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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안철수’ 깃발 아래 뭉치는 호남계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으로 국민의당 내홍 격화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8(Tue) 08:23:09 |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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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에 이를 줄은 몰랐다.” 11월21일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 참석했던 한 국민의당 의원의 말이다. 이날 의총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문제에 대해 국민의당 내 모든 의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통합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끝장토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통합에 대한 최소한의 결론을 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날 의총은 당내 분열만 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다.

 

국민의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내 호남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당의 주축을 맡고 있는 호남계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안 대표 측에 통합 주장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선까지 당을 진두지휘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안 대표를 향해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하다”는 표현까지 쓰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안 대표 측은 통합에 적극적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향점이 같다”는 표현을 써가며 통합 논의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분명 대선 전까지 강조했던 ‘자강론’과는 달라진 태도다. 안 대표는 의원총회에서도 “통합이 최선”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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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균열’만 재확인한 ‘끝장토론’

 

11월21일 열린 의원총회는 ‘끝장토론’이라기보다 서로의 입장을 새롭게 확인하는 자리였다. 오후 2시에 시작해 5시간 넘게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안 대표는 줄곧 통합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이어 내년 6·13 지방선거를 함께 준비하는 선거연대를 모색하고, 나아가 통합까지도 검토하는 등 외연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안 대표가 ‘통합이 최선의 선택이고, 지지율상 제2당으로 올라설 기회’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2당으로 올라서고 총선에선 1당으로 올라서야 한다”면서 “그 방법으론 통합이 최선으로 (바른정당과) 정책·선거 연대를 하고 그 과정에서 통합이 가능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방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서 (바른정당과) 통합되는 것이 시너지가 가장 많이 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중도통합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재차 피력했다.

 

안철수계 인사들 역시 안 대표의 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친(親)안철수계인 이동섭 의원은 의총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와 “안 대표는 연대를 넘어 통합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은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 호남과 다르다”고 말했다. 송기석 당대표 비서실장도 “안 대표의 방향이 맞다고 본다”면서 “(회의)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통합 반대파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 갑)은 “시대정신은 개혁인데, 국민이 별로 관심 없는 부분으로 자꾸 이야기가 되니 당 지지율이 폭락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동영 의원(전북 전주시 병)은 “안 대표가 (통합을 거론하지 않겠다고 한) 일련의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도 “(바른정당 의원) 숫자가 몇 되지도 않는데, 통합은 난센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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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계, ‘평화개혁연대’로 세몰이

 

당내 호남계 의원들이 통합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체성의 차이다. 바른정당은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데다, 국민의당 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호남과의 노선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우선 유권자 지형이 맞지 않다. 햇볕정책을 계승하기는커녕 버리라고 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르다. 유권자들이 통합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출마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지율을 올리는 해법은 통합이 아니다.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말 바꾸기’를 문제 삼았다. 그는 11월21일 “어제 안철수 대표는 전·현직 지도부 초청 오찬 회동에서 김동철·박주선·주승용·박지원 등 참석자 요구대로 통합 연대를 거론치 않기로 약속했으나 선거연대에 여운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총회 다음 날인 22일엔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면 20%대 지지율이 나와 자유한국당보다 더 높게 나오고 당장 2등에 올라간다’고 하는데 괴상한 논리”라고 잘라 말했다.

 

호남계 의원들은 통합 논의를 막고 당의 분열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평화개혁연대(평개연)’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이다. 평화개혁연대는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당내 호남 중진의원들의 주도로 결성된다. 정 의원은 “평화개혁연대는 당을 지키자는 취지의 의견그룹으로, 안 대표가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당을 지키기 위해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평화개혁연대 참여를 희망하는 의원은 10명이 넘는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외에도 유성엽·장병완 의원 등 호남 중진의원과 김광수·최경환·김경진 의원 등 호남 초선의원이 합류 의사를 밝혔다. 또 비례대표인 이상돈·박주현·장정숙·박선숙 의원 등에 대해서도 합류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개혁연대는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평화주의’와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주의’를 노선으로 안 대표의 중도통합파와는 함께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평화개혁연대 출범을 계기로 안철수계와 반(反)안철수계의 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안철수계 측에서는 “통합을 방해하고 당내 세력을 놓지 않기 위해 ‘안철수 흔들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박지원 전 대표는 “당을 흔들려는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당을 바로 세우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개연을 구성해 서명을 받고 원외 지역위원장들로 확대시킬 것”이라며 “내부에서 상당히 합리적인 분을 대표자로 결정, 확인해 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지원·정동영·천정배는 전면에 서지 않을 것”이라며 “박·정·천이 나서서 하면 안 좋다. 권력투쟁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安 “우선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부터”

 

안철수 대표 측은 통합 이전에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1월21일 의총에서 “통합만이 살길”이라고 말한 것에서 약간 물러난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내년 지방선거부터 바른정당과 통합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안 대표 측은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시너지를 낼 것이란 증거로 지지율을 내세웠다. 11월23일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전국 유권자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5.5%로 더불어민주당(49.0%), 자유한국당(11.8%), 바른정당(6.3%)에 이어 4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통합을 전제로 한 결과 두 정당이 통합한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19.2%로 집계됐다. 안 대표가 “통합할 경우 2당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게 된 근거다.

 

안 대표는 11월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당이 시작해 뿌리를 내린 다당제가 유지돼 우리나라 정치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정기국회 기간이니까 정책연대가 중요하다. 그거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통합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어 “정기국회 기간이 끝나면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11월23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연구모임인 ‘국민통합포럼’에 참석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를 만났다. 안 대표는 축사에서 “21일 의원총회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공통으로 공감한 건 정책연대다. 오늘이 그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 역시 “야권 전체가 협력할 부분을 찾아 연대하는 게 낫지만 자유한국당이 워낙 소극적이라 일단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정책과 선거까지 연대할 부분을 찾아보자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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