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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러시아엔 ‘로딩 커피’가 있다

[구대회의 커피유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맛보는 러시아 커피의 매력

구대회 커피테이너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0(Sun) 13:01:01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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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은 구한말 조선의 커피 역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가 조선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커피에 흥미로운 스토리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커피 애호가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러시아가 1896년 아관파천을 기점으로 조선 왕실에 커피를 제공했다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100여 년 전 우리에게 커피를 전한 러시아인들이 지금은 과연 어떤 커피를 즐기고 있을까? 필자는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不凍港)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그들의 커피 생활을 취재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군사 전략적인 요충지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곳이다. 육로로는 중국과 북한이 맞닿아 있고, 해상으로는 동해를 거쳐 태평양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 킹크랩·생선 등 해산물이 풍부하고, 꿀과 초콜릿 제품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예술의 나라답게 마린스키 극장에서는 우리나라의 10분의 1 가격으로 세계적 수준의 발레·오페라·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커피 또한 다양한 형태로 발달해 커피 마니아라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 블라디보스토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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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 ‘무지개 커피’

 

연해주 정부 청사 맞은편 건물 2층에 위치한 ‘카페마 커피(Kafema coffee)’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이크로 랏(Lot)을 비롯해 양질의 상업용 생두를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카페 중 하나다. 약 15년 전 하바롭스크에 처음 문을 연 카페마는 이듬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진출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대행사를 통해 세계 각지의 생두를 공급받는데, 중미의 살바도르에는 직영농장도 있다. 카페마의 손님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은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그만큼 카푸치노는 이곳의 대표 메뉴이자 자랑이다. 필자도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크리미(Creamy)한 부드러운 질감과 특유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거품은 곱고 풍성했으며, 카푸치노 라테아트도 예쁘고 균형감 있게 잘 나왔다. 전체적으로 커피의 밸런스가 훌륭했으며, 누구나 거부감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커피였다.

 

에스프레소 머신계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슬레이어(Slayer)를 사용하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매니저 마샤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한 시간 동안 유료 커피 교실을 여는데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참여한다. 그리고 하우스 원두의 경우, 매주 종류를 달리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점 또한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핸드드립·사이폰으로 추출한 커피 또한 맛볼 수 있다. 커피 가격이 다른 카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지만, 차별화된 맛과 분위기를 찾아오는 단골 고객들이 많다.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데, 특히 중국인과 투르크메니스탄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카페마가 커피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면, ‘파이브 어 클락 커피(Five a clock coffee)’는 커피에 조금 힘을 빼고 차와 디저트의 조화를 강조한 곳이다. 조각케이크·파이·머핀 등이 맛있어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나타샤는 러시아 사람들이 집에서 주로 차를 많이 마시는 이유가 커피를 추출하는 적당한 기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양질의 원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이 카페를 찾는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은 몇 년 전부터 좋은 커피가 수입되면서 사람들이 맛있는 커피의 맛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둘이서 다정하게 차를 마시고 있어 물었다. 그들 역시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여기는 차가 맛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는다고 했다. 특히 품질이 좋은 녹차를 마시고 싶으면 파이브 어 클락에 친구들과 함께 온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그 시각 매장 내 12명의 손님 가운데 9명이 커피가 아닌, 차를 즐기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실험적인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아르바트 거리에 위치한 ‘프로코피(Procoffeey)’가 제격이다. 무지개 빛깔의 라테아트와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했을 독특한 맛과 향의 커피는 이곳의 경쟁력이자 특징이다. 특히 여러 색상의 시럽으로 장식한 카페라테는 바리스타의 손이 많이 가는 만큼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 비주얼만으로도 맛 이상의 보상을 준다. 또한 차가버섯과 오미자 시럽을 섞은 아메리카노의 맛도 일품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카페는 프로코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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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딩 커피의 맛, 부드럽고 구수해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가 스타벅스라면, 비록 로컬 브랜드이긴 하나 러시아를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는 일명 ‘해적’ 커피로 유명한 ‘로딩 커피(Loading coffee)’다. 아메리카노는 손님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이 마실 정도로 이 카페를 대표하는 메뉴다. 유럽 커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로딩 커피를 조금 연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의 기호에는 로딩 커피만 한 것이 없는 듯하다. 아르바트 거리의 로딩 커피 매장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직장 여성인 아냐는 인터뷰에서 로딩 커피는 가격이 싸고 맛이 괜찮아 하루에 세 잔을 마신다고 했다. 필자가 로딩 커피를 마셨을 때의 느낌은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고 구수하다는 것이었다. 보디감과 향미를 강조한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흔히 연한 커피를 찾는 이들에게는 제격이다. 아냐는 카페마 커피 같은 고급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도 가지만, 한 달에 한두 번 가는 정도며, 주로 로딩 커피와 같은 값싸고 맛있는 카페를 즐겨 찾는다. ‘만약 스타벅스가 러시아에 진출하면 가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두 번은 가겠지만, 아마 로딩 커피를 계속 마실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카페를 제외하고 흔히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러시아 커피의 느낌은 커피가 뭐 이렇게 밋밋하고 싱겁나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몇 번을 더 마시고 나니 ‘이것도 나름 마실 만하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맛없는 커피가 아닌 간이 조금 다른 커피였던 것이다. 지역과 민족마다 즐겨 마시는 커피의 맛과 농도가 다르다는 것은 나라와 민족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큼 이질감을 준다. 하지만 그것은 무지개가 다른 색깔이어서 아름답고 조화로운 것처럼 매력적인 것이다. 그게 바로 필자가 세상의 모든 커피를 찾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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