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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떨고 있니?” 성폭력 고발 캠페인에 숨죽이는 美 유명인사들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11.29(Wed) 14:30:02 |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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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신문 기사에 누가 또 등장할지…웬만한 유명 남성들은 다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연일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성폭력 고발 캠페인에 관해 워싱턴의 한 정치평론가가 내놓은 말이다. 미국에선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메가톤급 성추문 사건이 불거진 이후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과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피해 사실을 ‘커밍아웃’하면서 영화계는 물론 정계와 언론계에 이르기까지 폭로의 불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수십 년 동안 공인(公人)으로 활동해 온 인사들도 언제 불똥이 자신에게 튈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과거를 꼼꼼히 살피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파문의 확산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미 정계에서 번지고 있는 성추문 폭로전의 파장은 그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만만치 않다. 민주당 소속 현역 상원의원인 앨 프랭컨(미네소타주)은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리앤 트위든을 11년 전에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급히 사과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트위든은 모델 활동을 하던 2006년 프랭컨과 함께 중동으로 미군 위문을 다녀오던 비행기 안에서 자신이 잠든 사이 프랭컨이 가슴에 손을 대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연예인 출신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오른 프랭컨의 자수성가 이미지가 한 방에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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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도 강타한 美 성추문 폭로

 

하지만 미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성추문 스캔들은 프랭컨 의원보다 먼저 터진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인 로이 무어(70)의 성추문이다. 무어는 38년 전 10대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최초 보도 이후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수없이 등장하면서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1979년 지방검사 신분이었던 무어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4명의 당시 10대 미성년자 소녀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무어는 거센 후보직 사퇴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쇄도하는 비난에도 본인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처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월21일, 최근 성추문 폭로에 관해 “우리 사회와 여성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폭로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쁘다”고 말했지만, 무어 후보에 관해선 그가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12월12일 치러지는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는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만약 무어 후보가 이곳에서 패배한다면 미 연방 상원 의석은 공화당 51석, 민주당 49석으로 좁혀져 국정 운영의 핵심 관건인 과반수 확보가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해 향후 트럼프 행정부 국정 수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등에서 완패한 공화당이 이번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패한다면, 이는 내년 중간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불거지는 성폭력 폭로 캠페인이 정계 구도도 바꿀 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미 전역을 휘몰아치고 있는 과거 성폭력 고발 허리케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를 보도하고 있는 언론계도 여지없이 강타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선정된 유명 토크쇼 진행자이자 언론인인 찰리 로즈(75)도 최근 8명의 여성들이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CBS방송 등 모든 프로그램에서 낙마했다. 당시 나이가 21~37세였던 해당 여성들은 로즈가 방송 제작 등을 함께하면서 직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조연출로 일한 한 피해 여성은 로즈가 자신의 몸을 수차례 더듬었고, 출장지에서는 자신을 호텔 방으로 부른 뒤 나체로 나타났다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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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 캠페인, 트럼프 정조준

 

성추문 스캔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를 거쳐 지난해 NYT에 합류한 베테랑 기자인 글렌 트러쉬(50)도 최근 과거 성추문이 폭로되자,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주로 언론 경력이 짧은 20대 후배 여성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여성은 5년 전 술집에서 트러쉬가 강제로 허벅지를 만졌고 키스를 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엔 유명 기자인 트러쉬의 영향력이 두려워 성추행을 문제 삼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계를 시작으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이 정계와 언론계는 물론 재계와 학계 등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성폭력 고발 캠페인의 확산이 그동안 인종 갈등에 대한 저항과 함께 미국 사회문화의 변화를 상징하는 거대한 흐름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특히, 과거 성폭행이나 성폭력을 당했지만 권력이나 지위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 여성들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와인스타인 고발을 계기로 더욱 용기 있게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월21일 “여성은 매우 특별하다. 많은 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매우 특별한 시기”라며 “이런 것들을 공유하는 게 여성과 사회 전반에도 좋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성폭력 폭로 캠페인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월22일 장문의 ‘팩트 체커(Fact Checker)’ 기사를 통해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 분량만 1만2375자에 이르는 이 보도에서 WP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13명의 여성들의 이름과 이들이 제기한 혐의, 그리고 목격자 또는 증인들의 주장을 꼼꼼하게 소개했다. 이번 기사는 공화당 로이 무어 상원의원 후보의 미성년 성추행 의혹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옹호하는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성추문은 지난해 그가 대통령 후보 시절 과거에 연예 매체 진행자와 나눈 음담패설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확산됐다. 백악관은 여전히 이들 여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어디까지 파문이 확산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도 당했다’는 성폭력 고발 캠페인의 총구가 다시 최고 권력자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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