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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환경 변화 적응 방안은 ‘교과서대로 살지 않는 것’

[인터뷰] 신간《지구위에서 본 우리 역사》낸 환경역사학자 이진아 작가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0(Sun) 18: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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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시작된 대화는 환경, 결혼 등을 거쳐 케이팝으로 이어졌다. 그다지 관련 없어 보이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사이 대화의 배경은 구석기 시대와 21세기를 넘나들었고, 부산 앞바다와 남태평양을 오고갔다. 12월6일 서울 인사동 한옥식당에서 만난 이진아 작가는 이 모든 얘기를 쉴 틈 없이 풀어냈다.

 

역사학의 트렌드 가운데 ‘환경역사학’이란 것이 있다. 이 분야 학자들은 인류의 발자취가 환경 변화와 밀접한 연관 속에서 형성돼 왔다고 본다. 예를 들어 백두산 폭발로 형성된 흑요석 산지가 고조선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진아 작가는 이런 학문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그는 1992년 경실련 환경개발센터를 세우고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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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변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작가는 “환경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장황한 역사 얘기가 뒤따를 줄 알았다. 하지만 작가는 시점을 바로 오늘날로 당겼다. 그는 해운대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해운대는 옛날에 온통 모래밭이었어요. 지반이 단단하지 못하단 뜻이죠. 게다가 지진재해에도 취약해요. 쓰나미가 덮칠 가능성도 있죠. 그런데 지금 해운대에 뭐가 있죠?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건물이 즐비해요.”

 

- “왜 갑자기 해운대죠?”

 

“해운대의 풍경이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술에만 의존한 결과란 걸 말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나라 건축업자들은 환경의 영향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아요. 포항에서 났던 대규모 지진이 큰 피해를 미쳤던 것도 같은 이유에요.”

 

- “내진설계로 대비하면 될까요?”

 

“그러려면 건물의 높이만큼 철심을 깊이 박아넣어야 해요. 제대로 시공했는지 감리하는 것도 어렵고요. 돈도 굉장히 많이 들어요. 건물을 예로 들었지만, 환경변화는 건물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사회 전체를 바꾸고, 역사를 만듭니다. 벌써 환경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긴장감이 최고점을 지났어요. 이젠 대응 방안을 찾을게 아니라 적응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 “그 방안이란 게 뭔가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무조건 높고 큰 것, 빠른 것… 이런 것들이 최고란 인식을 버려야 해요. 외형 확장에 따른 위험을 고려할 때입니다. 또 그 뒤에 누군가의 경제적 이익이 숨겨져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해요. 즉 경제 패러다임 또한 바꿔야겠죠.”

 

- “패러다임 전환이 말처럼 쉬울까요?”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답변엔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젊은 분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살지 않는다”면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도심을 피해 농촌에 정착하고, 욜로(YOLO․현재의 행복을 우선시하고 소비하는 태도)가 유행하는 등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이 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도 원치 않으면 하지 마세요.” 일견 파격적일 수도 있는 말을 작가는 서슴없이 꺼냈다. 그는 “미혼률이 높아져 인구가 줄어들어도, 인간은 그 변화에 또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환경 변화 적응의 일환으로 인구 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남태평양에선 수많은 섬 문명이 일찍이 사라졌습니다. 기후변화로 식량이 줄어들고 환경이 파괴됐기 때문이죠. 이 와중에 티코피아(Tikopia) 섬 사람들은 3000년 넘게 살아남았습니다. 인구를 제한했거든요. 끔찍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영아살해를 했습니다. 엄마가 젖을 주지 않고 가만히 놔둬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하는 식이었죠. 물론 지금은 피임하는 방법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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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원치 않으면 하지 마세요”

 

또 작가는 “요즘은 교과서에서 지식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지식을 찾는 곳이 케이팝, 웹툰,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식에 좀 깊이가 없으면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지식은 권력과 연계돼있다’고 했어요. 이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런데 바뀐 게 있어요. 권력의 양상이 너무 다양해졌거든요. 하나의 지식을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어요.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지식이 얕다고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해요.”

‘자신감’은 인터뷰 내내 작가가 강조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선친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작가의 아버지는 역사가 이종기 선생이다. 이 선생은《가락국탐사》《가야공주 일본에 가다》등의 책을 통해 1970년대 최초로 한국 해양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늘 ‘우리 민족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최근 그 뜻을 이어받아 작가는 《지구위에서 본 우리 역사》란 책을 출간했다. 기후변화가 역사에 미친 영향을 고찰함으로써, 축소됐던 한반도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것이 주 목적이다. 작가는 “내 책이 잔잔한 수면에 파동을 일으키는 작은 조약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용하지만 자신감 넘친 말투였다. 말만 들어도 이미 돌은 던져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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