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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문화 자존심을 되찾아준 ‘진슈차왕’

서영수 감독의 Tea Road(7) 중국, ‘차(茶) 종주국’ 놓고 인도와 자존심 전쟁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0(Sun) 2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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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시사저널은 ‘김유진의 時事美食’에 이어 이번 호부터 새 연재 ‘서영수의 Tea Road’를 격주로 연재한다. 그동안 시사저널 디지털에 연재해 왔으나,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지면과 디지털에 동시 연재한다. 영화감독 출신인 서영수 차 칼럼니스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차 전문가로, 차의 원산지인 중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차문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맛보고, 그 소중한 체험들을 글로써 널리 알리고 있다.  

 

차(茶) 종주국으로서 중국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차나무 원산지 국가 타이틀을 놓고 중국과 인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했던 19세기 대영제국 시절,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가 중국 대신 차 원산지로 통용되기도 했다. 지금도 학계에서는 중국이 원산지라는 ‘일원설(一元說)’과 중국과 인도라는 ‘이원설(二元說)’이 공존한다.

 

1598년 네덜란드인 린스호튼이 기록한 인도탐방기를 보면, 식용과 약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도인들이 차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1823년 영국군 소령 로버트 브루스는 중국과의 국경지대 사디야(Sadiya)산에서 높이 1.3m, 밑동 둘레 0.93m로 제법 큰 대엽종 차나무를 발견했다. 1824년 영국 동인도회사 소속의 찰스 알렉산더 브루스가 인도 아삼 지역 정글에서 중국 차나무와 다른 야생 차나무를 발견해 영국에 알렸다. 중국이 독점하던 차 산업에 불만이 컸던 영국이 주도한 학계는 브루스 형제가 발견한 사실을 근거로 차나무 원산지 기원을 인도로 인정했다.

 

차나무 원종으로 인도산 아삼대엽종이 기록되며 중국의 자존심이 추락했다. 모욕감을 회복할 틈도 없이 중국 차 수입으로 발생한 엄청난 무역적자를 아편 밀수출로 만회하려는 영국의 야욕에서 벌어진 중영전쟁(아편전쟁)에서 중국은 완패했다. 1842년 8월 중국이 영국과 체결한 불평등조약 ‘난징조약’을 계기로 중국은 세계 중심에서 반식민지(半植民地) 봉건국가로 몰락했다. 국력이 쇠퇴하면서 문화발언권도 약해진 중국은, 이후 제시한 수많은 고서(古書)에 나오는 오래된 중국 고차수(古茶樹)에 대한 기록들도 실물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됐다. 중국 차문화 굴욕은 100년 이상 지속됐다. 차 수입 국가에 머물렀던 영국은 어느덧 최대 차 수출 국가로 변모해 전 세계 차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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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애호가들, 진슈차주에 ‘차 성지순례’

 

