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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IMF는 여성청년에게 무엇을 남겼나

82년생 김지영과 88년생 양호랑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11.28(Tue) 14:31:00 |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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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은 지 20년이 되는 해다. IMF 관리체제는 비극적 시기였다. 해고, 파산, 노숙자, 동반자살이란 말들이 일반화됐다. 중산층이 무너졌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정글이 다시 펼쳐졌다. 이런 상황은 여성에겐 여러 겹으로 재앙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사회의 변동상황과 언제나 관련이 있음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상 IMF 관리체제라는 거대한 비극적 전환이 여성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보고가 별로 없다. 그런 중에서도, 지금 주로 30대에 해당하는, 당시 사춘기를 통과하던 여성들은 어땠을까. 이 세대 여성들을 향해 사회가 저출산의 책임을 묻고 있는 데 비하면 참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에, 소설 한 편과 드라마 한 편이 눈에 띈다. 《82년생 김지영》과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등장하는 여성들이다. 김지영은 그야말로 IMF 폭탄을 맞은 중산층 청년이었고, 양호랑은 정확히 출신 배경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IMF 관리체제를 졸업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던 시기에 다행히도(?) 무사히 성장한 청년이다. 이들의 삶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이제야 시작되는 것이 고맙고 조급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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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은 이미 널리 알려진 소설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추출한 김지영의 삶은 이 세대의 평균적 모습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는 88년생 세대 여성 앞에 놓인 고단한 현실을 로맨틱 드라마답게, 그러나 또한 매우 현실적으로 돌파해 가는 세 여성이 등장한다. 주거 문제, 성폭력 문제, 직장 내 성차별 문제, 결혼 문제 등등. 이 세 여성은 6년 뒤 김지영의 나이가 됐을 때 김지영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될까. 그중에서도 양호랑의 삶에 특별히 관심이 갔다. 그중 다수일 것으로 보이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양호랑은, 결혼이 꿈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어쩔 수 없이 전업맘이 된 것과 비교할 때, 양호랑의 꿈은 좀 더 적극적이다. 김지영에게 가정은 천국이 아니었지만, 아직 미혼인 양호랑에겐 결혼이 종착점이다. 결혼하면 갑자기 분홍빛 소파가 놓인 거실이 생기고,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꿈은 몽상을 넘어 망상에 가깝지만, 양호랑들이 드라마 속 그녀 한 사람뿐이진 않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삶을 장밋빛으로 상상하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왜 결혼이 꿈일까?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세대를 내가 몰라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IMF 사태 이후 태어나거나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의 삶은 그 이전 세대가 애써 닦아온 진보의 토대 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청년세대 전체가 그렇다.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유신세대가 88만원 세대의 비참을 잉태했다면, 386세대는 이들 IMF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주는 중일까. IMF는 단지 경제위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자주 잊는다. 쉽게 입에 담는 신자유주의는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지만, 그 주된 피해자는 기성세대가 아니란 점을 성찰해야 하겠다.

 

이들 세대가 보여주는 어떤 지체, 어떤 폭주들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IMF와 결부시켜 보는 일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청년들에게 세상이 왜 이토록 안전하지 못한지를, 왜 선배가 없어 보이는지를, 소설과 드라마를 보면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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