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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모 의존세’ 검토 중이라는 일본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2(Sat) 16:00:00 |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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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의 기세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합계출산율 최하위를 기록한 지도 어언 10년은 넘은 것 같다. 그 10년 동안 100조원에 이르는 국가 예산을 출산율 제고를 위해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1.17~1.21 수준에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저출산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결혼율 감소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음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 생각된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에는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30대 초중반 소위 결혼적령기의 결혼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저출산 기조가 유지돼 왔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혼율 감소가 저출산의 주범으로 지목되자마자 한바탕 해프닝을 치른 바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출산율 감소를 야기한 미혼(未婚) 혹은 비혼(非婚)층이 누구인지 찾아보니 고학력 고스펙 여성이 타깃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고스펙 여성에게 입사시험 시 불이익을 주자, 고스펙 여성들로 하여금 눈을 낮춰서라도 결혼을 하도록 하자 등 ‘웃픈’(우습지만 그 절박함에 슬프기도 한) 제안이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정부 차원에서 결혼율을 높이기 위해 시도했던 프로그램의 원조 격으로는 1960년대 중반 싱가포르 정부가 주도했던 ‘로맨싱 싱가포르’가 있다. 양질의 인구를 확보하려면 고학력 여성의 결혼을 장려해야 한다는 취지하에 기획된 ‘로맨싱 싱가포르’는 정작 여성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희화화됐고, 결국은 실패한 사례로 남게 됐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정부가 출산 진작을 위해 부부만의 여행을 적극 권장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여행지에서 임신에 성공한 것을 입증한 부부에게는 여행비용 일체를 정부가 지원해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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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귀가 솔깃해지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부모에게 얹혀사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기생적(寄生的) 독신이란 의미)’이 늘어만 가니 이들에게 ‘부모 의존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패러사이트 싱글이 사회적 이슈가 된 배경으로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일본 사회의 경기침체 및 저속성장을 지목한 바 있다. 결혼 적령기 여성의 입장에서는 결혼을 선택할 경우 부모와 함께 살면서 누리던 풍족한 생활수준보다 하강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기에, 결혼보다는 자신의 월급을 용돈으로 쓰면서 부모 밑에서 수준 높은 생활을 누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들에게 헌신해 온 세대니만큼 나서서 등 떠밀려 하지 않는 데다, 혼전 성관계에 대한 사회적 허용도도 높아졌으니 누군들 결혼제도 속으로 들어가길 희망하겠느냐가 야마다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답답해진 정부 차원에서 싱글을 대상으로 ‘독신세’를  부과할 생각도 해 봤으나, 이는 결혼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기에 포기하고 대신 ‘부모 의존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몇 살부터 세금을 부과해야 할 것인지, 세금 액수를 얼마로 조정할 것인지, 부모의 경제력을 고려할 것인지 여부 등을 놓고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 한다.

 

국가가 정책을 만들면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는 조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일본의 ‘부모 의존세’ 도입이 우리네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인들이여, 일본이 걸어온 길을 눈이 빠지도록 관찰하라”던 인구학자 해리 덴트의 충고를 새기며, 일단은 출산율 부양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수용해야 할 것이요, 결혼율을 높이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은 정책에 헛된 희망을 품기보다는, 인구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가족·교육·노동·복지 모든 영역에서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세밀한 그림을 그려봐야 할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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