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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이 없는 스웨덴?…상상도 못할 일!”

스웨덴 시민 73% 왕실에 긍정적…20대는 ‘무관심’ 대세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6(Wed) 14:30:02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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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왕실은, 그 보유 재산이나 화려한 왕궁 분위기와는 달리 상당히 소박한 편이다. 특별히 사교계 활동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고 의상이나 보석 자랑으로 여념이 없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스웨덴 왕실은 국민들로부터 꽤 호감을 사고 있다. 특히 현 국왕인 칼 구스타브 16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예정인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는 상당히 서민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남편인 다니엘 베스틀링이 서민 출신이라는 것도 빅토리아에 대한 호감의 한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최근 영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스웨덴 시민들을 대상으로 왕실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조사에서 스웨덴 시민의 73%가 왕실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스웨덴 국왕의 존재가 스웨덴 역사를 자랑스럽게 하고, 더 멋진 나라로 느끼게 한다는 대답이 많았던 것이다.

 

과거 스트립 클럽 출입 사실이 발각돼 망신살이 뻗쳤던 칼 구스타브 16세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좀 더 높긴 하지만, 빅토리아 공주에 대한 호감 때문에 상쇄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에선 다소 다른 분위기들도 감지된다. 국왕, 즉 왕실의 존재에 대해 대체로 60대 이상 장·노년층에선 역시 호감도가 높다. 국왕이 상징하는 바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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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왕실로 들어가는 세금에 민감한 반응

 

스톡홀름의 구시가인 감라스탄에 있는 스웨덴 왕궁을 거의 매일 찾는다는 70대 페르 알베르트손은 “스웨덴에 국왕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특별한 긍지를 준다. 물론 그가 정치적으로 힘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스웨덴은 가장 민주적인 입헌군주국이기 때문에 지금의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고 말한다.

 

40·50대의 분위기는 다소 신중하다. 그들은 국왕이 나라에 보탬이 된다면 존재한다고 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비판적인 시각도 가지고 있다. 2010년 빅토리아 공주 결혼식에 대해서도 “너무 호사스러운 결혼식은 스웨덴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왕실에 들어가는 시민들의 세금이 과하다는 지적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왕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왕실이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국왕의 존재가 스웨덴에 이로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30대에 이르러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앞선 조사에서 스웨덴의 30대는 왕실 폐지에 대한 주장도 드러내고 있다. 시민들에 대한 복지를 줄일 게 아니라 왕실로 들어가는 시민들의 세금을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의견도 있다. 어쨌든 왕실로 들어가는 세금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로 보인다.

 

특이한 것은 20대 청년들의 생각이다. 이들의 왕실에 대한 가장 많은 의견은 ‘무관심’이다. 농담 삼아 “아, 우리나라에 아직도 국왕이 있나? 스테판 뢰벤 총리가 왕 아냐?”라고 말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24세 대학생 파비안 오스트룀 오베리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그냥 스웨덴의 상징인 유명인사 정도로 생각한다”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26세 회사원인 다니엘 쇠레브란트는 “스웨덴 왕이 별건가? 그냥 이름만 왕이지 뭐 하는 게 없어 평소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웨덴 왕립 공과대학(KTH)에 다니는 26세 대학생 미카엘 라르손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들에게 시민들의 세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게 싫다”고 다소 과격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20대라고 해서 모두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25세 대학원생 카이사 욧은 “칼 구스타브 16세와 빅토리아 공주를 좋아한다. 물론 세금으로 다른 나라도 방문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웨덴을 외부에 홍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욧은 또 “실제로 그들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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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은 예쁘게 포장한 인형”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역사 속에서 나라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국왕들이 몇 명 있다. 1521년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가 하나의 국가 개념으로 존재하던 칼마르 동맹을 깨고 스웨덴을 덴마크에서 구한 구스타브 1세 바사왕은 스웨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다.

 

‘스웨덴의 광개토태왕’ 격이면서 ‘북방의 사자왕’이라고 불렸던 구스타브 2세 아돌프왕은 17세기 30년 전쟁 때 스웨덴을 유럽의 최강국으로 만들어 존경을 받기도 한다. 그의 딸 크리스티나 여왕은 가톨릭 신앙을 위해 신교 국가의 왕위에서 스스로 내려온 신념의 여왕으로 불린다. 현재 국왕의 거주지를 드로트닝홀름(여왕의 섬)이라고 부르고, 스톡홀름 시내 중심가의 보행자 전용도로를 드로트닝가탄(여왕의 길)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녀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국왕이 존재하는 나라는 44개국이다. 그중에서 국왕이 직접 통치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 등 중동의 나라들과 동남아시아의 브루나이, 그리고 부탄 정도다. 그 외 나라들은 입헌군주국가다. 국왕은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 이들의 경우 국왕은 국가의 상징적 존재다. 경우에 따라 태국처럼 쿠데타를 일으켜도 국왕이 승인해 줘야 하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 나라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저 존재하기만 할 뿐이다.

 

현재 스웨덴 국왕의 가족이 거주하는 드로트닝홀름 궁전 앞에서 만난 대학생 마리아 베네스트룀은 “국왕은 예쁘게 포장해 멋지게 보이게 하는 스웨덴의 인형”이라고 조롱 섞인 목소리로 얘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시민 중 ‘국왕이 없는 스웨덴’을 상상해 본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마도 한동안 스웨덴 역사에서 국왕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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