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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에게도 ‘국립식물원’이 필요하다

정부 당국 무관심 속, 학계·민간의 겨레 자생식물 보전 및 육성 노력만으론 역부족

김형운 탐사보도전문기자 ㅣ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3(Sun) 09:39:14 |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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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 금수강산에서 조상과 숨결을 같이해 온 겨레 자생식물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가온 종자 및 식물유전자 전쟁에 대비해 겨레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농산물 개방과 물질특허 등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취재하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보호 및 육성의 당위성,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외국의 밀반출 실태, 외국의 자생식물 보호 사례 등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키워나가는 대안과 방향 제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당국의 무관심과 안이한 대응 속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겨레 자생식물은 현재 미약하나마 식물학계와 민간의 자구노력에 의해 근근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희귀식물에 대한 보전과 개체 증식은 국내 사립식물원과 광릉수목원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와 일부 기관에서 자생식물 재배와 원예용으로 상품화 등에 나서고 있으나, 이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보호·육성과는 별개인 실정이다.

 

식물학계와 민간단체의 활동은 대체로 식물 현지답사와 보호·육성을 위한 논문 발표를 비롯해 관련 캠페인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당국에서 하지 못하는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미국과 유럽·일본 등의 반출현황 파악도 부분적으로 추진해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자료와 논문을 내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당국의 무관심을 각성시키고 우리 식물 보호·육성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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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산하 복원운동본부도 활약

 

습지식물의 보고(寶庫)이며 자연사박물관의 가치를 지닌 강원도 대암산 용늪과 경남 창녕 우포늪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학계와 민간단체가 끊임없는 노력으로 정부 당국을 설득해 얻어낸 개가로 평가받고 있다. 창녕 우포늪의 경우,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으나 자생식물 보전의 중요성과 환경보호를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논리와 설득으로 공감대를 얻어냈다. 이들 활동으로 인해 습지 보호를 위한 국제기구인 ‘람사르협약’ 가입을 앞당기고 자생식물 보호운동의 촉매 역할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민간단체의 자구활동 중에는 한국식물원협회와 한국기자협회 산하기구였던 멸종위기생물복원운동본부(복원운동본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자생지 복원과 우리꽃동산 조성, 초등학교 우리꽃 보내기 운동 등의 활동으로 당국에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복원운동본부는 지난 1994년 5월 울릉도에서 고추냉이(일명 와사비) 자생지복원사업을 펼쳤다. 이어 복원운동본부는 같은 해 10월 관광객과 등산객들의 발길과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설악솜다리’(일명 에델바이스)와 설악산 중청봉의 ‘설악눈주목’을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증식한 개체로 옮겨 심는 데 성공했다. 또한 지난 1998년 5월 경북 청송 주왕산에서 자생하는 멸종 위기 식물인 ‘둥근잎꿩의비름’ 800개체를 복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학계와 환경단체로 구성된 전국습지보전대책협의회가 1997년 결성된 데 이어, 수생식물협회와 20년간 활동해 온 각종 자생식물보호동호회 및 협회 활동도 점차 전문화돼 가고 있다. 여기에다 1998년 수원환경운동센터의 칠보산습지보전협의회 활동도 자생식물 보호와 육성에 경종을 울려줬다. 같은 해 ‘우리식물살리기운동본부’가 결성돼 2년간 활동에 나섰다가 재정 부족으로 문을 닫기도 했다.

 

 

국립 광릉수목원을 국립식물원으로

 

선진국가들의 내로라하는 국립·왕립 및 자치단체별 식물원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 부러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전한다. 이 부러움은 역설적으로 국내에 국립식물원이 없는 데다 식물원의 가치를 모르는 당국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현재 국내 실정을 살펴보면, 수목원을 포함해 어느 정도 식물원의 구색을 갖춘 곳이 14곳에 이르고, 대학 식물원과 대공원 및 시립공원 등에서 운영하는 식물원을 다 포함해도 20여 곳에 불과하다. 이 식물원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식물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 곳이 대부분이어서 본격적인 의미의 식물원은 아직까지 한 곳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 식물원과 수목원은 광릉수목원을 비롯해 용인 한택식물원·천리포수목원·전주수목원·제주여미지식물원·자생식물원 등을 비롯해 14곳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광릉수목원은 외국의 식물학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엄격히 말해 이곳은 국립수목원이지, 국립식물원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식물원과 수목원을 혼용해 쓰고 있으나 해외의 경우, 식물원은 수목원보다 대개 상위 개념으로 통한다. 각종 식물 등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광릉숲의 천연림은 면적이 무려 1200ha에 달한다.

 

포천과 남양주시, 의정부시 등 3개 시에 걸쳐 있는 광릉숲은 조선 세조가 1468년부터 보호하기 시작해 왕실과 정부에서 그동안 조성해 오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광릉수목원과 산림박물관, 삼림욕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가꾸고 있는 국립 광릉수목원은 국립식물원으로 승격해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어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식물자원 보유 면에서 동양 최대 사립식물원인 용인 한택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이택주 원장이 사재를 털어 경기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 27만 평에 우리 자생식물의 초본·목본류 대부분과 외국 식물까지 들어와 본격 식물원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식물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생식물원·고산식물원·자연생태원을 비롯해 연구원들이 활동하는 연구동까지 구비해 40여 개 코스의 방대한 식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태안반도 끝자락 바닷가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우리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인으로 지난 1979년 귀화한 민병갈씨(작고, 본명 칼밀러)가 18만 평의 부지에 목련 413종을 비롯, 6500여 종의 나무를 심어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귀중한 수목원으로 조성했다. 그는 특히 이역만리 한국에서 결혼도 마다한 채 사비로 자신의 분신인 수목원을 만들어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노영대 전 한국기자협회 멸종위기생물복원운동본부장은 “학계와 민간단체의 자생식물 보호·육성 활동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활동의 한계를 당국의 지원과 관심은 물론 예산 확보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극복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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