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정치PICK] ‘북한’과 정치의 상관관계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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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75일이라는 꽤 긴 시간을 침묵했지만, 기어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이번에는 추정 사거리가 꽤 깁니다. 미국 본토에까지 이를 지경이라고 합니다. 미국 하와이에서는 30년만에 핵공격 대비 훈련까지 실시했다고 하고, 미국 안보라인에서는 “김정은의 전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위협적인 말까지 나왔습니다. 

 

국내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들고 일어났습니다. 모든 정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특히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정책 실패까지 거론했습니다. 11월29일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번 도발로 확실해진 것은 결코 북한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스스로 유일한 생존 전략이 핵과 미사일을 통한 체제 유지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이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며 허울뿐인 평화를 내세워 북한의 전략에 자칫 말려드는 우를 범하는 것은 대한민국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자초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특히 보수정당은 ‘안보 이슈’에 민감합니다. 5월 대선 정국에서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에게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며 공세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 측은 “홍준표 정부만이 김정은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한 외교로 한반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안보 이슈’는 보수표 결집에 주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는 정치적으로 악용돼 왔다는 지적을 매번 받습니다. 소위 ‘북풍’이라고 하지요. 대표적인 사건으로 1986년에 일어났던 ‘평화의댐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이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금강산댐’을 건설해 200억 톤의 물을 방류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이 당시 텔레비전에서는 하루 종일 여의도 63빌딩이 절반이나 물에 잠기는 모습이나 서울시의 주요 건축물에 물에 잠기는 시뮬레이션 영상이 나왔습니다. 유명한 대학 교수들까지 뉴스에 출연해 그럴듯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실체’는 나오지 않았지만, 온 나라를 ‘반공 이슈’에 집중하게 하려는 정부의 ‘시나리오’였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21세기에 들어도 강도만 다를 뿐, 북한 문제가 정치적인 이슈가 된 사례는 있습니다. 2013년에 일어난 ‘NLL 대화록 사건’이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이 있습니다. ‘평화의 댐 사건’과 같은 양상은 아니더라도, 북한의 위협을 가공했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한반도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가장 나쁜 지금과 같은 때에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매우 민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주변의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 슬기로운 해결책이 절실한 지금만이라도, 북한의 위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물론 유권자인 국민도 예전처럼 순진하게 ‘북풍몰이’를 당하지 않을 겁니다. 부디 슬기로운 해결책이 나와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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