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위한 따뜻한 금융, ‘돈’ 아닌 ‘서비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9 14:54
  • 호수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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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드림 프로젝트S’ 진두지휘하는 고윤주 신한은행 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지난 3월 취임 후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리디파인’(Redefine·재정의)이다. 고객 서비스나 금융상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신한은행에는 ‘금융’에 대한 정의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의 개념을 ‘돈’에 맞추지 않고 ‘서비스’로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두드림(Do Dream) 프로젝트S’는 이런 차원에서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깼다.

 

흔히 은행의 자영업자 서비스 하면 저금리 대출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두드림 프로젝트S에서 일절 돈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운영자금 대출처럼 수익과 직결된 부분은 일절 생략한다. 오로지 자영업 부활만을 부르짖는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탈무드의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강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두지휘하고 있는 고윤주 신한은행 부행장(개인/기관 그룹장)을 만나 두드림 프로젝트S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고윤주 신한은행 부행장 © 시사저널 임준선

 

‘두드림 프로젝트S’의 기획 의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연한 기회였다. 올 초 사내 임원 연수에 《한국형 장사의 신》을 쓴 푸드 칼럼니스트 김유진 ‘김유진제작소’ 대표가 강사로 초청됐다. 처음 들어봤는데 되게 새롭더라. 지금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 그분들께 도움을 주는 이걸(두드림 프로젝트S) 해 보겠다고 위에 보고드렸더니 행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셨다. 올해는 사실 파일럿(Pilot) 개념으로 시작한 거다.”

 

 

프로젝트S라는 명칭이 흥미롭다.

 

“두드림 프로젝트S는 신한은행이 추진 중인 신한 두드림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쉽게 말해 신한은행이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앞장서는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 2020년까지 총 9조원을 투입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두드림 프로젝트S에서 S의 의미는 성공(Success)·지원(Support), 우리 신한은행과의 시너지(Synergy with Shinhan) 등을 의미한다.”

 

 

선발 과정이 궁금하다.

 

“소호(SOHO) 사관학교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위한 실전 교육 프로그램이다. 1기생 30명이 8주 과정을 마쳤고, 2기생 30명은 현재 교육이 진행 중이다. 물론 교육비는 무료다. 1·2기의 경우, 사업계획서 심사를 통해 선발된 외식업·동물병원·치과 등 다양한 업종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했다.”

 

 

자영업자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인가.

 

“물론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8회에 걸쳐, 그러니까 두 달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김유진 대표가 창업의 ‘A to Z’를 가르친다. 올해는 어떻게 선발했느냐면, 우선 서울에서 500명, 부산에서 100명의 자영업자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거기서 프로그램을 설명한 뒤, 신청서를 받았다. 물론 그 자리에 초청된 분들은 일선 은행 점포에서 추천받은 고객들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유(類)의 금융권 행사가 ‘전시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자영업자들의 고민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다가간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그동안 은행이 자영업자에게 줄 수 있는 혜택 하면 금리를 깎아준다든지 부가서비스로 뭘 해 주겠다는 것 정도였다. 반면, 이건 ‘서비스’다. 고객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신한이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돈은 많이 들지 않는다. 첫해 사업이라 편성된 예산도 8000만원 정도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이 잘되면 나중에 가서야 은행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 어떤 과실을 생각하고 기획한 건 아니다. 우리 신한의 슬로건이 ‘미래와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 아닌가. 여기서 말하는 금융은 단순히 ‘돈’이 아니다. ‘서비스’다.”

 

 

기존 은행의 자영업자 서비스가 대출 위주라면 이건 어떤 점이 다른 것인가.

 

“한마디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다만 정해진 예산 때문에 참여 인원이 한정된 것은 아쉽다. 때문에 내년부터는 인원을 대폭 늘릴 생각이며, 창업 내지는 점포 운영에 필요한 과정도 만들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서울 성수동에 별도의 공간도 마련했다.”

 

9월27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지상주차장에서 ‘성공 두드림 소호 사관학교’ 1기 수료생과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함께 ‘두드림 위(Do Dream We) 포차’ 행사를 열었다. © 신한은행 제공

 

일반 창업 강좌와 신한의 서비스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거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커뮤니티부터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장사가 잘되는 매장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첫 번째 과제다. 그러기 위해 우리 직원들이 그런 매장들을 찾아가 일일이 협업을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세무 등 자산 관리는 우리 은행 내부 강사를 활용할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가 전문가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가장 보람찬 때가 언제였는가.

 

“9월27일 소호 사관학교 1기생들이 서울 본점 주차장에서 일일행사를 열었다. 그날 수강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데 진짜 뿌듯하더라. 때마침 사내 직원행복센터에서 ‘신한 가족에게 특별한 간식거리를 제공할 게 없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우리 프로그램 취지와 딱 맞은 거다.”

 

 

이외에도 준비 중인 또 다른 자영업자 지원 서비스가 있는가.

 

“내년에는 ‘신한 성공 두드림 아카데미 과정’이 신설된다. 최종 확정되지 않았는데 현재 기본과정과 고급과정으로 나눌 생각을 갖고 있다. 기본과정에서는 단골고객을 만드는 노하우부터 배운다. 점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은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가르칠 생각이다. 블로그나 SNS를 활용한 홍보와 푸드 스타일링도 교육한다. 고급과정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추후 지금의 점포를 프랜차이즈로 키울 때 필요한 것까지 배우는 과정이다. 이들 과정을 각각 월 4회씩 연다는 게 목표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소호 사관학교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기억에 남는 수료생을 꼽는다면.

 

“1기생 중에 ‘돼지미학’이라는 점포를 운영하는 수료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사가 잘 안 돼서 매장을 접을 생각까지 한 분이었다. 원래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다가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그래서 마지막 끈을 잡는 심정으로 우리 교육에 왔다. 거기서 배운 그대로 해 봤더니 8주 만에 매출이 2.5배 뛰었다더라. 지금은 2호점·3호점을 알아보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6년 동안 장사만 해 와서 한 번도 결혼기념일을 챙겨보지 못했는데, 신한 때문에 이런 것도 하게 됐다’면서 직원 집에 가족 나들이 겸 해서 찾아왔다는 소리를 듣고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원래 너무 장사가 되지 않아 대출조차 못 받는 자영업자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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