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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억 소리 나는’ FA 거품론과 리그십

쓰는 만큼 벌고, 버는 만큼 써야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7(Thu) 16:12:05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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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KBO리그에 FA(프리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 이래, 매년 겨울에는 팬의 환희와 비탄이 교차하고 있다. 팀의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거물급 FA를 영입한 팀의 팬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에 불탄다. 거꾸로 이적한 팀의 팬은 오랫동안 함께한 선수의 이적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다음 시즌 걱정에 한숨을 내쉰다. 여기에 일반 회사원이라면 평생 일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거액이 오가는 것에 대해서도 동경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번 시즌만 해도 지난해 최형우처럼 세 자릿수 억대 계약은 나오지 않았지만, 손아섭(롯데 잔류, 4년 총액 98억원)과 황재균(롯데→kt, 4년 총액 88억원), 강민호(롯데→삼성, 4년 총액 80억원), 민병헌(두산→롯데, 4년 총액 80억원) 등이 억 소리 나는 계약을 맺었다. 게다가 메이저리그 잔류를 노리는 김현수와 올해 MVP를 수상한 양현종 등의 계약도 남아 있어, ‘역대급 FA 시장’이 될 것으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거액이 오가는 FA 시장. 신인 드래프트로 입단해 다년간 좋은 성적을 거둔 보상이 거액의 FA 계약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 시즌에 홈런 30개를 치는 선수도 아닌데 1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는 것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팬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노력한 만큼 많은 금액을 받고 팀에 남아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구단은 다르다. 한 해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된 만큼 무작정 돈을 많이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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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낀 FA 계약

 

효율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 구단 운영과 관련해 한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만큼 다른 선수가 받는 돈이 적어져 불만이 생기고 팀워크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을 때 FA처럼 외부에서 영입하기 어려운 측면도 생긴다.

 

팀 전력을 탈바꿈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가 아닌데도 FA가 돼 거액을 받는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돌아온 선수에게 거액을 주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FA 거품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실력에 비해 많은 돈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거액의 FA 계약을 알리는 기사마다 이런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어떤 의미에서 야구 관계자는 물론이고, 언론매체와 팬 모두 FA 계약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정말 거액이 오가는 FA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반론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뜻밖에도 바다 건너 일본에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FA 거품론을 제기하는 이가 적지 않다. 시장 규모와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아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일본 프로야구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오쓰보 마사노리 데이쿄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경영 규모가 큰 차이가 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그 전까지는 차이가 크지 않았다. 갑자기 차이가 생긴 것은 구단 경영자의 역량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경영자는 수익 증대를 위해 갖가지 노력을 다한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 경영자는 구단 수익 증대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이것은 구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기업에서 타서 쓰는 구조라서 그렇다. 돈은 모기업에서 나오니까, 오로지 팀 성적에만 목을 맨다. 그것이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격차를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게 벌어지게 했다.”

 

오쓰보 교수의 말에서 일본 구단을 한국 구단으로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1982년 KBO리그가 출범한 이래, 각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해 운영돼 왔다. 물론 최근에는 마케팅 등에 힘을 쏟으며 수익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노력이 미흡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데는 구단의 노력 부족도 있지만, 모기업의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수익을 위해 이런저런 스폰서 계약을 맺으려 노력하면 모기업에서는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아무래도 프로야구는 모기업의 규모로 봤을 때 큰 시장은 아니다. 한 해 수익을 다 합쳐도 선수단 연봉 총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니까. 그렇다 보니 그런 것을 할 시간에 팀 성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라고 이야기한다.”

 

모기업이 구단에 요구하는 것은 수익보다 성적이다.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까 우승만 해라.” 이런 인식이 구단의 자생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 살림의 기본은 ‘쓰는 만큼 번다, 버는 만큼 쓴다’이다. 그런데 KBO리그의 구단은 그렇지 않다. 버는 것 이상으로 쓰고 있다. 그런 만큼 선수 연봉의 인상은 구단 경영을 압박한다. 그것이 선수 연봉에 거품이 잔뜩 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벌이가 시원찮은 구단이 큰돈을 쓰므로 거품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모기업, 수익보다 성적 요구

 

FA 계약을 비롯한 선수 연봉과 관련한 거품론은 적어도 구단이 수익 증대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한 뒤의 결과에 따라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거품론은 그것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너무 많이 받는 게 아니냐는 견해뿐이다.

 

이전부터 KBO는 리그와 구단의 수익 증대를 위해 통합 마케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일부 인기 구단의 반대로 이 안건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단 혼자 무엇인가를 하기보다 리그 전체가 할 경우 경비 절감과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KBO리그에는 리그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리그십이 부족한 것이 크게 눈에 띈다. 또한 KBO 역시 리그의 중심으로서 구단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리그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KBO리그는 3년 연속 700만 관중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다. 그렇지만 산업으로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그런데도 FA 거품론은 오로지 선수만의 책임으로 돌린다. 구단의 경영 능력 부족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29일 KBO 이사회는 정운찬 전 총리를 신임 총재로 추천했다. 경제학자로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점을 고려하면 KBO리그의 산업화에 적임자라는 생각도 든다. 또 그가 주창하는 동반성장은 리그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리그십과도 이어진다. 2사 만루 위기에 빠진 KBO리그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정 전 총리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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