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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김정은’ 도발에 고민 깊어진 ‘문재인’

文 “미국이 선제타격 염두에 두는 상황 막아야”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4(Mon) 11:30:01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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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도발 드라이브가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쏘아 올리는 호전적 행보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발사 성공 직후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의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도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며 미국을 정면 겨냥했다.

 

이번 ‘화성-15형’ 도발은 75일 동안의 숨고르기 끝에 나왔다. 지난 9월초 6차 핵실험과 같은 달 중순 ‘화성-12형’ 미사일 발사 이후 별다른 위협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이 대화국면 전환과 협상 모색 쪽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부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한 북한 병사의 귀순 사건 등 돌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를 걸었다. 대북 인도지원 실행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대북 정책 노선인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을 책자로 만들어 선보이는 등 공을 들였다. 하지만 김정은의 선택은 우리 정부의 희망을 깨뜨리는 방향이었다.

 

북한의 ‘화성-15형’ 발사는 단순히 기존 핵과 미사일 도발의 재개나 연장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사거리 1만3000km로 추정돼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처음으로 과시했다는 측면에 대북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미국이 현실적이고 임박한 위협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는 우리가 관리해야 할 상황”이라며 “우리가 해결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선제타격’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뭔가 중요한 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시사하는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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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 미사일 우리가 해결할 것”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미사일 관련 언급은 이런 급박한 정세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고민을 내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직후 개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할 정도로 이번 사태를 둘러싼 워싱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말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의 과정에서 감지한 워싱턴 중심부 분위기를 문 대통령이 살짝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ICBM급 시험 발사에 이은 김정은의 ‘핵 무력 완성’ 주장은 문재인 정부엔 안팎으로 악재다. 문 대통령은 12월 중순으로 잡힌 중국 방문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는 구상을 가다듬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미·중 양국과의 교감을 통해 한국의 대북 접근 전략을 설명하고 북한을 비핵화와 대화·협상 쪽으로 끌어내려는 청사진이다. 특히 중국이 주장해 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양측의 합동군사연습 중지) 카드에 대한 검토 가능성까지 흘리며 베이징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썼다. 사드 배치 문제 등과 관련한 논란 등 문재인 정부의 대(對)중국 태도를 둘러싼 ‘저자세’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건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초강력 도발로 인해 판이 깨져버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위시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가 강화되고,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이 테이블에 다시 오르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우리 정부 안팎에선 북한의 근본적 노선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나 대화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의 대북특사를 만나지도 않고, 곧이어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국면전환이 어렵겠다는 판단이 대두한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추가 발사를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도 이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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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 폄훼

 

문재인 정부가 11월 하순 제시한 ‘한반도 정책 4대 전략’은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병행진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은 선후 문제나 양자택일이 아닌 상호 선순환 구도 속에서 진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김정은의 도발 카드에 밀려버리는 국면이 닥쳤다.

 

북한은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을 재개하자고 제안했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거부 입장으로 일관해 왔다. 북한과의 대화채널 가동과 인적·물적 교류 사업을 통해 남북 간 화해 분위기 조성은 물론 북한 비핵화 논의 등 현안 논의의 틀을 만들어가려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어온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남북관계 단절이 대북강경책 때문이었다고 비판해 온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복원에 힘썼다. 7월17일엔 북한에 군사당국 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각각 제안했다.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안한 건 앞서 7월6일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을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 차원이다.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었으나, 북한의 막무가내식 도발행보엔 백약이 무효였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대화 거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북 접근과 설득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문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로 폄훼하면서 한·미 동맹 와해와 적대적 대북정책 폐지 등의 요구를 쏟아내고 있어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게다가 핵이나 미사일 외에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현실화하기 위해 집요한 움직임을 벌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남북관계가 다시 대화와 화해협력 쪽으로 가닥을 잡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김정은 체제의 도발적이고 돌출적인 행태로 볼 때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태도 변화를 보이고 개혁·개방 쪽을 선택할 가능성은 작은 게 현실이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김정은이 내년 초 신년사 등을 통해 대남 유화·평화 공세를 펼칠 공산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겹겹이 쌓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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