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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성공신화는 ‘글로벌 덕질’의 힘

팬을 주인공으로 설계한, 기존 한류와는 다른 ‘新한류’ 창조

고재석·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06(Wed) 20:00:01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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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과 빌보드를 구글 검색어에 함께 넣으면 외신에만 족히 수천 개의 기사가 뜬다. 미국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듀오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는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방탄소년단을 “단지 ‘인터내셔널 슈퍼스타’란 말로는 부족한 팀”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BTS 현상’(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 열풍)을 곧바로 기존 한류의 부흥으로 연결시키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방탄소년단의 성공문법과 기존 한류문법 사이엔 간극이 존재하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신한류(新韓流)’라 구분하기도 한다.

 

한류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까다로운 단어다. 좁게는 드라마·K팝(K-pop)·한식 등 한국 문화 콘텐츠의 해외수출 그 자체가 한류라 불린다. 유통업계는 화장품과 의류, 외식 브랜드를 ‘한류의 첨병’이라 포장한다. 모양새는 다양하지만 바탕에 깔린 사고는 매한가지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거라는 믿음이다. 국내 연예기획사의 비즈니스 전략이 ‘공급’이 된 건 이 때문이다. 기획사는 오랜 기간 자본을 투자해 아이돌이라는 상품을 제작한다. 대형 기획사는 자사 아이돌을 음악과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힘도 갖췄다. 노출이 많을수록 주목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 문제는 이런 콘텐츠가 해외시장으로 나가면 별 효과를 못 낸다는 데 있다. 사실 《강남스타일》 열풍도 싸이 소속사 YG와는 별 관계가 없었다.

 

BTS 현상은 정확히 이와 반대지점에서 시작됐다. 공급이 아닌 수요, 즉 팬(fan)이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주임연구원은 “BTS 현상의 주체는 팬이다. 미디어 지형 변화로 한 국가에 자리한 콘텐츠도 실시간으로 번역돼 전파되고 있다”면서 “팬덤(fandom) 또한 초국가적 연결을 이루고 있는데, 방탄소년단 열풍은 시공간을 초월한 국경 없는 ‘덕질’(한 분야에 열성적으로 몰두하는 일)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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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방탄소년단 세계화 이끌다

 

‘덕질의 세계화’를 가능케 한 동력은 유튜브(Youtube) 같은 소셜미디어다. 김수철·강정수 박사는 2013년 발표한 논문 ‘케이팝에서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에 대한 고찰’을 통해 “유튜브는 전 세계 대중음악(산업) 커뮤니티, 댄스 커뮤니티와 광범위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이들 커뮤니티는 새로운 경험과 실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별다른 해외 전략 없이 만든 뮤직비디오가 곧 글로벌 전략으로, 글로벌 팬들을 위한 제작과 콘텐츠로 전화(轉化)될 수 있는 곳이 유튜브”라고 설명했다.

 

장민지 연구원은 “수년 전부터 유튜버(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개인 업로더들)들이 뮤직비디오 리액션을 열심히 편집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다양한 국가 뮤지션의 뮤직비디오가 소개됐다. 유튜버들은 미국 공연장에서 방탄소년단 팬들이 보여준 응원법만을 촬영해 업로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영상이 다시 SNS를 통해 글로벌 팬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방탄소년단에 대한 관심과 인기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김아영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 연구원도 “BTS 현상은 콘텐츠를 수출해 수요를 만들어낸 그간의 한류 수익구조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방탄소년단 팬덤인 A.R.M.Y(방탄소년단 팬클럽)의 결속력이 강력하다는 평이 많은데, 국경을 아우르는 이들 팬들은 대부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공급자의 상품에 단순 반응하기보다 스스로 향유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찾고, 이를 SNS 공간에서 다시 유통시키는 데 능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왜 유튜브를 본거지로 삼았을까? 간단하다.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K팝은 북미권에서 아직 하위문화(Subculture)의 일종이다. 《케이팝의 시대》 저자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우리나라라면 K팝 가수들을 TV·광고·버라이어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 바깥 팬들은 K팝 가수들을 자주 접하기 어렵다. 그들에게 동양인이 나오는 쇼는 아직 낯선 콘텐츠”라며 “메인스트림 미디어에 나오기 어렵다 보니 팬들의 인터넷 의존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TV·라디오와 달리 유튜브는 경계가 없다. K팝의 전 지구적 확산 과정에서 ‘단단한 영토 경계’를 허물기 좋은 미디어인 셈이다. K팝 특유의 팬 문화로 소통의 장을 꾸리기에도 유튜브만 한 곳이 없다. 이규탁 교수는 “동아시아 바깥 지역 팬 문화는 리액션 비디오나 커버댄스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전 세계에 널리 산재된 팬들끼리 팬 문화를 나누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튜브가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빅히트社, BTS 업고 증시에서도 빅히트 예감

 

BTS 현상은 한류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를 요구한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국가·기획사·언론·평론가 등 다양한 매개 고리를 흐릿하게 만든다. 문화를 매개하는 건 이제 팬이다. 혼자 따라해 보던 춤도 스마트폰으로 찍어 업로드하면 다른 나라 팬들이 이내 반응한다. 한국 팬과 프랑스 팬, 미국 팬은 국경을 넘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한다. 장민지 연구원은 “이제는 한류처럼 출신국가를 강조하는 단어나 ‘한국의 방탄’ ‘한국의 싸이’ 같은 조어보다는 뮤지션에 대한 글로벌 팬덤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흐름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규탁 교수는 “비록 방탄소년단이 성공을 거뒀지만, 동아시아 출신 가수가 미국 메인스트림에서 사랑받는 건 여전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과거 JYP가 원더걸스를 미국 메인스트림에 진출시키기 위해 애썼지만 효과적이었다고 보긴 힘들다”면서 “인터넷에는 그런 장벽이 없다. 팬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기획사 입장에서도 경제적으로 명민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명민했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 앞에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전망이다. 올해 빅히트의 매출은 6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매출(35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코스닥 상장사인 JYP엔터테인먼트 매출(736억원)에 이미 육박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이제 갓 전성기에 들어선 덕분에 빅히트의 미래가치도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미래가치를 시장에서 숫자로 환산하는 건 주식이다. 자연스레 상장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유성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바라보는 방탄소년단의 가치는 기존과 궤를 달리한다”며 “지금 같은 퍼포먼스를 지속한다면 빅히트 상장은 긍정적이다. 이미 업계에 빅히트가 내년 상장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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