차를 중국 역사와 함께 출발했다고 믿는 중국이 치욕을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1939년 구이저우(貴州)성 우촨(?川)에서 높이 7.5m의 차나무를 찾아내면서 시작됐다. 윈난(雲南)성과 쓰촨(四川)성에서도 연이어 1000년 이상 묵은 고차수가 발견됐다. 중국 200여 지역에서 봇물 터지듯 오래되고 거대한 차나무가 나타났다. 중국은 이들이 발견된 지역 이름을 붙여 ‘차수왕(茶樹王)’이라는 존칭을 부여했다. 인도와의 차문화 전쟁에서 역전 기회를 만들어준 차나무가 마침내 윈난성 린창(臨滄)시 펑칭(鳳慶)현 샹주칭(香竹菁)에서 발견됐다. 해발 2245m에 서식하는 재배종(栽培種) 고차수는 수령(樹齡) 3200년이 넘었다. 전 세계 차나무의 조상이라는 뜻으로 ‘진슈차주(錦秀茶祖)’라고 명명된 이 고차수는 현존하는 여러 차수왕 가운데 ‘왕 중의 왕’으로 등극했다. 때마침 2000~3000만 년 전 차나무 화석이 린창시에서 발견되어 세계 차나무 원산지로 부각됐다. 2억50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찻잎 화석까지 등장하며 차 종주국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차수왕 중의 왕 진슈차주는 높이 10.6m로 괄목할 만한 장신은 아니지만, 밑동 둘레는 5.84m로 우람하다. 나뭇가지는 남북 11.5m, 동서 11.3m로 풍성하게 뻗어 있다. 차수왕 기세에 눌려 주변 10m 남짓에는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했다. 진슈차주 나이 검증은 1982년 베이징시농업전시관의 왕광지 관장이 동위원소 방법으로 측정해 3200년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광저우중산대학에서도 찻잎을 연구한 결과가 비슷하게 나왔다. 2004년 중국 농업과학원차엽연구소 린즈(林智) 박사와 일본 농학박사 오우모리 마사시(大森正司)가 공동 측정한 결과도 3200~3500년 사이로 나왔다. 2005년 미국차엽학회 오스틴 회장이 검증한 결과도 동일하게 나오며 최고령 차나무로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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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좋아하는 중국인은 물론, 전 세계 차 마니아가 성지순례 하듯 차수왕 진슈차주를 알현하러 연간 5만 명이 찾아온다고 한다. 중국 변방 윈난성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샤오완(小灣)촌 샹주칭 깊숙한 산골은 차 애호가들 사이에 로망이 됐다. 윈난성의 성도(省都) 쿤밍(昆明)시에서 고속도로와 지방국도를 번갈아 10시간 정도 달려야 린창 지역에 도달한다. 4시간 정도 차로 산길을 더 달려야 진슈차주를 볼 수 있다. 당일치기보다 최소한 1박2일 여정을 잡아야 안전하다.

 

필자가 직접 운전해 본 중국 고속도로는 비교적 무난했지만, 국도로 들어서면 심심찮게 나타나는 소떼와 도로를 공유해야 했다. 경적을 잘못 울리면 놀란 소가 차를 향해 돌진 할 수도 있다. 차 파손 우려보다 소 한 마리라도 다치면 중국 농부와 승산 없는 설전을 각오해야 한다. 도로를 가득 메운 염소떼가 나타나면 차를 멈춰 세우고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아무런 안전표시 없이 길을 가로막고 커다란 돌을 도로 한가득 쏟아내는 대형 트럭이 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복장은 터지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주행거리만 어림잡아 소요시간을 계산했다가는 길에서 노숙(露宿)하기 십상이다. 고원지대 도로답게 중앙분리대와 가로등은 태양광미니패널과 풍력발전기가 함께 설치돼 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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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슈차주 보이차 100g, 7000만원에 낙찰

 

‘차나무 유전자은행’으로 불리는 린창은 보이차의 중국 국가표준인 교목형(喬木型) 대엽종(大葉種) 차나무의 고향이다. 차나무와 열대 야자수가 공존하는 산길을 달렸다. 느닷없이 비가 쏟아지며 시야를 가렸다. 잠시 후 비가 멈추고 무지개 너머 차수왕이 보였다. 펑칭에 뿌리를 둔 홍차 전문제조회사 뎬훙(滇紅)집단이 2007년 5월부터 관리하고 있는 진슈차주는 3년 전부터 진슈차왕(錦秀茶王)으로 개명했다. 진슈차왕이 있는 100여m 전방부터 18억원을 투입해 돌계단을 만들고 사당처럼 높고 긴 벽과 문을 만들어 출입을 통제했다. 관리인이 와서 문을 열어주어야만 관람할 수 있었다. 나뭇가지를 꺾거나 찻잎을 무단 채취할 것을 염려하는 관리인은 잠시도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행사에 시달리던 진슈차주는 국가보호수로 지정되어 지금은 상업용도 채취가 엄격히 금지됐다. 무단채취하면 벌금이 무려 1000만원이다. 2007년도 진슈차왕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보이차 ‘금수차조’는 1편(499g)이 8000만원에 거래됐다. 그 당시 금 거래 가격의 4배가 넘는 액수였다. 2015년 4월7일 제25회 차문화예술제 개막축하 기념경매에서 진슈차왕 보이차 100g이 7000만원에 낙찰됐다. 구매자는 대만 다유(大友)보이차 박물관장 랴오이룽(廖義榮)이었다. 모든 차나무의 조상 진슈차왕에 대한 상징적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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