취급돼야 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런 작은 회사가 소멸하고 큰 회사만 남는 생태계가 도래할 지 모를 위험을 망중립성 지지자들은 걱정한다.

 

파이 위원장이 제안한 망중립성 완화 방안은 12월14일 열리는 FCC 회의에서 결정된다. 위원 5명의 찬반 투표로 이뤄지는데 파이 위원장을 포함해 5명 중 3명이 공화당 측 위원이기 때문에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FCC가 12월14일 제안을 통과시키면 2018년 초부터 세부 사항이 실행된다. 미국의 결정은 글로벌스탠더드가 될 수 있기에 우리 역시 FCC의 결정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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