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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보이차왕 빙다오에 드리워진 그림자

서영수 감독의 Tea Road(6)

서영수 감독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2(Sat)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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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다오라오차이(氷島老寨)는 2017년 봄 고수차(古树茶) 모차(毛茶) 1kg 가격이 700만원에서 1000만원에 거래되며 그동안 최고 몸값을 자랑하던 라오반장(老班章)을 가볍게 누르고 보이차왕 명성을 중국전역에 떨쳤다. 저평가 받아오던 린창(臨滄) 지역 찻값도 더불어 폭등했다. 수시로 피어오르는 짙은 안개와 높은 산허리를 휘감는 구름이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부드러운 산광을 제공해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천혜의 기상환경을 갖고 있는 빙다오라오차이는 ‘흔들면 금은이 떨어진다’는 전설 속에 나오는 돈나무 야오첸수(搖錢樹)처럼 찻잎이 금싸라기로 변하는 산골부촌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마을 주민은 넘치는 돈으로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우선 사들인다. 시멘트와 벽돌로 현대식 가옥을 새로 짓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전통가옥은 급격히 줄어들어 차산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었다. 

 

빙다오라오차이에 새로 지은 집을 얼핏 보면 대나무와 초가지붕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현대식 가옥이다. 지붕을 통일시키라는 지방정부의 지시에 따라 현대식 지붕 위에 짚을 엮어 초가지붕을 덧씌웠다. 외벽은 시멘트 위에 대나무를 인쇄한 코팅지로 마감했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산골은 새집 짓기에 분주했다. 경운기를 미니트럭으로 개조해 가파르고 좁은 산길에 최적화된 토라지(拖拉機)가 주택개량사업 첨병으로 나섰다. 도르래를 이용한 소형 전동기중기가 시멘트반죽을 실은 손수레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촌장을 지낸 지인은 빙다오 촌민위원회소조를 결성해 자체브랜드로 보이차를 출품하고 있었다. 그가 처남과 처제를 불러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마을 곳곳에 흩어져있는 고차수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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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다오라오차이는 린창을 대표하는 멍쿠(勐庫)대엽종 원종(原種)차나무가 처음 재배된 뿌리 깊은 마을이다. 명(明)나라 9대 헌종(憲宗) 성화(成化) 21년(1485년) 멍멍(勐勐) 토사(土司, 세습족장)가 황실공차로 유명한 이우(易武)로 사람을 보내 차나무 씨앗 200여개를 구해와 처음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150여 그루가 첫 재배에 성공해 현재까지도 20여 그루가 생존해있다. 멍쿠대엽종을 예전에는 빙다오대엽종이라고 불렀다. 린창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펑칭(鳳慶)대엽종은 청(清)나라 고종(高宗) 건륭(乾隆) 26년(1761년) 타이(傣)족 토사 한무(罕木)가 순닝(顺宁) 토사에게 딸을 출가시키면서 차 종자 수백 근을 보내 린창 일대에 심도록 해서 번식시켰다. 빙다오대엽종보다 역사가 짧은 펑칭대엽종은 보이차 보다 홍차 만드는 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빙다오라오차이는 상당수의 고차수가 인가 속에 있거나 경작지 옆에 있었다. 사람들이 고수차(古樹茶)를 선호하는 기대치 가운데 ‘농약과 비료로 부터의 자유’를 빼놓을 수 없다. 차나무에 직접 비료를 주지 않는다 해도 그 주변에 경작지와 주택이 너무 가까이 있다면 생활오수 등 염려할 문제가 많다. 생태환경을 고려하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게다가 수확 가능한 멍쿠대엽종 순종 고차수는 겨우 150여 그루 밖에 되지 않았다. 마을 안 소규모 다원 속에 차상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차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차상들은 나무 한 그루에 연간 1000~2000만원의 사용료를 차나무 주인에게 지불한다. 고차수 한 그루에서 정상적으로 채차(採茶)할 수 있는 찻잎 가격만으로는 1년 임대료를 충당하기 어렵다. 이름표를 건 차나무는 수익성보다 빙다오에서 차를 직접 만든다는 상징과 홍보 성격이 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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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다오라오차이는 고수차 시장 절대강자 라오반장에 비해 고차수의 수량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고 생태환경도 좋지 않았다. 공동체분위기가 강했던 마을이 고차수를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뉘어 인심이 각박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철조망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분해 우리에서 너와 나로 분리해 사유화 길을 걷고 있었다. 지인의 집으로 돌아오니 방금 잡은 닭에서 받아낸 선혈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소수민족이 사는 산골을 다니면서 피하고 싶은 순간이 왔다. 옥수수를 증류시켜 만든 위미주(玉米酒)를 달라고 해서 선혈에 부어 단숨에 들이켰다. 지켜보던 지인과 마을 사람들이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그들만의 환영행사를 통과한 것이다. 아침부터 알코올도수 70도를 넘나드는 위미주를 식도로 털어 넣듯이 연거푸 마셨다. 주변 4개 촌락과 연합해 자체브랜드로 빙다오 보이차를 생산 유통할 계획에 대해 신이 나서 열변을 토하는 지인은 이미 산골사람이 아닌 사업가였다. 

 

빙다오라오차이는 주변 4개 부락과 같은 행정구역에 속한 것은 맞지만 정통 빙다오차는 빙다오라오차이에서 원료를 채취해 만든 보이차 만을 지칭한다. 모차 가격도 10~1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넓은 의미에서 모두가 빙다오차라고 하는 것은 장사논리일 뿐이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정통성을 잃어버리면 소비자가 빙다오라오차이를 외면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 2017년 봄 고수차 생산량은 빙다오라오차이가 1톤이 채 안되고 4개 부락을 모두 합쳐도 10톤 미만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빙다오 고수차는 100톤 이상이다. 유통량 90% 이상이 진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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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다오라오차이를 빙자한 가짜 차는 원산지인 빙다오라오차이에서 출발한다. 봄에 채취한 비싼 차와 다른 계절에 채취한 저렴한 찻잎을 섞거나 고수차가 아닌 어린 차나무에서 딴 찻잎을 혼합해서 파는 것은 애교에 속한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정체모를 모차가 은밀히 반입돼 빙다오차로 둔갑한다. 보이차를 잘 안다는 중국인도 대부분 모르는 비밀이 있다. 무리한 채취에 시달린 고수차는 임계점을 넘으면 새싹을 적게 틔우거나 말라죽게 된다. 수량을 채우기 위해 농심을 버린 주민은 외지에서 수확량이 좋은 차나무와 씨앗을 가져와 몰래 심거나 수종을 이식하는 접목을 시도한다. 몸은 오리지날 빙다오대엽종이지만 가지와 찻잎은 홍차 만들기에 적합한 펑칭대엽종이라는 사실은 극소수 전문가만 알고 있는 ‘천기누설’이다. 빙다오라오차이 마을 밖 유통 현장과 차 생산 공장에서 벌어지는 가짜 만들기 수법은 기상천외한 것이 많다. 빙다오라오차이는 보이차왕으로 우뚝 섰지만 드리워진 그림자 또한 길고 짙다. 극도로 혼탁해진 투기세력과 가짜를 만들어내는 탐욕이 빚어낸 거품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독한 술 위미주 탓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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