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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행정기관 이전 5년, 기로에 선 세종시

공무원 대부분 이주, 주민 생활만족도 1위…“하루하루가 다르다”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5(Tue) 13:00:01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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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시. 이름 앞에 붙어 있는 복잡한 수식어는 세종시 출범까지 숱한 우여곡절의 역사를 담고 있다. 신행정수도란 이름으로 국민 앞에 등장한 것은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 때였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가시화됐다. 하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고,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로 선회했다. 2007년 다시 수정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가 수정안 논란이 정리된 2010년 다시 건설에 들어갔다. 2011년 12월 첫마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고, 2012년 7월 세종시가 정식 출범했다.

 

중앙행정기관이 첫 이주를 시작한 지 5년을 맞았다. 2012년 12월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됐다. 물론 행정기관이 옮겨온 이후에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도시 곳곳은 공사 먼지로 뒤덮였고, 식당을 비롯한 생활 편의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강제로 세종시 근무를 강요받은 공무원 대다수는 출퇴근과 잦은 출장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길에서 허비해야만 했다. 때문에 행정고시를 통과한 수습 사무관들이 서울에 남아 있는 기관을 우선 지원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세종시를 바라보는 눈은 매우 부드러워졌다. 논란이 잦아들면서 국민의 시선에서 멀어져 갔다. 그 사이 세종시는 ‘주민 생활만족도 1위, 인구 증가율 1위, 출생률 1위 도시’로 탈바꿈했다. 무엇이 이 같은 지표를 가능하게 했을까. 해답을 찾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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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대부분 이주…과장급 이상은 ‘주저’

 

“처음 내려왔을 때는 너무 삭막했어요. 집까지 걸어가는 퇴근길에는 휑한 공사장과 무표정하게 걷는 공무원들만 보였어요. 더 큰 문제는 먹을 것 하나 살 수 있는 가게가 없었다는 거예요. 밤에 맥주 한 캔 살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도 없었죠. 그런데 하루하루가 달라지더라고요. 어느덧 대형마트와 영화관, 찜질방도 생겼어요. 4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도시인 것 같아요.”

 

지난 2013년 세종시에 정착한 한 경제부처 안아무개 사무관은 세종시 생활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행정기관이 강제로 이전할 당시 공무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미혼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았던 안 사무관은 세종시에 원룸 하나를 전세로 얻어 내려왔다. 그는 세종시 초기 모습은 마치 유령도시와 같았다고 회상했다. “최신 영화를 보기 위해 차를 샀다”는 그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생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전시 유성구까지 오갔다는 것이었다. 안 사무관과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의 절반 이상은 100km가 넘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출퇴근을 반복했다.

 

세종시 공무원이 세 부류로 나뉜 것도 이때부터다. 수도권에서 매일 세종시를 오가는 ‘출퇴근족(族)’, 가족을 둔 채 홀로 세종시에 머물고 있는 ‘기러기족’, 가족과 함께 이주하거나 정착을 택한 ‘완전이주족’이다. 처음에는 출퇴근족 비율이 완전이주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족들의 이주에 큰 부담이 없는 젊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세종시보다는 대전 유성구를 택한 공무원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어느덧 세종시가 도시의 모습을 갖추면서 세종시에 거주하는 공무원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세종권 이전 중앙부처 공무원 거주현황’ 자료에 따르면, 세종권 공무원 1만2934명 가운데 세종시에 거주하는 인원은 1만1522명(89.1%)에 달했다. 물론 세대별로 이주 유형은 조금 달랐다. 주로 유치원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공무원들은 가족과 함께 세종시로 이사 오는 것을 선호했다. 신설 교육기관이 많다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반면 주로 40대 중후반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은 완전 이주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중·고등학생 자녀의 교육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은 홀로 세종시에 머물며 가족들과 떨어지는 생활을 택했다.

 

공무원들만 세종시를 택한 것이 아니었다. 세종시 인구는 2013년 말 12만 명에서 지난해 말 21만 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11월24일 기준 세종시 인구는 28만 명에 달한다. 전국 광역 시·도 17곳 가운데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 속도 또한 더욱 빨라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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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풀리지 않는 ‘길과장’ ‘길국장’ 문제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도 있다. 바로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길과장’ ‘길국장’ 얘기다. 행정기관이 세종시로 옮겨오면서 업무 때문에 자리를 지키지 않고 길 어딘가에 있다는 과장이나 국장급 간부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실제로 한 경제부처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는 한 과장의 경우 일주일에 평균 세 번씩 KTX에 몸을 싣는다. 이동 시간을 왕복 4시간으로 잡으면 매주 12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셈이다.

