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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 자생식물 보전과 육성 위해 당국 안목부터 높여라

올해 1급 멸종 위기 식물 9종서 11종으로…식물학계 “뜻있어야 길도 열린다”

김형운 탐사보도전문기자 ㅣ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9(Sat) 10:00:00 |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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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 금수강산에서 조상과 숨결을 같이해 온 겨레 자생식물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가온 종자 및 식물유전자 전쟁에 대비해 겨레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농산물 개방과 물질특허 등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취재하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보호 및 육성의 당위성,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외국의 밀반출 실태, 외국의 자생식물 보호 사례 등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키워나가는 대안과 방향 제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 고유 자생식물 육성을 위한 활동은 차치하더라도 보전작업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수만 년 이상 한반도에서 살아온 겨레식물의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식물들이 우리나라에서 없어지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선진 각국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과 대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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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무관심에 자생식물 서식지 크게 줄어

 

우리나라 변종특산식물로 울릉도에서 자생 중인 노랑털중나리가 대표적이다. 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노랑털중나리는 영국과 일본 등에서 활발한 육종이 이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멸종 위기로 치닫고 있다.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한 당국의 무관심 속에 논에서 자라는 매화마름 서식지도 크게 줄어들었다. 노랑붓꽃과 깽깽이풀, 대청부채, 고추냉이 등 90여 가지 멸종 위기 1·2급 식물들의 개체 수는 몇 년 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올해 섬개야광나무가 환경부 지정 1급 멸종 위기 식물에서 해제됐으나, 금자란과 비자란, 한라솜다리가 추가돼 멸종 위기 식물은 9종에서 11종으로 늘어났다.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을 보전하는 일이 식물을 활용하는 것보다 우선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가장 기본적인 식물조사조차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와 산림청을 비롯한 관계당국은 그동안 자생식물에 대한 지엽적이고 간헐적인 조사로만 일관했다.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한 보전지침식물화보집을 발간하고,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는 있으나 식물 다양성 감소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선진국과 국제식물보호단체는 멸종 및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해 절멸·위기·취약·희귀·미확인·정보불충분·위기탈출·비위협·미평가종 등 세부적으로 양적 및 질적 기준을 정하고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종의 보전 전략을 마련, 이를 계속 수정 보완하며 야생집단이 장기간 활성을 유지할 수 있는 보호책 마련과 조직배양을 통한 증식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멸종 위기 생물의 복원 사업도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산림청 임업연구원과 자연보전협회 및 한국식물원협회 등에서 그동안 이 작업을 추진해 왔으나 자생지 파괴 규모와 속도를 따라잡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식물보전을 위해서는 식물학자의 열정과 해당 부서의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식물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철저한 식물조사가 뒷받침돼야 하고, 자생식물의 중요성이나 가치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를 통한 자생지 복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겨레식물 보전이 제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식물원협회 회원들은 “우리나라 희귀식물을 비롯한 식물 보전 노력보다 자생식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체계적인 보전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당국이 종합적이고 장·단기적인 보전 및 활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만년 겨레의 역사와 공존해 온 우리 자생식물의 생태계가 최근 환경파괴와 각종 개발에 밀려 제자리를 잃고 있는 데는 당국의 안이한 대응책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자생식물 보전을 위해 초보적인 단계를 밟고 있으나, 육성과 활용에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은 일찌감치 식물 육성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우리 정부는 먼발치서 바라보고만 있다 보니 자생식물 관련 정책 수립이나 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생식물의 보고인 각종 습지와 자생지 파괴가 오늘도 중장비의 굉음 속에 어둠속으로 묻히고 있어 자생식물을 아끼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자생식물에 대한 활용은 차치하더라도 우선은 멸종 위기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는 이 같은 현주소를 파악해 지금이라도 보전과 육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과 과감한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식물학계는 주문하고 있다.

 


 

자생수목 이용한 항암제 생산 노력 주춤

 

당국의 식물정책에 대한 근시안적인 조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90년대 우리 자생수목 중 주목을 이용해 ‘택솔’이라는 항암제 생산에 성공하고, 소나무를 활용해 천연방부제를 연구하는 등 활기를 보였으나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다소 침체기를 걷고 있다. 자생식물 육종을 위한 관련 부처의 비활성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환경부와 산림청이 그동안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수동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희귀식물에 대한 책자 발간이나 조사활동, 자료 수집도 학계에 주로 의존하거나 단발적인 사업에 얽매이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 부족과 인력 및 전문성 부족이라는 요인이 작용하고 있으나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정부의 의지 표출을 유도하기 위한 자생지 외 서식지 마련 등 민간단체와의 연대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영주 한국식물원협회 부회장은 “무엇보다 겨레 자생식물의 보전과 육성을 위한 당국의 안목이 높아져야 한다”며 “국립식물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자생식물 육종 및 신품종 육성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본격적 의미의 식물원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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