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청 조사4국은 ‘별도의 계획’ 수행 중
  •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04 16:15
  • 호수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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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국세청 사무분장’ 입수…‘청와대 하명 세무조사’說 뒷받침

 

청와대 하명 세무조사를 수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로 몰고 간 태광실업 세무조사 사건이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시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조사4국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조사4국은 ‘기업 저승사자’ ‘국세청의 중수부’ 등 별칭으로 그 위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곳이 어떤 명령을 받아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역대 국세청장들이 대체로 ‘조사4국장→본청 조사국장→지방청장(또는 본청차장)→본청장’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조사4국장이 승진을 위한 요직 중 요직이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 정작 그 부서의 역할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한승희 국세청장이 11월22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열린 국세행정 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확인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별도의 계획’

 

조사4국이 이른바 ‘청와대 하명 세무조사’에 나서고 있다는 설(說)은 그간 많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어 실체에 접근하기는 힘들었다. 때문에 국세청은 정치적인 세무조사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개별납세자에 대한 사항”이라며 입을 다물고 논란을 피해 가곤 했다. 지난 10월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논란은 반복됐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세청이 올해 실시한 부동산 탈루 의혹자 588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정권 하명 세무조사”라고 지적했지만,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세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세무조사를 벌인다”며 논란을 피해 갔다.

 

최근 시사저널e는 국세청이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지방국세청의 사무분장(事務分掌)을 입수해 조사4국 역할에 대해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자료를 통해 조사4국의 하명조사 가능성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이 규정 24조(조사4국 조사관리과) 2항1호는 조사관리1팀의 역할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여 별도의 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제세 조사계획 및 종합분석을 담당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런 사무분장은 서울청 조사1~4국에서도 4국만 유일하다.

 

그렇다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여 별도의 계획’이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조사4국 전 직원 A씨는 “(사실상) 청와대 등 윗선의 하명에 의해 실시되는 세무조사”라고 귀띔했다. 결국 국세청장과 지방청장의 판단에 따라 조사4국의 ‘중요 사건’ 처리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차후에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하명 세무조사가 잇따를 수 있는 여지가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민감한 사건의 경우, 세무조사를 실제 지휘하는 담당자에 대한 인사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정권에 따라 과장급(4급 서기관)을 사전에 교체하기도 한다. 이때는 이미 세무조사의 계획단계가 아닌 분석과 선정이 다 끝난 뒤여서 실무담당자는 현장 세무조사만 지휘한다”고 전했다. 세무조사 지휘관(과장급)이 하명조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런 경우는 못 봤다”고 답했다.

 

2008년 12월12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청 조사4국은 정치적 논란이 많은 민감한 사건의 경우, 검찰의 파트너가 돼 수사의 지휘를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한 사무분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분장 규정 24조 6항은 조사4국 내 조사관리5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언급하는 ‘범칙조사업무 총괄 및 범칙조사 관련 모든 업무’가 바로 검찰과 국세청의 합동조사를 말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이때 국세청은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고 범죄기간이 명확해지면 그 기간에 포탈한 세금에 대한 추징에 들어간다.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변칙 상속·증여 역시 조사4국이 담당한다.

 

최근 대기업 총수나 대자산가들이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변칙적으로 사전증여로 사실상 대부분의 자산을 미리 상속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임직원 명의 차명으로 건설 시행사를 관리하면서 사주 일가가 보유한 시공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임직원에게 명의신탁한 회사 주식을 다시 그룹 총수 자녀에게 넘기는 우회 증여 행위 등이다. 조사4국 조사관리7팀 사무분장을 보면 ‘100대 계열법인 총수 일가 등 대자산가의 변칙 상속·증여자의 심리자료의 수집, 심리업무 계획수립’을 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때 지방청장이 필요한 경우 100대 계열법인 담당국에서 관장할 법인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다.

 

국내 세원정보 동향을 파악하거나 해외 역외탈세 현장정보 수집 등 특수활동도 조사4국(조사관리 10팀)이 수행하는 업무 중 하나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조세피난처 등에 회사를 세우고 국내에 투자 형태로 자금을 세탁해 들여오는 일들이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다. 이 경우 현지에서 직접 회사를 확인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사4국 직원이 일명 ‘언더커버(Under-Cover·신분을 노출하지 않은 채 활동하는 요원)’ 활동을 하기도 한다. A씨는 “최근 국회에서 국세청 특수활동비를 증액한 일이 있었는데 언더커버 요원의 해외 탈세 정보수집에 대한 열악한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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