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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新한류’의 역사 새로 쓰는 방탄소년단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 빌보드·AMA 등 세계 최고 어워드 차례차례 접수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5(Tue) 11:00:00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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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무대에 올랐다. 지난 9월 발매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의 타이틀 곡 《디엔에이(DNA)》를 공연한 것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그래미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더불어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이라고 할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2012년에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MC해머와 함께 출연한 이래 한국인의 두 번째 출연이고, 아이돌로선 최초다.

 

싸이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또 생기긴 어려울 것이라고들 했다. 불과 5년 만에 방탄소년단이 같은 무대에 다시 섰다. 싸이는 당시 수상도 했지만 공연은 공동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수상은 하지 않았지만 단독 공연이다. 그만큼 대우를 받은 것이다. 미국 측에서 공동공연을 제안했지만 방탄소년단 측이 단독공연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단독이기 때문에 무대만 보면 우리의 일상적인 주말 쇼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돌리면 서양 사람들이 열광하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단순히 출연에 의의가 있는 수준이 아니다. AMA는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슈퍼스타라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극찬했다. 감격에 눈물 흘리는 관중의 모습이 잡혔다. 공연 후엔 뉴욕포스트가 방탄소년단 공연을 시상식 최고 무대 중 하나로 선정했다. 롤링스톤스의 ‘2017 AMA 최고·최악·사상 최악의 순간들 10’ 리스트에서도 방탄소년단 공연이 최고의 순간으로 꼽혔다. 롤링스톤스는 ‘원 디렉션의 빈자리를 메울 최고의 보이밴드’라고 방탄소년단을 소개했다. ABC는 ‘이날 객석의 거대한 환호성은 방탄소년단을 위한 것이었다’며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바로 이어 구글 트렌드 검색어 순위에 방탄소년단이 1위에 올랐다. 한국 순위가 아니라 미국 현지 순위다. 기네스북 측은 ‘AMA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보여준 방탄소년단’이 올해 전 세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리트윗된 남성그룹으로 등재됐다고 발표했다. 방탄소년단 리트윗 수는 기준 기간 동안 15만2112회였고, 여성그룹 1위인 피프스 하모니는 같은 기간 1만1103회, 비욘세가 3만3083회였다.

 

 

“공항에 도착한 방탄소년단, 마치 비틀스가 온 듯”

 

방탄소년단은 2005년 창립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백지영의 히트곡 《총 맞은 것처럼》을 만든 작곡가 방시혁이 이끄는 회사다. 대형 기획사가 아니다 보니 ‘흙수저 아이돌’이라 불렸고, 초기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5년에야 음악방송 1위에 올랐는데, 그 무렵 해외에서 심상치 않은 반응이 나타났다. 2016년에 세계적 열기가 더 강해져 《피땀눈물》이 큰 인기를 모았다. 그 열기가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으로 이어진다.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였던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수상한 것이다. 2013년에 싸이가 톱 스트리밍 송 부문을 받은 이래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 아이돌로선 최초 빌보드 수상이다.

 

2017년 6월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방탄소년단이 들어갔다. 8월엔 뉴욕타임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 리스트에 44위로 아시아 가수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세계적인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45위, 록계의 슈퍼스타 메탈리카가 50위였다. 9월엔 《러브 유어셀프 승 허》 앨범이 빌보드 앨범 차트 톱10에 진입했고, 포브스가 이 소식을 전했다. 앨범 발매 후 한 달간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이 약 200만 건 생성됐다. 같은 기간 저스틴 비버는 58만 건, 아리아나 그란데는 22만 건이었다. 10월엔 US위클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 15’에 방탄소년단을 14위로 올렸다. 버락 오바마, 트럼프, 비욘세 등이 함께 올랐다.

 

그리고 1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미국 데뷔 공연을 펼쳤다. 데뷔하자마자 ‘슈퍼스타’로 소개됐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코든의 더 레이트 레이트 쇼》(CBS), 《엘렌 드제너러스 쇼》(NBC), 《지미 키멜 라이브》(ABC) 등 미국 3대 방송사 간판 토크쇼에 모두 출연했다. 엘렌 드제너러스는 “공항에 방탄소년단이 도착했을 때 마치 비틀스가 온 것 같았다”고 했다. 비틀스가 미국을 강타한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 밴드의 미국 침공)까지 연상한 것이다. 《레이트 레이트 쇼》에선 현지 관객들이 한국의 아이돌 응원법을 그대로 따라 해 충격을 줬다. 최근엔 신곡 《마이크 드롭》 리믹스 버전이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브라질·덴마크·인도네시아·폴란드 등 세계 50개국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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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특유의 뜨거운 팬덤 현상 확산

 

비교적 서구인들에게 친숙한 음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칼군무 퍼포먼스, 콘텐츠 완성도와 멤버들의 매력 및 실력, SNS 활용 전략 등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강남스타일》을 넘어섰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강남스타일》은 세계 남녀노소 모두의 보편적인 인기를 이끌어냈다. 방탄소년단은 아이돌이기 때문에 10·20대의 제한된 시장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양적으로 《강남스타일》을 뛰어넘긴 힘들지만, 질적으론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방탄소년단엔 아이돌 특유의 뜨거운 팬덤이 나타난다. 이것은 인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핵심 팬덤으로부터 열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 또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한 개인의 우연한 사태였지만, 방탄소년단은 한국 아이돌 산업이 기획한 결과다. 한국 아이돌의 독특한 특징이 방탄소년단에게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다른 한국 아이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기대된다. 그동안 서양인은 동양 남성, 한국 남성을 멋있는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싸이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미국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멋있는’ 아이돌로 떴다.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이런 일로 한국인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한류(新韓流) 열풍 이후 한류를 이어갈 후배 가수들이 미약하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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