 

정기국회나 예산심사 시즌이 다가오면 아예 서울에 숙소를 잡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국회 앞 숙박업소와 제휴를 맺고 직원들이 출장 숙박비 한도 7만원으로 장기 투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계약 물량이 한정적이다. 어쩔 수 없이 사비를 더해 10만원 넘는 방을 잡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박아무개 사무관은 여의도에 11월 한 달간 머물 숙소를 마련했다. 하루 7만원의 출장 숙박비 한도보다 비쌌지만 차라리 몸이 편한 길을 택했다. 도저히 세종시에서 매일 출퇴근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박 사무관은 지난 국정감사 때 매일 출퇴근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회의 시간 전인 9시30분까지 국회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났다. 밤늦게 회의가 끝나고 KTX 오송역에 도착하면 버스가 끊겨 택시를 타는 일도 다반사였다. 박 사무관은 집에 있는 18개월 된 아들이 아른거렸지만, 건강이나 금전적인 면을 봤을 때 이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국회 복도에서 신문지 깔고 앉아 있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서울에 가족들을 놔두고 홀로 이주한 과장님이나 국장님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행정기관 이전이 대부분 완료되면서 정부부처 회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어졌다. 하지만 국회 업무는 달랐다. 국회 회의뿐 아니라 국회의원 보좌진들을 만나 업무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출장이 불가피했다.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내려와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국회 보고 등을 이유로 공무원들이 지출하는 출장비만 하루 평균 7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억원에 달하는 수치다.

 

때문에 세종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선 국회 분원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회 분원의 정치적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토대로 검토한 결과, 국민의 과반 이상이 국회 분원 또는 이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분원 설치가 공무원 출장비를 줄여 경제적으로도 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연간 5000만원에서 5억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고 분석됐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최근 “세종시에 국회 분원이 설치되면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공무원, 이른바 ‘길국장’ ‘길과장’이 확 줄어들 것”이라며 “고맙게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만이라도 세종시로 옮기자고 하는데 공무원 출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공무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집값이다. 세종시가 도시의 틀을 갖춰가면서 집값이 꽤 올랐다. 공무원 특별분양을 통해 집을 구했던 사람들이 시세차익을 올린 셈이다. 세종시 한솔동 한 공인중개사는 “첫마을 아파트 작은 평수(전용면적 83㎡)의 경우 분양 첫해에는 2억원을 넘지 않았는데 최근 3억원까지 거래되고 있다”며 “일찌감치 분양받은 공무원들은 1억원 정도 벌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세종시 집값 오름세는 더욱 거세졌다. 올해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평균 10% 이상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11월까지 세종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1.2%로 전국 평균(4.4%)을 크게 웃돈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2013년 입주를 시작한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면적 84.73㎡ C타입 기준 3억653만원에 불과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분양 이후 작년까지 3억6000만~3억80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됐지만, 올해 11월에는 6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세종청사와 호수공원 등과 인접해 있어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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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효과 톡톡히 누린 공무원들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의 불법 전매 문제가 대두됐다. 세종시로 이전한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았다. 이들 아파트는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으로, 최초 주택공급 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1년 동안 전매를 할 수 없었다. 일부 공무원들은 이 기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매매하다가 적발됐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특별공급을 받은 당첨자의 36%는 입주 이전에 분양권을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세종시 집값 상승은 BRT(간선급행버스) 노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실제로 도램마을 인근 아파트들은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5억원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름동 범지기마을의 같은 평수 아파트는 3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두 단지의 직선거리는 약 1km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지하철역과 가까울수록 집값이 비싼 것과 비슷하다.

 

서울과 비슷한 점은 또 있다. 학군을 둘러싼 문제에서도 ‘치맛바람’이 무섭다. 이른바 큰 평수 위주의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도담동의 도담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집단행동을 벌였다. 도담초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길 건너 늘봄초등학교와 공동학구를 형성하려는 교육청의 움직임에 반발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멀리까지 통학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늘봄초와 불과 300m 떨어져 있는 아름초 학부모들 또한 비슷한 움직임이었다. 특성화 문제 등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었지만, 늘봄초 학군에 임대아파트 단지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아름초 학군인 범지기마을 한 공무원은 “임대아파트도 민간 아파트라서 소유보다 거주 목적 공무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라며 “임대아파트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전국 1위를 기록한 통계들은 수없이 많다. 땅값,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인구도 몰렸다. 당연히 부동산 임대업자도 가장 많이 늘었다. 근로자 수도 압도적으로 늘었고, 초·중·고 무상급식 실시율도 가장 높았다.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은 1.82명에 달한다. 전국 평균인 1.17명보다 월등히 높다. 세종시 출생아 수는 2015년 2700여 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2% 증가한 3300여 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덕분에 세종시는 저출산 극복 지자체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양육 환경을 고려해 도시를 설계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세종시는 지난 수년간 국공립유치원을 꾸준히 늘려 왔다. 지역 내 전체 유치원 대비 국공립유치원 비율이 90%대에 이른다. 국공립어린이집 비율도 상당히 높다. 중산층의 젊은 인구가 다수 유입됐다는 점도 다른 지자체와 다른 점이다.

 

생활환경에서도 여타 지역을 압도한다. 신도시의 경우 1인당 공원녹지 면적은 76.2㎡에 달한다. 분당(9.7㎡)·판교(30.4㎡) 등 국내 다른 신도시들보다 훨씬 넓다. 대부분의 광역 시·도는 3~8㎡에 불과하다. 학생 1인당 교육예산도 2049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타 시·도가 645만~1187만원을 기록한 데 비해 월등한 수준이다. 그만큼 교육 분야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덕분이었을까. 주민들은 세종시 생활에 꽤나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세종시는 리얼미터가 10월 실시한 정례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가 조사에서 주민 생활만족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세종시 주민의 생활만족도는 69.4%를 기록하며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전국 1위를 이어갔다. 반면 세종시 생활에 ‘불만족하는 편’이라거나 ‘매우 불만족하다’는 답변은 24.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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