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자체 곳곳 대행체제…"피해는 결국 주민"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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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부재로 현안사업 동력 상실 등 부작용 우려

 

채 1년도 남지 않은 경남 민선 6기의 광역·기초자치단체장 자리가 대선 출마와 개인 비리 연루 등으로 공석된 상황에서  행정 공백의 후윳증이 우려되고 있다. ‘지방권력’의 자리에 권한 대행 체재의 비정상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단체장이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는데 일을 제대로 하겠느냐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도 출마나 개인 비리 등 이유로 생긴 단체장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한다. 

 

경남도청 전경 ⓒ 경남도 제공


경남권, 도지사서 군수까지 곳곳 행정공백

 

경남도의 경우 지난 4월10일 홍준표 전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한경호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홍 전 지사의 이른바 ‘꼼수 사퇴’만 아니었다면 5월9일 대선과 함께 경남지사 보궐선거도 치룰 수 있었다. 

 

당시 홍 전 지사는 공직자 사직 시한 3분을 남겨둔 4월9일 오후 11시57분 박동식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인편으로 사퇴서를 내고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경남선관위에 ‘도지사 궐위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결국 무산됐다. 한 권한대행은 홍 전 지사가 중도 사퇴한 후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아오던 류순현 행정부지사에 이어 내년 6월까지 대행을 맡게 됐다. 

 

이처럼 홍 전 지사가 사퇴한 뒤 경남도는 홍 전 지사의 공약 이행 상황을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 전 지사의 공약 가운데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비롯해 함양 항노화산단 조성, 부경과학기술원 설립 등은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차정섭 함안군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함안군은 내년 6월까지 김종화 부군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차 군수는 산업단지 관련 사업 편의 대가로 함안상의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창원지법은 9월 28일 차 군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9년과 벌금 5억2000만원, 추징금 3억6000만원을 선고했지만, 차 군수는 혐의 사실을 부인하며 항소를 신청했다. 

 

차 군수는 항소심에서 패소할 경우 대법원까지 간다는 입장이어서 법정 소송은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함안군 의원은 “차 군수의 구속으로 인해 선출직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며 “함안의 현안 사업들이 추진 동력을 상실해 걱정이다”고 말했다. 

 

최평호 고성군수는 한 지인에게 당선 후 요직을 주겠다고 하는 등 이권을 약속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해 4월 불구속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13일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최 군수는 군수직을 잃었다. 고성군은 내년 6월까지 이향래 부군수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그러나 권한대행의 한계로 항공산업과 고성농정 2050프로젝트,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창호 함양군수는 함양군의회 의원들에게 여행경비 등을 찬조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 5월 31일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검찰은 11월 23일 창원지법 거창지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임 군수에게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다. 임 군수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2월 7일 열린다.

 

오영호 의령군수는 자신의 농장 창고를 돼지 축사로 불법 용도 변경하는 등 혐의(산지관리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돼 최근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로 선출직 공석 문제 차단해야 ” 

 

문제는 대선 출마와 판결 결과가 단체장 개인의 정치적 활동을 제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자체의 공백을 야기, 권한대행이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지자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공약사업에 탄력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유력 정치인은 “임명직 공직자가 선출직 공직자를 대신해 유권자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며 “선출직 공직자의 부재에 따른 혼란을 차단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끊이지 않는 단체장들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감시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단체장의 권한 남용은 기초단체일수록 더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시식 경남시민주권연합 상임대표는 “단체장에게 예산과 인사권을 비롯해 대형 사업의 인ㆍ허가권이 집중돼 있어 청탁과 이권 개입 등의 위험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며 “정책실명제 확대와 감사 기능 강화로 단체장의 행정행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한 관계자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으로 인한 잡음과 고비용·저효율의 선거구조로 인해 단체장의 법적 구속 등 정치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차라리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도 방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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